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당시의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photo 뉴시스
20대 국회 당시의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photo 뉴시스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의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직행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측이 '사실상 피감기관으로 이직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해 뒤늦게 취임 철회를 요청해 결국 추 전 의원이 비상임 자문직에서 사임했지만 이번 논란으로 진보정당의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추 전 의원은 LG그룹 최고경영진의 제안을 받아 지주 정책 자문역을 맡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추 전 의원은 “진보정당에서 재벌기업으로 가는 일은 처음이라 부담이 되지만 (정의당의) 외연을 넓히는 기회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추 전 의원의 이런 행보는 사실상 피감기관으로의 이적이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비정규직 문제를 관리·감독한 바 있다. 추 전 의원은 지난 5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이 원청으로 직접 고용되는 성과를 함께 이뤄냈습니다. 앞으로 남은 숙제도 참 많습니다. 임기는 끝나더라도 을들의 우산이 되는 활동 최선을 다해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추 전 의원의 이적을 두고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됐다. 박창진 정의당 갑질근절특별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는 당이 내건 공직자 윤리의 핵심입니다. 당의 전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당의 방침입니다. 추혜선 전 의원이 LG 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직을 수락한 것은 명백하게 이를 어긴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한 권리당원은 “정의당 정도의 도덕의식이면 고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것 때문에 모든 행동들에 정당성을 읽게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의당은 9월 4일 “당 상무위원회는 추 전 의원이 최근 LG유플러스 자문을 맡은 것과 관련해 정의당이 견지해 온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며 “추 전 의원에게 취임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고”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추 전 의원은 결국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추 전 의원은 "당원 여러분과 시민들께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며 "뼈를 깎는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의당의 대응과 추 전 의원의 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진보 야당의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당 의원직, 당무를 도맡았던 인사들 중엔 임기를 마치고 더 이상 정계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이어가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지역구에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상정 의원을 제외하곤 재선이나 당직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비례대표 후보, 혁신위원회 위원, 청년모임 임원 등은 직무를 수행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정의당 한 전직 관계자는 “조직이 작다 보니 정당 내에서 더 많은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부대표, 청년정의당 이야기도 나온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논란이 결국 당의 외연확장 실패로 생겨난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매번 사회의 변화,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당이 변화하는 건 없다. 철학만 내세울 뿐 진보 의제를 갖고 민심에 어떻게 파고들지에 대한 논리나 분석은 전무하다. 그러니 당 자체가 계속해서 협소해지고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는 거다. 추 전 의원의 행보는 거기서 발생한 부작용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이 유연하다면 추 전 의원을 무조건 비판할 게 아니라 “대기업에서 직접 노동의 가치를 실현해보라”는 메시지를 줬어야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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