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월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를 놓고 국내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냐 ‘신형 전술유도무기’냐로 논쟁이 뜨겁다.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는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처음 등장했다. 차량과 탑재된 미사일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빼닮아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렀다.

북한은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지난 5월 4일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발사했는데 200여㎞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시 오전 9시6분경부터 9시27분경까지는 방사포를 발사했고, 추가로 이 무기 1발을 발사했다. 이 무기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비행거리가 200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체연료 용량에 따라 사거리는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쏠 경우 중부권 이남까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 특히 이 무기는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등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최대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5월 4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직후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여분 뒤에 “단거리 발사체”로 정정했다. 북한이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한 후에도 굳이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도발 수위를 일부러 낮췄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양치기 소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영변 카드’ 무산에 대한 분풀이?

이번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를 바라보는 군의 시각은 ‘확고한’ 듯하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사진을 공개했기 때문에 미사일이라 인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국방부는 ‘전술유도무기’라는 북한 용어를 그대로 고수했다. 그마저도 “한·미 정보 당국은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분석 중”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정석환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예전에는 전략무기를 단종으로 시험 발사했으나 이번에는 방사포 등 여러 가지를 섞어서 발사하며 훈련한 것이 특이한 점”이라며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도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 화력타격 훈련이었다”고 했다. 정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미가 탄종에 대해 영상이나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북한의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유도무기에 대한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무기를 ‘미사일’로 규정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과 함께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응도 기대와 달리 미온적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이 아닌 “단거리 발사체”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추정 발사체와 관련해 한·미 간 정보교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사일이냐 발사체냐를 떠나, 북한이 한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청와대와 국방부가 즉각 규탄성명을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남측에 대한 경고이자 분풀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지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미국에 내밀었지만 거절당하자 이에 대한 분풀이를 남쪽을 향해 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북한은 지난해 9·19 평양회담에서 남측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조항을 넣자고 하는 바람에 ‘영변 카드’가 싼값에 넘어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이번 발사 무기가 ‘전술유도무기’라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지난 4월 17일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시찰에서 소개된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실제 훈련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릴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전략무기였다면 전략군사령관이 참석한 상태에서 발사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포병국장이 대신 참석한 것을 보면 전략무기가 아니라 전술무기를 시험하는 단계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어 “보통 우리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하면 사거리가 1000㎞ 이내, 중거리는 3000~5000㎞, 장거리는 5000㎞ 이상인데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것은 사거리가 200㎞ 언저리였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한화가 양산하는 전술지대지탄도탄(KTSSM·Korea Tactical Surface to Surface Missile)에 대응해 서둘러 개발한 무기 체계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7년 개발된 전술지대지탄도탄 케이티즘(KTSSM) 역시 유도장치를 장착하고 있으나 우리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미사일’이 아니라 ‘전술지대지유도무기’라는 제식 명칭을 부여한 바 있다. 국방부의 한 영관급 장교는 “국방부가 이번 북한이 쏜 발사체의 탄종을 놓고 전술지대지 유도무기인 케이티즘(사거리 100~200㎞)과 천무 다연장로켓(사거리 80㎞), 현무2 탄도미사일(사거리 300~800㎞)급 사이에서 고민한 것 같다”며 “사거리가 200㎞ 이상을 날아간 게 확인되면 미사일이고, 100~150㎞ 사이이면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라고 보는 게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군 케이티즘 대응 무기

케이티즘은 ‘한국형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탄이다. 미 록히드마틴사 제작의 에이태킴스(ATACMS) 탄도탄은 다연장로켓(MLRS) 발사차량에 2발을 탑재해 사격하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다.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의 SA-2/3 지대공 미사일 발사기지 30곳 이상을 초토화시켰고, 약 200대의 장갑차량을 파괴했다. 사거리 165~300㎞의 블록1형에 탑재한 자탄 950개는 축구장 4배에 해당하는 550m의 범위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케이티즘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이명박 정부가 긴급히 추진한 ‘번개사업’으로 탄생했다. 개전 초 수도권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북한의 장사정포를 ‘싹쓸이’하는 것이 가능해 ‘장사정포 킬러’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의 170㎜ 자주포, 240㎜ 방사포 갱도타격, 300㎜ 방사포 갱도타격용, 스커드미사일 고정기반시설 파괴용으로 개발된 케이티즘은 고정형과 이동형 발사대로 종류가 나뉜다.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는 케이티즘은 현재 전력화가 진행 중이며 육군에 실전배치 중이다. 케이티즘은 육군의 ‘현무2’와 ‘현무4’(가칭) 미사일과 함께 ‘전천후·초정밀·고위력 미사일 3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한국군의 전략무기다.

케이티즘은 2017년 10월 24일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을 찾은 국회 국방위원들 앞에서 위력을 과시한 적도 있다. 당시 케이티즘 2발이 발사된 지 수분 후 ○○○㎞(비공개) 떨어진 거리의 수미터 반경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자 참관하던 국방위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케이티즘의 개발이 재래식 전력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북한의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더라도 재래식 전력에서 한국군이 앞서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마도 러시아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이나 SS-21(스캐럽) 미사일 기술을 카피해 한반도 전역과 주한미군 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개발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한국군은 전술적 타격수단 못지않게 다양한 북한 타격수단을 갖추고 있다. 육군은 K136/A1 구룡 다연장 로켓포를 개발·전력화한 데 이어 1998년 M270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해 대화력전의 주력으로 활용했다. 500발 이상의 자탄을 내장한 227㎜ 로켓탄을 30㎞ 이상 떨어진 표적에 12발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MLRS는 2003년에 생산이 종료돼 더 이상 도입이 어려워진 상태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K239 천무 한국형 다연장 로켓포를 자체 개발해 전력화했다.

