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photo 연합
지난 10월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 ⓒphoto 연합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全大·당대회)가 지난 10월 18일 수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초가을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개막됐다. 중국공산당이 제1차 전대를 열어 창당한 것이 1921년이다. 96년 만에 제19차 당대회를 개최한 것은 거의 한 세기 동안 5년마다 한 차례씩 전당대회를 개최해온 중국공산당의 저력을 온 세계에 과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전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임기 5년의 중앙위원 약 200명을 선출하는 것이다. 약 8900만명인 중국공산당 당원 가운데 전국에서 2280명의 대표가 모여 오는 10월 24일까지 1주일간 회의를 열면서 새로운 5년 임기의 중앙위원 약 200명을 선출한다. 이번 당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들은 앞으로 매년 한 차례씩 중앙위원회 전체회의(中全會)를 열어 그해 국가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게 된다. 이 중앙위원들은 오는 10월 25일 중국공산당 제19차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열어 앞으로 5년간 중국공산당을 이끌고 갈 25명의 정치국원과 7명 안팎의 정치국 상무위원, 그리고 새로운 5년 임기의 당 총서기를 선출하게 된다.

10월 18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제19차 전대 개막식은 시작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일본과 홍콩 언론들이 그동안 현 당 총서기 시진핑이 “1인 체제를 구축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자신의 측근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유임시키거나 총리로 발탁해서 새로운 시진핑의 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라는 추측성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시진핑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거나, 덩샤오핑(鄧小平)이 지도자의 연경화(年輕化)를 위해 설계한 ‘칠상팔하(七上八下·당과 국가의 중요 직위에 67세까지만 등용하고 68세 이후는 제외한다)’의 인사원칙을 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입장

오전 10시 중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19차 전당대회를 관리할 243명의 주석단이 인민대회당 무대 위로 입장했다. 주석단의 맨 앞에는 42명의 주석단 상무위원들이 입장했다. 맨앞에는 앞으로 5년간 중국공산당을 이끌고 갈 것으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18기 중앙위원회 당 총서기가 입장했고, 시진핑의 바로 뒤에는 놀랍게도 올해 91세인 시진핑 전전임자(前前任子)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가 특유의 커다란 검은 안경을 쓰고 입장했다. 장쩌민의 뒤를 이어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胡錦濤·75) 전 총서기도 입장했다. 장쩌민은 91세의 고령이라 입도 이유 없이 오물거리고 자주 눈물도 닦는 모습이었지만, 75세의 후진타오는 현역 당 총서기 시절의 냉정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시진핑의 바로 뒤를 따라 입장한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시진핑의 바로 왼쪽 자리와 오른쪽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총리직을 겸직하고 있는 중국공산당 권력서열 2위 상무위원 리커창(李克强)과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권력서열 3위 장더장(張德江)을 비롯한 18기 정치국 상무위원 6인은 시진핑, 장쩌민, 후진타오 트로이카의 바깥쪽 오른쪽, 왼쪽 자리에 나누어 앉았다.

인민대회당 중앙무대 제일 앞자리에 가로로 한 줄로 늘어서 앉은 42명의 주석단 상무위원석에는 놀랍게도 100세의 쑹핑(宋平) 전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펑(李鵬·89), 주룽지(朱鎔基·89), 원자바오(溫家寶·75) 등 3명의 전 총리가 앉아 있었다. 상하이(上海)시 당 서기 출신의 장쩌민을 무사히 베이징의 권력 무대에 정착시킨 쩡칭훙(曾慶紅·78)을 비롯한 전직 상무위원급 원로들도 총출동했다.

이번 대회를 관리하고 총 책임질 대회 주석단 상무위원석에는 이들 원로들 이외에도 인민대회당 건축 책임자로 목수 출신의 권력자로 불린 리루이환(李瑞環), 장쩌민 시대 ‘상하이방(幇)’의 실력자였던 우방궈(吳邦國)를 비롯 자칭린(賈慶林), 리란칭(李嵐淸), 우관정(吳官正), 리창춘(李長春) 등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대회 진행을 지켜보았다. 시진핑 2기를 꾸려갈 새로운 권력자들의 얼굴들도 보였다. 마카이(馬凱), 왕후닝(王滬寧), 류옌둥(劉延東·여), 류치바오(劉奇葆), 쉬치량(許其亮), 쑨춘란(孫春蘭·여), 리젠궈(李建國), 리위안차오(李源潮), 왕양(汪洋), 장춘셴(張春賢), 판창룽(范長龍), 멍젠주(孟建柱), 자오러지(趙樂際), 후춘화(胡春華), 리잔수(栗戰書), 궈진룽(郭金龍), 한정(韓正) 등이 주석단 상무위원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이 발탁한 천민얼(陳民爾) 충칭시 당 서기는 대회 주석단 상무위원 자리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상무위원단 바로 뒤 대회 주석단 자리에 앉아 시진핑 당 총서기의 대회 보고를 열심히 메모했다.

