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친족 정보보고’ 원문. ⓒphoto 표도르 째즈치즈스키
‘김일성 친족 정보보고’ 원문. ⓒphoto 표도르 째즈치즈스키

소련공산당이 국가안전위원회(KGB)를 통해 공식 파악하고 있던 김일성 가계 문건이 공개됐다. 주간조선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국립현대사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김일성 친족 정보보고’ 문건을 입수했다. 최근 기밀해제된 이 문서는 표도르 째르치즈스키(한국명 이휘성) 국민대 선임연구원이 모스크바 현지에서 입수해 주간조선에 제공했다.

1969년 작성됐고 수신인이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로 되어 있는 이 문건은 “주카노프 동지의 부탁에 따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과 국가기관에서 책임 일꾼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일성의 친족에 대한 정보를 보고한다”고 시작한다. 주카노프는 소련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이고, 문건 작성자는 KGB 제1 총지도국의 보리스 솔로마틴 부국장이다.

문건에는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과 동생 김영주 등 친족 10명과 그 배우자 등 총 21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문건의 흥미로운 점은 김일성의 남동생 김영주가 가장 먼저 등장하고, 훗날 권력을 승계하는 김정일이 김영주 뒤에 위치하는 점이다. 김영주는 이 문건에 “1920년생 김일성의 남동생, 1958년부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1966년부터 정치국 후보위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다”라고 소개돼 있다.

이는 1956년 ‘8월 종파사건’ 직후 김영주가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으며 실세로 등장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KGB가 당시 김영주를 김일성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박정희 정부 역시 북한의 2인자를 김영주로 파악하고 그와 접선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김영주는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부상하게 된다.

김일성 동생 김영주가 김정일보다 앞서 소개

김정일이 “김일성의 장남, 과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책임 일꾼이었다. 현재 김일성의 호위병사령관이다”라고 소개돼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정일은 1960년대 초 입당 초기 주로 선전선동 업무에 종사했으나, 군이나 김일성 경호 관련 직책을 맡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째르치즈스키 박사는 “이 문건을 통해 처음 알려지는 사실”이라고 했다.

세 번째로는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가 소개되고, 다음은 김일성의 사촌 김정숙이 소개된다. 사촌 김정숙은 김일성의 첫째 부인이자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과 동명이인이다. 북한에서 일반인들은 김일성의 친족과 같은 이름을 쓸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친족이라 예외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보인다. KGB는 “그녀(김정숙)의 남편은 허담이다. 허담은 1960년부터 외무성 부상으로 근무하다가 최근에 외무성 제1부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김일성의 사촌인 김신숙과 그 남편 양형섭, 외삼촌인 강량욱, 친족이라고 적시된 김옥순과 그 남편 최광 등의 이름도 문건에 등장한다. “최광은 조선전쟁(6·25전쟁) 당시 사단장을 맡았는데, 김일성이 그의 지휘능력을 혹평했다”는 보고도 들어있다. 이 밖에 솔로마틴 KGB 부국장은 “사회나 정치생활에서 지도자의 배우자들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용건의 부인 왕옥환(중국 국적), 제1 부수상 김일의 부인 허천숙, 부수상 김광협의 부인 류명옥, 외무상 박성철의 부인 김경화의 이름도 문건에서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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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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