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왼쪽)과 김수현 사회수석이 지난 6월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김수현 사회수석이 지난 6월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컨트롤타워’라 불리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 대한 책임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수석은 그동안 청와대에서 ‘왕수석’이라 불리며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지난 10월 10일부터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주요 쟁점이 되면서 김수현 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화제로 떠올랐다. 국토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김수현 수석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설계자, 실질적 입안자로 일컬어지고 있다. 국감에 출석시켜 부동산정책에 대한 철학과 가치, 합리성과 적절성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국감서도 출석 여부 쟁점

하지만 여당에서 이를 반대하면서 국토교통부 국감은 증인 채택을 둘러싼 날 선 공방으로 시작됐다. 지난 10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국토부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국토위 위원들은 노트북에 “증인 채택 합의하라”는 피켓을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김수현 수석이 주목을 받는 것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김 수석은 그동안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김 수석은 지난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별도 입장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은 공교롭게도 김현미 장관의 여름휴가 일정 중에 발표됐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부동산정책을 더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휴가 중 정책 발표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이 여름휴가 일정 중 대책을 발표했는데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당시 김성태 의원의 발언은 ‘8·2 부동산 대책이 사실상 김수현 수석의 작품이 아니냐’는 지적으로 읽혔다. 청와대 사회수석이 정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 이례적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상승 문제가 잡히지 않아서였을까. 김수현 수석은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물밑작업은 여전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9·13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하루 앞둔 9월 12일 김수현 수석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을 만나 준비해온 부동산 대책 초안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서로 의견을 나눴다. 김 수석이 청와대로 돌아간 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예정에 없던 청와대 호출을 받게 된다. 부동산 대책 회의 소집이었다. 다음날 부동산 대책 발표 때까지 9·13 부동산 대책의 전체 그림과 초안, 수정사항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인물은 김수현 수석 단 한 명뿐이었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예고된 우려?

김수현 수석의 이런 ‘신출귀몰한 개입’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당에서도 탐탁지 않아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김수현 수석만큼 힘을 지닌 인물은 없을 것”이라며 “당과 조율하는 식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결국 나오는 정책을 보면 정책위와 조율한 내용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김 수석과 관련된 항의성 민원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라며 “당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수현 수석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가 국민경제비서관 등을 맡으며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대책을 설계했다. 정권이 바뀐 뒤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다 2014년부터 서울시 정책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의 원장 자리를 맡아 서울시의 주택정책을 지원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가장 원성을 산 부분이 바로 부동산정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 4년을 맞은 2006년 12월 “부동산 말고 꿀릴 것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 도입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규제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노무현 정부 5년간 전국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23.9%에 달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은 56.58%나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벌써 9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국토부는 지난해 6·19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지난 9월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까지 모두 9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 횟수가 늘어날수록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 10일 국회 국토위 소속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제출받은 ‘각 정부별 초기 2년 전국 시도별 아파트 가격변동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58%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같은 기간 노무현 정부 시절 아파트값 상승률(9.06%)보다 높은 수치로, 이명박 정부(5.86%), 박근혜 정부(0.69%)에 비해서도 상승 폭이 컸다. 수도권 전체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5.72%였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집값을 잡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문재인 정부가 지난 1년 반 동안 8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는 점만 보더라도 참담하게 실패했다”며 “정부는 집값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불만 해소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상실감에 빠진 국민들의 아픔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일까. 김수현 수석의 ‘사퇴론’ 역시 점차 짙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한계치에 달한 느낌이다. 사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은 물론이고 서울연구원장 시절에도 부동산이나 도시정책과 관련해 성공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며 “사람이 그대로인데 정책이 바뀔 수 있겠나. 왜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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