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8일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8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한병도 정무비서관이 승진 임명되면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중책을 맡은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무수석은 청와대 수석 중 최선임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인사가 맡지만 한 수석은 현재 청와대 수석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한병도 수석은 1967년 전북 이리(현재 익산)의 독실한 원불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익산은 전남 영광군과 함께 원불교의 양대 성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한 수석은 원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재학 시절에는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탄핵 역풍이 분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전북 익산갑 지역구에 출마해 최연소인 만 36세로 당선됐다. 이후 18대, 19대 총선에서는 당내 경쟁에서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고, 20대 총선에서는 익산을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한 수석은 ‘주사파 논란’이 따라붙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이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전북 지역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1989년 학생운동을 하던 도중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당시 전대협 전국 의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이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전남 장흥 출신인 임 비서실장은 한 수석보다 한 살이 많다. 한 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전대협 3기 때부터 교분을 유지했다. 1989년은 임 실장이 전대협 3기 의장으로 활동하며 임수경씨를 방북시켰던 해이기도 하다.

한 수석의 정무수석 승진 임명은 현재 대부분의 지역구를 호남에 둔 ‘캐스팅 보트’ 국민의당과의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한 수석의 정무수석 임명을 두고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은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부정적인 논평을 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1월 28일 한병도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 임명을 두고 “전대협 출신 청와대 비서실장에 전대협 출신 정무수석. 청와대는 운동권이 아니면 도저히 사람이 없는가”라며 “문재인 정부 지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구심에 스스로 답을 보여주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유의동 바른정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줄곧 선임 수석에 걸맞은 인사를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초선의원 출신의 수석이 낙점됐다”며 “신임 수석은 청와대 실세의 총애를 받는다고 한다. 잘못된 소문인가. 그저 억측이고 기우이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한 수석이 당대표들을 예방하는 과정에서는 일종의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수석의 예방을 받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운동권 시절과 다르다.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 임종석 비서실장이나 한 수석은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다. 운동권 방식은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수석은 “운동권 방식이 어떤 방식인지 잘 모르겠지만 균형감 가지고 걱정하시지 않도록 더 진중하게 의견 많이 듣겠다”고 답했다. 한 수석의 전대협 이력을 두고 홍 대표와 가벼운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한병도 수석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한 수석은 2012년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를 가리켜 “정말 존경하는 분”이라며 “국회의원을 할 때 생각의 지향점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 수석은 한명숙 전 총리가 2010년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을 때는 수행실장을 했고,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를 하던 시절에는 정무특별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라크 고위 인맥 지녀

한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을 위해 꾸린 초기 캠프인 ‘광흥창팀’에 합류하면서 현 정부와의 인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광흥창팀은 서울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인근 상수동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팀 멤버 13명은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한 핵심 공신들이다. 멤버 13명 대부분이 청와대에 들어갔다. 외국으로 떠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제외하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이 모두 광흥창팀 멤버다.

한병도 수석은 국내에 흔치 않은 이라크 고위 인맥을 지닌 사람으로도 꼽힌다. 한 수석은 2009년 ‘한국·이라크 우호재단’을 설립해 최근까지 이사장을 맡았다. 이 재단은 이라크의 어린 환자를 치료하고 한국과 이라크 정치인들의 교류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한 수석은 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4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한 수석은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 이슬람 최고평의회(SCIRI)’ 압둘 아지즈 알 하킴 의장의 아들인 암마르 알 하킴과의 인연으로 이라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독실한 원불교 집안 출신인 한 수석은 종교지도자들의 모임을 통해 알 하킴을 소개받았고, 그의 아들이 난치병으로 고생 중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한국에 이들을 초청해 난치병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2009년 사망한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의 뒤를 이어 SCIRI의 지도자가 된 암마르 알 하킴은 한국·이라크 우호재단의 명예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한 수석은 17대 국회의원 시절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한 수석이 의정활동을 할 당시 발의한 법안 중 눈에 띄는 것은 2004년 11월 9일 한 수석이 발의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법률안’이다. 창업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당시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한 것, 창업보육센터 보육실을 중소기업 창업지원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창업보육센터사업자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지원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이 법으로 인해 바뀐 점이다. 이 법안에는 한 수석을 포함한 열린우리당 의원 151명이 찬성했다.

한 수석은 2004년 9월,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한 미국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항의 서한에 서명한 의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 서한에는 한 수석 말고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당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 새천년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 26명이 서명했다.

한 수석은 2004년 국회의원 당선 과정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지역신문 기자에게 돈을 주고 자신을 미화하는 기사를 실은 혐의를 받았다. 재판을 맡은 1심은 검찰이 구형한 300만원보다 많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벌금을 80만원으로 줄여줬다. 대법원에서 같은 금액으로 확정 판결이 나오면서 한 수석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2심을 맡은 광주고법은 “성실히 의정활동을 수행하고 국정과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을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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