천무는 궤도차량에 비해 운용이 편리한 차륜형 차량을 기반으로 했다. 기존 M270 MLRS에 비해 사격반응 시간은 93초에서 16초, 재장전 소요시간은 260초에서 160초로 각각 줄어들었다. 230㎜ 무유도 로켓탄과 239㎜ 유도 로켓탄은 물론 K33 131㎜ 포드화 로켓탄 역시 사격할 수 있다. 포병여단이 보유하고 있던 기존의 구룡 다연장 로켓포를 대체해가는 중이다.

국방부는 육군이 운용할 각종 현무 미사일도 2020년까지 약 2000발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대 육군 화력의 핵심이 탄도탄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군 장사정포와 방사포 진지를 제압하기 위해 개발한 케이티즘도 2020년부터 ㈜한화가 양산에 들어가며, 차량화시킨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Ⅱ 사업도 곧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형 킬체인(Kill Chain)’도 북한에는 위협적이다. 킬체인은 군사용 정보 및 첩보위성, 2019년 전력화 예정인 RQ-4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 등을 이용한 탐지 체계와 현무2 탄도 및 현무3 순항 미사일, F-35A, F-15K, FA-50 등으로 타격체계를 하나로 묶어 북한의 장사정포와 탄도미사일을 발사 전에 탐지해 선제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킬체인이 ‘창’이라면 ‘방패’에 해당하는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조기 구축에도 우리 군은 그동안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에 따라 북한 탄도미사일의 발사 직후 비행 과정을 감시·추적하는 탄도탄 감시레이더와 요격 수단인 패트리엇 포대, 지휘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 Cell) 등을 운용 중이다. 2023년부터는 한국군 감시의 눈초리가 더 날카로워진다.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미국의 지상감시정찰기인 ‘조인트 스타스(J-STARS)’와 군 정찰위성 도입 사업 때문이다. 국방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신규 도입 전력에 ‘합동이동표적감시통제기’(지상감시정찰기)가 포함됐다. 우리 군은 늦어도 오는 2023년까지는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군 정찰위성 확보도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425 사업’은 2024년까지 1조2214억원을 투입해 전략 표적 감시를 위한 정찰위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방위사업청은 ‘425 사업’과 관련해 2022년부터 위성 발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국회 국방위에 보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12월 영상레이더(SAR) 위성체 시제제작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위성의 본체 개발도 계약했다.

최신형 패트리엇은 요격 가능

결국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이러한 우리 군의 창과 방패를 뚫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사된 북한의 신형 무기는 알려진 대로 요격이 불가능한 것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무기는 탄도미사일로 볼 수는 없지만 유사 탄도미사일(Quasi Ballistic Missile)로 분류된다. 기존 탄도미사일은 완만한 U자형 포물선 비행을 하는 반면 유사 탄도미사일은 소위 ‘지랄탄’(다연발 최루탄)처럼 종말 단계에서 예측불허의 비행을 한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신형 무기 역시 요격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군이 도입 예정인 미국의 패트리엇(PAC)-3 MSE와 국내에서 개발한 천궁 블록2(철매 PIP) 미사일로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정책실장을 역임한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예비역 육군중장)은 “일반적으로 북한의 전술유도무기들을 사드(THAAD)나 패트리엇 미사일로 요격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같은 성능의 미사일은 통상적 비행궤적에서 불규칙적 비행궤적이 발생하는데, 불규칙적 비행구간을 피해서 요격을 하면 충분히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신형 유도무기들을 추적 요격할 장비도 속속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10월부터 도입되는 중고도 무인기(UAV)가 대표적이다. 대한항공이 제작 중인 이 무인기는 공군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보완하는 무기로 2020년부터 작전에 투입한다. 2019년 연말에는 패트리엇 PAC-3 CRI(Cost ReductionInitiative·비용절감형) 미사일이 도입되고 2020년 말부터 패트리엇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미사일 부분개량)가 후속으로 도입된다. 특히 5억1000만달러(약 5793억6000만원)를 들여 도입하는 패트리엇 PAC-3 MSE(사거리 40㎞)는 PAC-3 CRI(사거리 20㎞)보다 유효사거리와 고도 성능이 향상된 유도탄으로, 항공기는 물론 순항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PAC-3 MSE는 성능 개량을 통해 충돌파괴 기술(Hit-to-Kill)을 갖춰 새롭게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며 “PAC-3 MSE는 북한의 전술탄도미사일(T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 도입하는 탄도미사일 방어용 PAC-3 MSE와 별개로, 국내에서 개발하는 천궁 블록2(철매-ⅡPIP·Performance Improvement Program)도 2020년 말부터 실전에 배치된다. 천궁 블록2는 PAC-3 MSE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술유도무기를 비롯한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

류제승 부원장은 지난해 11월 방공유도무기 세미나 발표에서 “한·미는 2013년부터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해 ‘맞춤형 억제전략’과 ‘4D 작전체계’, 즉 ‘탐지-교란-파괴-방어(요격)’ 작전체계를 공유하고 있다”며 한·미 연합 방위체계 강화 차원에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와 주한미군의 미사일 방어체계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적 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데이터링크 체계를 개량해 적시적 표적정보를 보장하고, 한국 공군의 패트리엇 포대들과 주한미군 사드(THAAD·사거리 40~150㎞) 포대 및 패트리엇 포대들의 상호보완적 작전운용 능력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 부원장은 “미국은 핵 전략자산과 재래식 전략자산을 제공하고 한국은 3축 체계, 즉 킬체인·KAMD·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대량응징보복) 체계의 재래식 정밀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라며 “우리의 방공 능력과 태세는 분명 한반도 전쟁억제에 필수요소이며,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의 촉진 요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