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유성엽 의원, 박지원 전 대표, 조배숙·박주현·김광수 의원. ⓒphoto 뉴시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전체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유성엽 의원, 박지원 전 대표, 조배숙·박주현·김광수 의원. ⓒphoto 뉴시스

국민의당의 분당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안철수 대표와 이에 반발하는 호남 중진의원들 간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중재가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오는 1월 28일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 대회까지 열기로 했다.

“신당으로 우리 갈 길 가겠다”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두 갈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안철수 대표 측 전당대회를 막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들만의 개혁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도 안 대표 측이 어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전당대회를 추진하겠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막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당을 만드는 ‘플랜 비(B)’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통합반대파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지난 1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월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기로 했다”고 했다. 안 대표 측 전당대회를 막지 못하더라도 분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위원장은 조배숙 의원이, 단장은 김경진 의원이 맡기로 했다. 창단기획단, 총무위, 조직위, 홍보위, 정강정책위, 당헌당기위 등 6개 위원회를 두기로 했고 여성, 청년, 노인 등 3개 특위도 구성했다. 온전한 당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최경환 의원은 “6개 위원회와 3개 특위 인선, 창준위 발기인대회 등 2가지 축으로 개혁신당 창당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창당의 법적 성격을 갖는 개혁신당 창준위 발기인대회를 통해 발기인들을 선정하고 당명 공모 등 실질적인 부분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조배숙 의원은 이날 안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죽었다. 이제 안 대표와는 더 이상 정치를 함께할 수 없으며, 안 대표는 더 이상 저희들의 경쟁상대도 되지 못한다.” 이어 “개혁신당 창당 얘기를 듣고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데 공통점은 안 대표에 대한 실망을 표현한다는 것”이라며 “안 대표와 시시비비를 가리고 다투는 것도 시간낭비라는 결론을 내렸으니 우린 갈 길을 가겠다”고 했다. 또 “임의적 정계개편을 통해 국민이 만들어준 다당제를 비생산적 양당제로 되돌리려는 정치인과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신당은 적폐청산과 한반도 평화에 앞장서 진정한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 측의 전당대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이날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해 당규를 개정한 것과 관련해 법원에 당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국민의당 서울 강남갑 지역위원장인 홍훈희 변호사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운동본부 회의에 참석해 “당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오늘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개정된 당규 중 전당대회 의장이 특정일까지 전당대회 소집공고를 해야 한다고 한 점과 대표당원의 사임 의사 표명을 서면이 아닌 구두로 하게 한 것, 당비를 내지 않은 대표당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기로 한 부분 등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의 정치가 박정희나 전두환보다 훨씬 교묘하게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안 대표의 전대 작태에 대해 사사건건 가처분 신청을 하고, 무슨 짓을 하더라도 지적할 것은 지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함께 1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개혁신당(가칭)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두 대표는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를 시작합니다’라는 선언문을 통해 “진영 논리에 빠져 권력만 탐하는 기득권 보수와 수구적 진보를 물리치고 유능한 대안정치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무능, 독선, 오만에 사로잡힌 민생 대책들은 내놓는 것마다 시장에서 실패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낡고 부패한 보수야당은 반성도, 책임도, 비전도 없이 국민에게 대안세력으로 조금도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당 합류 의원 10여명 선

국민의당 분당이 정치적 상수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만들겠다는 개혁신당의 규모와 역할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2016년 총선에서 호남 28석 중 23석을 휩쓸었다.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주축도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개혁신당에 합류할 의원 숫자를 10여명 선으로 보고 있다. 창당준비위원회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은 박지원·천정배·정동영·조배숙·유성엽·이용주 의원 등 11명. 호남 지역구 의원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 전 당원 투표 가처분 신청에 이름을 올린 박주선·장병완·김광수·이용호 의원 등도 통합반대파로 분류된다. 다만 이들이 실제 개혁신당에 합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역시 호남 중진인 김동철·주승용 의원은 양측의 중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 김관영·권은희·손금주·송기석 의원 등은 호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지만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통합 작업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개혁신당이 실제로 창당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당초 민주당에 있다가 갈라져 나온 의원들인 데다가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보수야합’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 이들로서는 진보적 정체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혁을 제도화하고 공고히 하려면 국회 다수파를 형성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민주당이든 우호세력과 함께해야 한다”며 “다수파 개혁연합을 확고하게 만드는 데 개혁신당이 참여하고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최대한 많은 숫자로 개혁신당을 구성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개혁신당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김대중 노선’이라고 했다. 반개혁적 요소를 철저하게 털어내는 작업은 문재인 정부가 하는 적폐청산과 큰 차이가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 2중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하는 것 이상의 개혁성을 보여주면 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호남 자민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원 숫자가 많지 않은 데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정당으로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결국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합류하느냐에 따라 개혁신당의 역할이 정해질 것”이라며 “10명이 채 안 되는 ‘미니정당’ 수준이라면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가 어렵지만 15명 이상이 돼 민주당과 협조해서 국회 과반에 가까운 숫자가 형성된다면 국회 상황이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통합반대파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는 한 호남 중진의원은 “호남의 지역적 정서를 감안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의원이 개혁신당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며 “안 대표가 자유한국당과 같은 뿌리인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 지역구 내부의 반감이 큰 상태”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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