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LRS ‘천무’ 발사 장면. ⓒphoto 국방부
K-MLRS ‘천무’ 발사 장면. ⓒphoto 국방부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도발은 잠시 잦아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북한의 도발은 도둑처럼 찾아온다.

한국에서 열흘 가까운 추석연휴가 끝나갈 무렵, 미국에선 대북 군사옵션 논의가 한창이었다. 지난 10월 10일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주관하에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뿐만 아니라 태평양 사령부의 해리스 제독을 포함하여 미군의 4성급 주요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마치 전쟁회의를 방불케 했다. 회의가 끝나고 사진 촬영하는 자리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폭풍 속의 고요 같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나오자 “도대체 어떤 폭풍이냐”고 기자들이 물었다. 트럼프는 “지나면 알 것”이라며 언급을 삼갔다.

美 참수작전과 사이버전 거론?

일부 언론에서는 생생하게 백악관의 전쟁회의를 중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참수작전과 사이버전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언론 보도는 참으로 어이없는 얘기다. 실제 미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면서 참수작전이 제1순위에 오른 적은 거의 없다. 애초에 참수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북한의 핵 지휘 태세가 확실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지도자를 제거하면 핵물질의 통제가 어려워진다. 김정은을 제거하고 북한 정권이 혼란스러울 때 핵탄두가 해외로 팔리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전을 얘기하면서 일부 언론에선 사이버공격용 웜 바이러스인 ‘스턱스넷(Stuxnet)’을 얘기한다. 과거 이란의 핵농축시설을 교란·파괴시켰듯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도 사이버공격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2010년부터 스턱스넷의 폐해를 지켜본 북한이다. 미국의 사이버공격 가능성을 진작에 예측하고 최대한 오프라인 장비로 핵 관련 시설을 유지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사이버공격에서 자유로우려면 망(網)에서 분리하는 게 최선책이다. 사실 북한에는 내세울 만한 인터넷망이 부재하다.

일부 국내 좌파세력은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걱정한다. 심지어는 트럼프가 국내 정치에서 위기에 몰리고 탄핵으로 쫓겨날지도 모르니,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켜서 인기를 만회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정작 그들의 눈에는 미치광이 김정은의 위험한 핵도발은 눈에 보이지 않고, 미치광이 트럼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걱정만 가득하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행동은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이미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개발 저지는 불가능하다. 이미 개발이 끝났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추가 발사 등 핵무기 고도화를 막는 것뿐이다. 그래서 북한의 주요 WMD 개발 및 생산시설에 대한 타격이 얘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언제 얼마만큼을 파괴해야 고도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주요 인력들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시설과 장비를 파괴한다고 해서 핵의 개발과 생산을 막을 수는 없다. 애초에 이들이 선제적으로 공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연구 및 생산인력을 무작정 사살할 수도 없다.

인명피해 최소화 제한적 타격 있을까

그럼에도 미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한다면 어떠한 형태가 될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김정은을 제거하는 참수작전을 수행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어려운 일이다. 일단 아무리 ‘악당국가’라고 해도 일단 북한은 유엔(UN) 회원국이다. 물론 작전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과거에 사용해왔고 당시에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2003년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명분 없는 전쟁은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미국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 현 대통령인 트럼프도 당시 미국의 이라크 개입을 비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트럼프도 북한에 대해서 부시와 같은 행보를 취할 여지가 없진 않다. 그러나 리스크에 비하여 얻을 대가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특히 세계 극빈국 수준의 북한이라면 더더욱 미국이 얻을 것이 없다. 여느 제국이 그러하듯이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다.

그래서 만의 하나 트럼프 정부가 군사작전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작전 범위는 크게 제한될 것이다. 예를 들어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능력을 제거하기 위하여 평양의 핵과 미사일 생산시설과 연구소, 신포의 잠수함 건조창 등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파괴하더라도 시설에 인원이 가장 적은 심야 시간대가 될 공산이 크다.

