ⓒ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7년 후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정사업본부의 박정희 대통령(1917년생)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결정 철회에 남유진 구미시장이 던진 질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우표 발행을 준비해 왔다. 우정사업본부 측도 흔쾌히 승낙했다. 지난 5월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메달 발행도 한국조폐공사의 협조로 순조롭게 이뤄진 터였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예정된 기념우표 발행은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7월 12일 돌연 입장을 바꿔 발행 철회를 결정하면서 꼬여버렸다. 분개한 남유진 시장은 철회 결정 당일, 세종시로 급히 올라가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남 시장은 인터뷰 하루 전날인 7월 18일에도 전병억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장과 함께 서울행정법원을 찾아 기념우표 발행결정 철회에 항의하는 행정소송을 내고 오는 길이었다. 소송 원고는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피고는 대한민국(우정사업본부)이다. 구미시의 한 관계자는 “행정관청이 행정관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수 없어 생가보존회와 함께한 것”이라고 했다. 경북 구미(선산)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남 시장은 1978년 행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총무처 수습행정관을 시작으로 주로 내무부와 후신인 행정자치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정통 행정관료다. 2006년 구미시장에 첫 당선된 이후 내리 3연임(민선 4·5·6기) 시장을 지냈다. 다음은 지난 7월 19일 구미시청에서 만난 남유진 시장과의 일문일답.

-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이 왜 갑자기 취소됐다고 보나. “1년 사이에 바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이 정도 바뀌려면 천재지변이나 법률상 인정되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있어야 납득할 수 있다. 자기들 내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 우정사업본부 앞 1인 시위를 벌인 까닭은. “모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데 ‘차기 경북지사 선거를 노린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고 물어보더라. 나는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 도시인 현직 구미시장이다. 나는 내 임기 동안에 구미시장으로의 책무를 정확하고 성실하게 집행할 의무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은 올 한 해 동안만 하는 것이다. 올해 안에 모든 일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만약 내가 그것을 안 하고 조용히 있었다면 후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당시 구미시장은 누구고, 당신 그때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렇다면 1인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절박한 마음에서 1인 시위에 나서게 됐다.”

내리 3선(選) 구미시장을 지낸 남유진 시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천타천 차기 경북지사 출마가 거론된다. 김관용 현 경북지사 역시 3선 구미시장(민선 1·2·3기)을 지내고 경북지사에 당선됐고 3연임째 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남유진 시장은 김관용 경북지사가 구미시장으로 있을 때 구미시 부시장(2001~2004)을 지냈다. 내년 3선 임기 만료로 경북지사 재출마가 불가한 김관용 현 지사의 뒤를 이을 유력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 1인 시위에 주변 반응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반응과 비슷하다. 9 대 1

정도 된다고 본다. 9명이 응원하고, 1명 정도가 반대하는 목소리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기 때문에 반대가 나올 수는 있다고 본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남유진 구미시장. ⓒphoto 구미시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남유진 구미시장. ⓒphoto 구미시

- 행정소송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행정소송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직권중지 신청은 14일 안에 결정이 날 것이다. 기념우표 발행취소 결정을 일단 멈추라는 일종의 가처분신청이다. 그때도 실패하면 역사가 판단하지 않겠나.”

박정희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에 반대하는 측의 표면적 이유 중 하나는 ‘예산낭비’다. 남 시장에 따르면, 기념우표의 액면가는 300원, 기념우표 발행에 드는 장당 원가는 34원 정도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모두 60만장을 찍어낼 예정이었으니 약 2040만원 정도가 드는 사업이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업이지만 구미시는 우정사업본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0만장 가운데 6만장을 선구매하려는 계획도 세웠다. 구매한 우표를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 기념품 등으로 일반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념우표 발행에 반대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산 낭비를 거론하면서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추진해온 남 시장을 비난해왔다. 구미시의 한 관계자는 “우표나 수입인지 같은 유가증권은 절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구미시가 발송하는 막대한 공문서에 사용해도 된다. 전혀 예산낭비 소지가 없다”고 항변했다.

- 박정희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나. “개인적 인연은 없다. 박정희 대통령 고향도시의 현직 시장일 뿐이다. 정주영, 이병철도 2015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모차르트는 200주년도 기념하더라.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대통령 박정희는 100주년을 왜 기념 못 하나. 다른 도시도 아니고 고향인 구미에서 기념하겠다고 하는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 정도는 배려해야 하지 않느냐.”

-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 7년 후에 김대중 대통령(1924년생) 100주년이 돌아온다. 10년 뒤에는 김영삼 대통령(1927년생) 100주년이 된다. 사실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는 것이 형태가 대동소이하다. 세미나 개최하고 사진전, 기념주화, 기념우표 발행하는 정도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전남 목포나 신안에서 기념사업을 한다면 나는 단언컨대 가서 박수를 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나는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화해·대화합·대동단결의 기초를 닦았다. 그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일국의 대통령을 했는데 공과(功過)를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이런 일로 다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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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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