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총서기와 천민얼 충칭시 서기(왼쪽).
시진핑 총서기와 천민얼 충칭시 서기(왼쪽).

중국공산당의 권력구조는 피라미드식으로 되어 있다. 14억 인민들 가운데 8600만명이 당원이다. 이들 당원들 가운데 전국에서 3000명 정도가 5년마다 한 번씩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모여 당대회를 개최한다. 3000명의 대표들은 당대회에서 앞으로 5년간 중국공산당을 이끌고 갈 300명 정도의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이들 중앙위원들 가운데 10분의 1 선인 30명 정도가 정치국원으로 선출된다. 정치국원들 가운데 5~7명 정도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어 상근직으로 당과 국가를 관리한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인 당 총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 선출된다. 현재 당 총서기인 시진핑(習近平·64)은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을 겸임하고, 군을 통수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도 겸임한다.

현재 7명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시진핑, 리커창(李克强·62·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71·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72·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류윈산(劉云山·70·중앙당교 교장), 왕치산(王岐山·69·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장가오리(張高麗·71·부총리) 등이다. 이들 가운데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5명이 68세 이상의 나이 때문에 올해 말 개최 예정인 제19차 당대회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후보들로는 현재 25명인 정치국원들 가운데 지난 7월에 실각한 쑨정차이(孫政才·54) 전 충칭시 당 서기를 제외하고, 리위안차오(李源潮·67) 국가부주석, 왕양(汪洋·62) 부총리,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당 서기, 한정(韓正·63) 상하이시 당 서기 겸 시장, 쑨춘란(孫春蘭·여·67) 통일전선공작부장, 자오러지(趙樂際·60) 당 중앙조직부장, 류치바오(劉奇葆·64) 당 중앙선전부장, 장춘시엔(張春賢·64) 신장위구르자치구 당 서기, 천민얼(陳敏爾·56) 신임 충칭시 당 서기 등이 꼽혀왔다. 당초 예상은 이들 가운데 5명이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요즘 중국공산당 인사 동정을 보고 있으면 이들 정치국원 가운데 5명이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다는 안정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핵심’으로 불리기 시작한 시진핑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일제히 당과 국가의 중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하면서 안정적 구도가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2~3개월 이내에 열릴 당대회에서 새로운 권력자로 등장할 ‘시진핑의 아이들’은 쑨정차이 전 충칭시 당 서기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천민얼, 천민얼이 맡고 있던 구이저우(貴州)시 당 서기로 발탁된 쑨즈강(孫志剛·63), 지난 5월 수도 베이징(北京)시 당 서기로 떠오른 차이치(蔡奇·62), 칭화(淸華)대 총장에서 베이징시 시장으로 발탁된 천지닝(陳吉寧·53), 시진핑 시대의 국가전략과 대외정책을 기획한 왕후닝(王滬寧·62)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리잔수(栗戰書·67) 중앙판공청 주임 등 5명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천민얼이 시진핑의 후계자로 내정되어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지난 2012년에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당 총서기가 합의해놓은 권력 후계구도를 깨야 한다. 당시 두 사람은 시진핑의 후임 당 총서기로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를 점찍어놓았다. 만약 후춘화를 밀어낼 경우 시진핑이 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천민얼이 시진핑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애드벌룬성 보도를 가끔 한다. 새로 충칭시 당 서기로 임명된 천민얼이 과거 시진핑의 연설문 작성을 주로 했다는 전력을 근거로 시진핑의 후계자가 아니냐는 식의 풍선을 띄워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이번 당대회에서 당초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예상되던 기존 인물들과 새로 떠오른 시진핑의 아이들 5명을 더한 14명 가운데 누가 진짜 시진핑의 후계자가 될까. 일단 후계자가 되려면 5년 뒤인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는 67세 이하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조건을 총족시킬 수 있는 인물은 후춘화와 왕양, 자오러지, 천민얼, 차이치, 천지닝, 왕후닝 등 7명뿐이다. 이 중 시진핑의 후계자로 2022년 이후 10년간, 즉 2027년의 제21차 당대회 이후 5년간 당 총서기직을 담당할 수 있는 50대의 인물은 후춘화, 천민얼, 천지닝 3명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중국 국내 정치가 순리대로 흘러간다면 후춘화가 시진핑의 후계자가 되고, 천민얼과 천지닝 가운데 1명이 리커창의 후임 총리로 내정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대로 천민얼이 시진핑의 후임 당 총서기가 되려면 현재 광둥성 당 서기를 맡고 있는 후춘화가 낙마해야 한다. 후춘화는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내몽골자치구 당 서기를 맡으면서 내몽골의 경제를 무려 17%나 성장시켰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가 의욕적으로 조성한 인구 100만명의 도시 오르도스가 도시 기반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입주희망자가 없는 ‘유령의 도시’로 낙인찍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을 비롯한 서양 매체들의 입방아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이 쑨정차이에 이어 그가 낙마할 가능성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천민얼이 시진핑의 후임 당 총서기, 시진핑의 칭화대 후배로 환경전문가인 천지닝이 총리 자리에 오를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 만나본 중국공산당 간부들의 말을 들어 보면 시진핑이 전임자 장쩌민과 후진타오 사이의 합의를 깨고 지난 7월 쑨정차이 전 충칭시 당 서기를 낙마시킨 데 이어 다시 두 전임자 사이의 가장 큰 합의사항인 후춘화까지 밀어낼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이 자신의 후임자 내정 구도를 다시 깨버릴 가능성에 대해 다들 “부하오슈오(不好說·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는 반응들이다. 국내 정치에 대해서라면 당 총서기의 결정에 대해 “옳다”는 말을 해야 할 당 간부들이 손을 내저으며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쑨정차이를 낙마시킨 데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래저래 연말에 개최될 제19차 당대회는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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