여태까지 미국이 수행했던 제한적 타격은 1998년의 데저트 폭스 작전이나 1998년의 아프간·수단 공습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시 미군이 표적으로 삼았던 이라크나 탈레반, 수단 정부는 북한만큼 막강한 군사력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이제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함부로 공격이 쉽지 않다.

이러한 미국의 타격작전이 성공하더라도 그 다음이 문제다. 과연 북한이 얻어맞은 후에 가만히 있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우선 북한이 해온 발언을 보자. 북한은 지난 8월 9일 소위 괌 포위사격 계획을 발표하면서 만약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도 호언장담했다. 1994년 이래 반복해온 서울 불바다 발언이 또다시 나왔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미군이 대북타격을 하는 와중에도 한국과 일본에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냐가 문제다. 9월 18일 매티스 국방장관은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트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다”면서도 그 세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참수작전과 사이버전이 미군의 대북 군사옵션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지휘부를 제거하기엔 국제법적 명분이 부족하다. 왕정(王政) 국가와 같은 북한에 있어 김정은은 국가안보의 제1순위이다. 그 1순위를 제거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전면전을 선제적으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 바로 예방타격이다.

예방타격은 물론 적국의 공격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1967년의 ‘6일전쟁’, 즉 3차 중동전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집트·시리아·요르단을 상대로 전면적인 선제공습을 통하여 적 항공력을 마비시키고 자국 영토의 3배에 해당하는 지역을 점령했다. 이러한 전면전이 아니고서는 적의 공격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조시설을 타격하여 기존 능력과 추후 생산능력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는 군사적 위협들을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거나 무력화해야 한다.

일본을 향한 위협이라면 스커드-ER 등 사거리 1000㎞ 이상급의 모든 미사일이 대상이 되는데, 이를 모두 찾아 무력화하는 것은 큰일이다. 타격 대상이 되는 이동식 발사차량만 하더라도 최소 100대 이상 최대 200대 미만이다. 주요기지는 개소이지만, 각 포대별로는 더욱 산개되어 있어 하나하나 찾아내서 무력화해야 한다.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했다고 해도 당장 우리는 수도권이 장사정포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1000문 이상의 자행포(자주포)와 방사포(다연장 로켓)를 모두 무력화해야 하는데, 이들은 당연히 강화 진지 속에 감춰져 있다. 동시에 수천여 개의 표적을 물리적으로 무력화하지 않으면 어렵다.

北의 최후 방어선 장사정포를 뚫어라

결국 여기서 중요한 것이 우리 군(軍)의 역할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응하여 이를 무력화하는 임무를 대(對)화력전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화력전 임무는 주한미군이 수행하는 임무였지만, 전작권 전환 일정에 따라 ‘10대 주요 임무’가 주한미군에서 우리 군으로 넘어오면서 대화력전은 우리 몫이 되었다. 이에 따라 3군 사령부가 임무를 인수하여 예하에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두고 있다. 대화력전 능력의 강화를 위해 우리 군은 K9 자주포 전력을 꾸준히 늘려 이제는 1000문이 넘는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응속도이다. 정찰감시자산의 능력이 제한되다 보니, 주한미군이 대화력전을 수행하던 때보다 대응속도가 느리다는 걱정도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포병레이더를 추가로 해외에서 도입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국산화하여 양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화력전으로 서울에 날아오는 적의 포탄을 다 막을 수는 없다. 적이 발사하고 나면 그 위치를 찾아 추가적인 공격이 불가능하게 적을 분쇄할 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능력이라도 충분하다면 북한이 함부로 서울을 공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북한의 장사정포 전력이야말로,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군의 북진(北進)을 막는 최강의 방어전력이자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북한군의 전략은 방어보다는 공격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적의 공격을 물리치는 거부 전략이라기보다는 적의 국가지도부나 산업·경제시설에 궤멸적인 피해를 안겨주는 보복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 특수부대, 잠수함 등 비대칭전력에 중점을 두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군사적 효율성보다는 한국과 미국이 ‘전쟁을 각오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심리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정권 속성상 당연하다. 방어에 집중하는 순간, 김정은은 상황을 이끌지 못하고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무능한 지도자로 전락한다. 바로 그 순간 북한 정권은 마지막 동력을 잃고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북한 군사전략의 약점은 우리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방어에 약한 북한의 허점을 찌르는 군사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요컨대 북한이 장사정포 전력을 서울을 향해 투사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방어력을 소진하고자 한다면, 응당 대화력전으로 이를 철저히 파괴하고 북진을 하는 것이다. 이런 대비태세가 갖춰졌을 때 북한은 함부로 자신의 소중한 포병전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전면전을 준비해야 전면전을 막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내는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동의 없이 누구도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너무도 당연한 말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결단하면 전쟁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우리가 갖춰야 한다는 점도 너무 당연하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군사능력 전반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대화력전 능력은 한국형 3축체계의 일환으로서 지난 정권 동안 꾸준히 투자되어 왔다. 현 정부도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만큼은 그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킬체인(선제타격),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 그리고 KMPR(대량응징보복)로 구성되는 3축체계 가운데서는 킬체인·KMPR 능력이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이 가능하면서도 북한에 위협적인 능력이 된다.

