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건영. 송인배. 정태호.
(왼쪽부터) 윤건영. 송인배. 정태호.

집권 5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의 분화(分化)와 함께 실세 그룹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내부의 권력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집권여당 주변에서는 청와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 등 3인방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노무현 청와대의 정무기획비서관을 거쳐 문재인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윤건영(48) 실장은 문 대통령과 매일 아침 만난다. 밤 사이 취합된 사건·사고와 사정기관 보고서 등을 선별해 보고하는 게 그의 주된 업무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나 공식 일정까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의 접촉빈도만 놓고 보면 임종석 비서실장에 뒤지지 않는다. 윤 실장이 아침 보고를 위해 문 대통령을 만날 때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이 고정으로 참석한다. 윤 수석은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하고 박 대변인은 아침 보고에서 나눈 대화를 기초로 언론 대응 창구 역할을 한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 보고 이후 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를 연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던 청와대 국정상황실 직제를 복원하고 그 자리에 윤 실장을 앉혔다. 국정상황실장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최측근으로 활동한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관심을 가졌던 자리라는 점에서 윤 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도를 짐작할 수 있다. 윤 실장은 양정철 전 비서관과도 가까운 사이다. 노무현 정부 때 양정철씨는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윤 실장은 정무기획 파트를 담당했었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문 대통령은 윤 실장의 무난한 업무처리와 성실함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윤 실장은 노무현 청와대에 재직할 때보다 업무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국정상황실 직원을 구성할 때 노무현 정부에서 인연을 맺은 인사들을 직접 접촉해 영입했다.

대통령의 수족(手足) 역할을 하는 제1부속실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최측근 인사가 배치됐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을 무대로 정치를 해온 송인배(49)씨를 제1부속비서관에 임명했다. 경남 양산에는 문 대통령의 자택이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출근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인사가 바로 송 비서관이다. 그는 부속비서관으로 공식 임명되기 전부터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의 일정을 챙겼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는 일정총괄팀장을 맡았었다.

송 비서관은 특히 문 대통령이 사적(私的)으로 지인 또는 정치권 인사들을 만날 때 연락책 역할을 한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모르는 문 대통령의 비공식 일정은 그의 손을 거친다. 최근 노무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모 인사가 문 대통령과 독대할 때도 송 비서관과 주영훈 경호실장 정도만 독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오고간 대화는 윤건영 상황실장도 거치지 않고 정책실로 직접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속비서관만 아는 대통령의 일정

이명박 정부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내각이 진용을 갖춘 이후에는 대통령이 외부 인사를 만나는 게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과거에는 보안 유지를 위해 관저 직원까지 모두 퇴근시킨 뒤 영부인이 직접 음식을 나른 적도 있다. 부속실장은 이와 같은 대통령의 비공개 행보를 수행하기 때문에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기용한다. 문 대통령도 최근 여러 인사들을 관저로 초대해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외부 인사들을 비공개로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이 임명하고자 했던 공직 후보들이 줄줄이 검증에서 낙마하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송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있을 당시 비서관을 맡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사회조정2비서관을 지냈다. 17대 총선부터 내리 5차례나 국회의원 선거(경남 양산)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노무현 정부 때 정무비서관을 지낸 정태호(54)씨는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있다. 정책기획비서관은 이전 정부 때 없던 직책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사회 정책 전반을 조정하기 위해 신설된 자리다. 이해찬 의원의 비서관 출신인 정 비서관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과 호흡을 맞춰 일했다. 노 대통령 임기 말에는 정무수석이 한동안 공석으로 남겨져 정 비서관이 정무를 총괄하며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을 도왔다.

정 비서관은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 정책을 제공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주로 관리했다. 싱크탱크에 합류하는 전문가 그룹을 일일이 챙기는 한편 이들이 캠프와 교감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캠프 실세였던 양정철 전 비서관과 주로 소통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정 비서관을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조각 과정에서 조윤제·서훈·김기정 교수 등 싱크탱크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며 그의 역할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정 비서관은 정책실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의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게 보고 기회가 많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비서관은 정통 친노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내 친노 인사들과도 두루 교감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언제든 수석급 자리로 이동이 가능한 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82학번인 정 비서관도 386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된다. 19대 국회 때 실시한 재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구을에 출마해 낙선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권 초기 비서실장이 갖는 무게감이 남다르기 때문인데, 임 실장의 경우 문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나 인연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양정철 전 비서관과 김경수 의원이 지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임종석 전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에 적극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실장은 인사 관련 업무에 자신의 측근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친문 진영 일각에서 인사 개입이 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임종석 실장과 비교해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친노(친 노무현)계 핵심 관계자는 “정권을 창출하고 초기 인선작업이 마무리되면 진짜 권력투쟁이 시작되는데, 그건 내부에서의 우열이 가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도 오리지널 친문 인사와 그렇지 않은 인사들로 나뉠 수밖에 없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원래부터 친문 인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도 자주 청와대로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오랫동안 수행해온 김 의원이 정치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출마설이 계속 나오는 배경이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 ‘3철’ 중 한 명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지난 5월 해외로 출국했다가 돌아와 현재 부산에 있다. 그의 주변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지역에 출마를 준비하는 이들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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