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활주로와 가까운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신도시 예정지. ⓒphoto 이동훈
김포공항 활주로와 가까운 3기 신도시 인천 계양신도시 예정지. ⓒphoto 이동훈

지난 5월 14일 경기도 부천시 대장동의 북부수자원생태공원(하수종말처리장).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부천 대장신도시 예정지인 이곳 하늘 위로는 ‘슝’ 하는 소리를 내며 짧게는 2~3분 단위로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이곳과 굴포천을 사이에 둔 또 다른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신도시 예정지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계양신도시 예정지 바로 옆 동양중학교 하늘 위로도 수시로 굉음을 내뿜으며 비행기가 지나갔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 끝단과 가까이 있어 이착륙 소음은 활주로 측면의 대장신도시 예정지보다 심했다. 동양중학교 관계자는 “한번은 찻잔에 물이 흔들릴 정도였다”고 했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비행기는 그래도 구름 위로 올라가면 소리라도 안 들린다”면서 “김포공항에서 헬기가 뜨면 비행기보다 훨씬 더 시끄럽다”고 했다.

김포공항 국제선 추가 확대를 골자로 하는 서울시의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이 국토교통부의 3기 신도시 계획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중동과 유럽 순방길에서 “소음 문제가 해결된다면, 김포공항은 확장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김포공항 국제선 취항 확대에 걸림돌이 된 ‘반경 2000㎞ 운항 제한’을 풀고 국제선을 추가 취항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약 2억6000여만원을 들여 관련 기관에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서울시 측은 “오는 6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국토부라는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국토부는 이번에 3기 신도시로 낙점한 부천 대장과 인천 계양을 김포공항과 지척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놨다. 이 두 지역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김포공항 국제선 추가 취항도 이뤄진다면 공항 소음피해를 보는 가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가 건설돼 입주까지 마치려면 현실적으로 김포공항 기능 확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국제선 확대하면 3기 신도시는 소음지옥

부천 대장신도시는 343만㎡에 2만가구, 인천 계양신도시는 335만㎡에 1만7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장신도시와 계양신도시는 굴포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둘을 합치면 3만7000가구로 고양 창릉신도시(3만8000가구)에 버금가는 신도시 하나가 김포공항 바로 옆에 생기는 것이다.

대장신도시와 계양신도시가 각각 입지할 부천시 대장동과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은 공항소음대책지역(75웨클 이상) 및 인근지역(70~75웨클)으로 관리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항소음정보시스템’(공항소음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항소음대책지역은 75웨클 이상 지역에 적용되는데, 70~75웨클 지역도 인근지역이라고 해서 역시 비슷하게 관리해왔다. 한국공항공사 서울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소음대책지역은 직접 지원을 하고 있고, 인근지역은 지자체 등을 통해 공공시설 건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발표 전부터 김포공항 인근 지자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를 골자로 하는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잇단 반대성명을 내놨다. 박원순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천시의 경기도의원과 부천시의원들은 지난 4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김포공항 르네상스 용역에 명백히 반대한다”며 오히려 “인천공항 2터미널 개항에 맞춰 김포공항 국제선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해가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인천 계양구를 비롯해 서울시 강서구·양천구·구로구·금천구 일부 지방의원들까지 가세했다. 모두 김포공항 소음대책지역(75웨클) 및 인근지역(70웨클)으로 지정된 곳들이다.

결국 박원순 시장의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은 지난해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구상’의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 방문때 “여의도를 맨해튼처럼 만들겠다”며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구상을 밝혔다. 서울역과 용산역 간 철도 지하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박 시장의 언급으로 여의도와 용산 일대 집값이 요동치고 서울 전체 집값을 자극할 조짐이 보이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대규모 개발계획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업이 좌초됐을 때 파급효과도 크다”며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결국 박원순 시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여의도·용산 개발’도 김현미가 제동

이번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 역시 국토부의 3기 신도시 계획은 물론 항공 정책과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국토부는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줄곧 김포공항 국제선 기능 확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왔다. 공항 인근 항공기 소음피해 민원으로 야간운항(23~06시)을 못 하는 반쪽짜리 공항일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의 허브화를 저해할 염려가 있어서다.

김포공항 국제선이 잇달아 부활해 외국의 허브공항들과 연결되면 역으로 외국 허브공항의 노선경쟁력을 키우고, 막대한 세금을 들여 24시간 운항 공항으로 조성한 인천공항을 겨누는 창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3년 김포~하네다(도쿄)를 시작으로 김포공항 국제선 부활을 부분 허용하면서도 반경 2000㎞로 운항거리를 제한한 것은 이 같은 고심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김포공항의 기능 강화 사례로 제시한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은 역설적으로 인천공항의 허브전략이 성공해 일본의 허브공항으로 조성된 나리타(成田)공항을 눌렀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김포발 국제선을 하나둘 용인하면서 인천공항 허브화에 걸림돌이 되고 상대적으로 경쟁공항의 경쟁력만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1년 김포~서우두(베이징) 노선 개설 때 중국 항공 당국의 입장에 밀려 인천~베이징 노선 일부를 김포~베이징으로 돌린 것도 인천공항의 환승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은 자충수로 평가됐다.

게다가 하네다공항은 도심에서 가까운 점은 김포공항과 같지만, 도쿄만(灣)에 조성된 해상공항으로 2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활주로도 바다를 향해 뻗어 있어 소음피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인근 주거지로 인해 23~06시 사이 심야운항에 제한을 받는 점에서는 김포공항과 나리타공항이 오히려 비슷하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확대해봤자 심야운항이 안 되는 반쪽짜리 공항이란 점은 그대로다”라고 했다.

서울시에서도 “국가항공정책과 충돌하는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에 집착하기보다 차라리 인천공항 접근성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어귀에 3기 신도시가 추가로 생기면 교통량 증가로 서울과의 접근성은 더 악화된다. 공항철도와 9호선을 직접 연결할 경우 여의도와 강남 등지에서 인천공항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인데, 이 직결 방안에 대해 서울시는 국토부와 사업비 분담 문제를 놓고 수년째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하이 푸둥(浦東)공항과 같은 자기부상열차 도입도 답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의 경쟁공항인 상하이 푸둥공항은 최고시속 430㎞ 자기부상열차로 공항과 푸둥 주요 전시장(SNIEC)까지 불과 8분 만에 연결한다. 2006년부터 13년째 운영하며 효율과 안전성을 이미 입증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강남의 주요 전시장인 코엑스(COEX)까지는 출퇴근시간이면 공항버스로 1시간30분 이상 소요돼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키워드

#포커스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