그러나 3축체계에 너무도 집중한 나머지 북진을 위한 준비는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도움이 없이도 북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현 정부가 추구하는 전작권 전환에서 중요한 사항이 된다. 예를 들어 북진을 하려면 북한의 열악한 도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K2 흑표 전차처럼 거의 60t에 가까운 전차는 남한 지형에선 무적이지만 북한 지형에선 제약이 많다. 차라리 경전차가 기동과 전투에 유리할 수 있다. 또한 대북 공격 경로상에 놓인 수많은 하천을 건너려면 자력 도하만으로는 어렵다. 장간 조립교를 만들 시간도 없다. 10~20분 내에 전개가 가능한 수륙양용가교차량 같은 것이 필요한데 10년이 넘도록 사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탄약, 물자와 유류 보급도 문제다. 2차대전 때만 해도 1개 사단이 하루에 필요한 물자량이 700~750t 정도였다. 노르망디상륙작전 때는 전진보급기지에 물자를 채우기 위해 하루 6000대 가까운 차량이 1만2000t 이상을 날랐다. 6·25 때도 북진했던 UN군의 발을 묶은 것은 보급이었다. 북진을 할수록 전선은 넓어지고 부대 간 연결이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보급의 한계였다. 육로보급의 한계가 있다면 해상에서 보급할지 공중수송으로는 얼마나 보급이 가능한지 등등을 따져야 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는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독자적 능력을 키워야 한다. 북한 전역까지 확장이 가능한 지휘통신망을 구축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전면전을 막으려면 전면전 능력이 보장되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3축체계 능력 구축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이런 공세적 태세야말로 북한의 보복공격을 막는 길임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워왔다. 2015년 8월의 DMZ 목함지뢰 도발과 포격도발 때도 결국 우리 군과 정부, 그리고 국민이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 북한에 준엄한 자세를 취하며 항전의지를 펼치자 북한이 굴복했었다. 한반도에서의 싸움은 늘 의지의 싸움이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안보 위협이다. 장래에는 핵 위협에 바탕한 북한의 얼토당토않은 협박에 노출된다. 반드시 막아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만큼 북한에 있어서도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박이다.

우리는 한때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하던 남북 체제 경쟁의 제2막에 접어들었다. 국가의 모든 전략은 이 경쟁에서 승리하여 생존할 수 있는 데 집중되어야만 한다. 북한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떨지 말고, 우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북한이 떨게 만드는 전략이 차분차분 준비되어야 한다. 국가가 없이는 평화도 없고 번영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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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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