시진핑은 이날 당대회 보고에서 “신(新)중국 건국(1949년) 100주년 즈음인 2050년까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기본적으로 실현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선포했다. 그는 “덩샤오핑 동지는 공동부유가 ‘사회주의 본질’이라며 최종적으로 이를 실현하는 것이 사회주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19차 당대회 개막식에 입장하는 전·현직 총서기 시진핑, 장쩌민, 후진타오(오른쪽부터). ⓒphoto AP·연합
19차 당대회 개막식에 입장하는 전·현직 총서기 시진핑, 장쩌민, 후진타오(오른쪽부터). ⓒphoto AP·연합

시진핑, 신시대 36차례 언급

시진핑은 2280명의 당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개막식에서 3시간24분간 읽어내려간 업무보고를 통해 ‘신(新)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통치이념을 제시했다. 그는 이 사상이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 이론과 부자들의 입당을 허용한 ‘3개 대표 중요사상’,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한 과학적 발전관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최신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의 통치이념은 10월 24일 폐막 전에 결정될 당장(黨章·당헌) 개정에서 공산당의 지도사상으로 추가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그의 이름이 명기되지는 않은 채 사상의 내용만 당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19대 개막으로 집권 2기(2018~2022년)를 시작하게 된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제시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신시대’를 추가했는데 그가 업무보고에서 신시대를 언급한 횟수는 36차례에 달했다. 그는 “신시대의 진입은 중화민족이 일어서서 부유해지고 강대해지는 위대한 비약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밝은 미래를 맞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이 말한 신시대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생활) 사회 실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전면 실현 △전체 인민 공동부유 점진 실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한 분투 △중국이 세계 무대 중심으로 가고 인류에 크게 기여하는 시대로 설명됐다.

그는 특히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켜 2020년까지 전면적 샤오캉(小康·중산층이 널리 확보된) 사회를 실현하고 이 기초 위에서 2단계에 걸쳐 21세기 중엽(2050년)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이고, 문명적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세계 1위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시 주석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는 1단계인 2035년까지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을 크게 키워 혁신형 국가의 앞자리를 차지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이 시기까지 중산층 비율이 늘고 빈부격차가 줄어 공동부유를 향한 중요한 걸음을 내디딜 것으로 시 주석은 예상했다. 또 생태환경도 좋아져 아름다운 중국 건설이 기본적으로 실현될 것으로도 예상했다.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와 ‘세계의 지도국가로 부상하겠다’는 2개의 100년 목표 실현을 위해 시 주석은 혁신능력과 경쟁력을 끊임없이 강화할 수 있는 현대화 경제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급 사이드에 대한 경제 구조 개혁 심화, 혁신형 국가 조기 건설, 농촌진흥 전략, 지역균형발전 전략,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보완, 전면적으로 개방된 새로운 구도 형성 등 6가지 방향도 제시했다. 이들 정책 방향은 앞으로 19대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경제정책 노선으로 더욱 뚜렷한 색채를 띠게 될 전망이다.

공급 측 개혁은 종전과 달리 과잉공급 해소보다 세계 수준의 선진 제조업 클러스터를 몇 곳 육성키로 하는 등 양질의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시진핑은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과 실물경제를 심층적으로 융합해 중고급소비, 혁신 유도, 녹색저탄소, 공유경제, 현대 서플라이체인, 인력자원 서비스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을 불러일으켜 창업과 혁신에 더 많은 사회주체가 나서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혁신형 국가 건설을 위한 기초과학 연구도 강조됐다. 획기적 기술혁신을 통해 과학기술강국, 품질강국, 항공우주강국, 인터넷강국, 디지털강국, 스마트사회 건설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모델 혁신이나 서방의 기술을 저가에 모방하는 식으로 고성장해온 중국 IT기업이 기술 혁신에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는 시진핑의 집권 1기에 추진하기 시작한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성) 개발, 창장(長江)경제벨트 발전, 허베이성 슝안(雄安)신구 건설을 재확인했다. 슝안신구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말 발표한 48개 입주 기업 리스트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징둥금융,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의 간판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부패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최대 위협”

대외개방에서는 시진핑이 국책사업으로 내세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일대일로를 통해 외자유치와 대외진출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또 상하이, 광둥성 등 11곳에 조성된 자유무역시험구에 더욱 큰 개혁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유무역항 건설을 모색하기로 했다. 그는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도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면서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신시대에 접어들면서 사회 주요 모순도 인민의 날로 늘어나는 아름다운 생활에 대한 수요와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사이의 모순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인민의 물질·문화 생활에 대한 요구뿐 아니라 민주·법치·공평·정의·안전·환경 등에서의 요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사회생산력이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되고 세계적으로 선두에 있지만 불균형적이고 불충분한 발전 문제가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은 “부패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며 반부패 운동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시급 및 현급 당위원회 순찰제도를 수립하는 한편 국가급·성급·시급·현급 감찰위원회를 설립해 당 기율검사위원회와 손잡고 모든 공직자들을 감찰 범위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법치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전면 의법치국(依法治國) 영도소조(領導小組)도 만들기로 했다.

이날 대회가 열린 인민대회당과 천안문(天安門)광장, 고궁(故宮) 주변에는 무장경찰들이 곳곳에 보안검색대를 설치하고 인민들의 출입을 사실상 통제했다. 천안문 앞에는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도록 광장 동서를 경찰이 봉쇄한 채 일일이 신분증과 여권 검사를 했다.

과거 당대회와는 달라진 모습도 보였다. 과거에는 당대회가 열리면 베이징 시내 주요 건물에는 각종 구호를 적어 넣은 붉은 바탕, 흰 글씨의 대형 플래카드가 즐비했다. 이번에는 시내 곳곳의 교통 요지에 조그만 크기의 LED 전광판에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 ‘제19차 당대회는 휘황한 미래를 보장한다’ 등 10자 안팎의 세련된 구호판만 24시간 내걸렸다. 중국공산당의 홍보 전략도 조금씩 세련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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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전 조선일보 베이징ㆍ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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