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photo 뉴시스

검찰이 조만간 적폐(積弊)수사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 등 MB와 연관된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적폐 수사의 종착지로 여겨져왔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MB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 적폐수사를 마무리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2월 5일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 대검찰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각 부처에서 보내온 사건 중 중요 부분에 대한 수사는 연내에 끝내겠다” “올해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폐수사를 연내 매듭짓겠다는 검찰 총수의 이른바 ‘출구 전략’이 공개되자 뉴스의 초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옮겨갔다.

청와대와 여권, 그리고 문재인 정부 지지층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MB 정부 적폐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최근 “(적폐수사의 연내 마무리는) 불가능하다”면서 “박근혜 국정농단을 넘어 그 원인이 된 이명박 정부의 적폐에 대한 수사 정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아니냐”면서 MB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야당인 국민의당도 MB 수사에 관해서는 여당과 입장이 같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월 13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지체되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은 국정원 등 각 부처에서 고발한 적폐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각 부처에 이른바 ‘개혁’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파헤친 부정·비리 사안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의혹 파헤치기의 일환으로 비쳐졌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등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 적폐수사가 탄력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중심에 놓인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공작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원 전 원장은 재직 시절 ‘민간인 댓글부대’로 알려진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된 상태다.

원 전 원장은 윗선 보고 여부에 대한 진술을 거부해왔다. ‘MB에게 정치개입 활동을 보고했는지’에 관한 원 전 원장의 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검찰은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 MB 정부에서 정치공작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군(軍)사이버사령부 관리책임자와 보고라인을 잇따라 소환조사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MB 관련 수사는 큰 진전이 없었다. 최근 김태효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고 앞서 구속됐던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적부심에서 모두 풀려났다. MB 정부 시절 정치공작의 보고라인에 있던 인물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한때 MB 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검찰은 지금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MB는 정치관여 의혹 사건 이외에도 검찰 조사가 필요한 고소고발이 몇 개 더 있다. 자동차부품회사 다스가 투자자문사인 BBK에 투자한 14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 MB 재직 당시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이 있다. BBK 사건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털 장모 대표는 BBK 김경준 전 대표가 스위스 비밀계좌를 통해 다스의 투자금을 반환함으로써 다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면서 MB를 고발했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김경준 전 BBK 대표는 주가조작을 통한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올해 3월 만기출소한 뒤 미국으로 추방됐다.

MB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여권과 친여 성향 언론에서 “반드시 규명해야 할 사안”으로 손꼽고 있다. 서류상 MB 소유로 볼 근거가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러나 다스에 재직했던 인사 중 일부가 “다스 실소유자는 MB”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검찰이 이들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다스가 12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수사하지 않은 정호영 BBK특검팀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정호영 변호사는 2008년 실시된 BBK특검을 이끈 인물이다.

MB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 여부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MB 수사의 방향을 예측하기 위해 주간조선은 검찰총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일선 지검장을 지낸 전직 검찰 고위인사 5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3명의 전관이 “MB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나머지 2명의 전관 변호사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MB가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변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강공 드라이브와 MB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소환조사의 배경으로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A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목표로 최종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렬 지검장이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결국 MB도 포토라인에 서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현 정부에서 검찰 수사는 과거보다 노골적이고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관 변호사들 MB 조사에 무게 둬

제주지검장을 지낸 B 변호사의 경우 여론의 향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중 여론은 ‘MB도 수사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이 MB를 조사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간다면 봐주기라는 비판이 쇄도할 것이다. 무엇보다 MB 측 대응이 중요할 것 같다.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벌어지면 부정적 여론에 떠밀려갈 수 있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C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MB에 관한)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는 적폐수사가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적폐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연내 적폐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에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추가 수사의뢰가 이어지고, 잇단 구속영장 기각 등을 놓고 볼 때 연내 적폐수사를 마무리하기는 난망해 보인다.”

이에 반해 검찰총장을 지낸 D 변호사와 광주지검장을 지낸 E 변호사는 MB 조사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D 변호사는 그러나 “적폐수사를 조기에 매듭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적폐라는 것은 수사로 정리할 사안이 아니다. 각 부처별로 나쁜 문화를 고쳐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MB를 조사하느냐, 마느냐를 떠나 검찰은 지금 같은 수사를 조속한 시일 안에 정리하는 게 맞는다. 연내 수사 마무리 발언을 한 문 총장의 판단은 맞다고 본다. 서울지검장도 총장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검사도 이런 수사를 계속하고 싶어하진 않는다.”

D 변호사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렬 지검장의 갈등설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장도 검사고 지검장도 검사다. 의견 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총장 의견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문무일·윤석렬 모두 내가 데리고 일했는데 둘 다 좋은 사람이다. 윤석렬은 잘못 알려져서 그렇지 원래 충돌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 검찰은 잘하고 있다.”

MB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게 된다면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전관 변호사들은 대체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A 변호사의 주장이다. “MB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문제와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전혀 별개다. 불구속 수사 원칙이라는 게 있고 전직 대통령 예우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 새로운 중대 범죄 사실이 있고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검찰이 MB를 상대로 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MB의 소환조사가 현실이 된다면 영장청구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B 변호사의 말이다. “검찰 내부에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늘 있게 마련인데, 대개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는다. 온건파는 ‘왜 봐주려고 하느냐’는 식의 힐난을 듣고 강경파는 정의의 사도인 양 기세가 등등하다. MB의 사법처리 문제도 이런 식의 논의를 거칠 게 분명하기 때문에 검찰에 소환된다면 영장청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전략을 짜야 할 것 같다.”

이들은 검찰이 MB 문제를 제외한 적폐수사를 조속한 시일 내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적폐수사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 변호사는 “윤(석렬) 지검장하고 최근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자기도 연내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다른 검사들도 빨리 끝내고 싶어 난리라 하더라. 윤 검사장도 무슨 득을 보겠다고 이 수사를 계속하겠나.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안팎에서 욕을 먹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E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일부 언론에서 문무일 검찰총장과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 “연내 수사 마무리” 발언을 두고 불화설이 제기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MB를 소환조사한다면 이를 지지하는 여당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와 관련 “이명박 수사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쇼”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전망했다. “MB를 포토라인에 세우려면 검찰이 국민적 공분을 살 만한 사안을 추가로 찾아야 한다. 만약 검찰이 MB를 소환조사한다면 영장청구까지 염두에 두고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김대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