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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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8월 말 “2차 재난지원금을 공무원 임금 삭감으로 마련하자”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조 의원은 “당시 발언 이후 의원실이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도 “공공부문부터 고통분담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 조 의원은 여야 정치권이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본소득 제정법 9월 말 발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가 주도적으로 창당한 시대전환 역시 그동안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 왔다. 의석이 1석에 불과한 초미니 정당을 이끌고 있지만 애초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했던 조 의원의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기본소득 문제는 기본소득 성격이 짙었던 지난 5월의 1차 재난지원금에 이은 2차 선별 재난지원금 논란으로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다. 얼마 전 국민의힘은 기본소득을 정강·정책에 집어넣었고, 민주당의 경우 선별 지원을 주장하는 이낙연 대표와 보편 지원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논쟁이 뜨겁다.

조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복지는 권리다. 증세를 하지 않고도 30만원 기본소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조 의원은 세계은행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회원국의 경제 개발 자문을 담당한 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을 지내다 국회에 들어왔다.

-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에 대한 생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별로 지급하게 되면 대상자들은 누가 더 비참하냐를 드러내야 한다. 복지는 구제가 아닌 권리다. 정부가 누가 더 가난하니까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 정부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에게 지급하려는 것 아닐까. “지금은 재난 상황이다. 재난경제정책의 핵심은 신속성과 과감성이다. 정책의 정교함을 추구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다 재난 상황을 더 키울 수 있다. 또 주관적 기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똑같이 지급하면 대기업 총수들도 지원받게 되는데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나. “재난지원금은 국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은 모두 받아야 한다. 그 후 연말에 과세를 하면 된다. 어려운 사람은 세금을 낼 것이 없을 것이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면 된다. 재난지원금의 중요한 목적은 내수 진작이다. 돈을 쓰게 해 수요와 공급을 모두 늘리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없는 사람에게만 돈을 주면 그 돈은 어디로 가게 될까. 소상공인의 경우 결국 건물주에게 흘러가게 될 것이다. 건물주들은 지금 표정 관리 중이다. 매출이 없어서 월세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이번 달은 재난지원금으로 월세는 받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 전 국민에게 모두 지급한다면 적정 금액은 얼마로 보나. “최소 1차 지원금 수준은 되어야 한다. 이번에 1인당 30만원씩 줬다면, 4인 가족이면 120만원이다. 총액으로 보면 15조원이 들었다. 500조원이 넘는 국가 재정을 생각할 때 큰 부담이라고 보지 않는다.”

- 정부가 증세 이야기만 나오면 거부감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라 보나.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내가 내는 세금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가성비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세금 안 내는 사람이 무척 많다. 평균 소득세율이 높아, 면세율이 높은 편이다. 향후 증세 논의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과세와 함께 보편증세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 지난 5월의 1차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을 최초로 실험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국가가 국민이 힘들 때 처음으로 돈을 주었다. 기초수급자, 장애인 등 나의 비참함을 따지지 않고 그냥 주었다. 낭비했다거나 돈을 태워버렸다는 사람은 없다. 지금은 전환의 시대다. 수요와 공급을 모두 자극하지 않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2차 재난지원금에서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다시 선별 지급하고 증세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효과가 어떻게 날지 두고 보면 알 것이다.”

-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계속 재정을 투입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우선 불이 났는데, 불을 꺼야 한다. 불을 끈 다음 어느 정도 안정되면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고소득자에게 누진적 증세를 할 것인가, 아니면 국채를 더 늘릴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재원에 대한 논의 없이 기본소득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 주요 선진국들은 증세를 하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작년까지 세금 줄여주기 경쟁을 했다. 증세의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나. “증세를 해서 돈을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재투자를 하면 된다. 사업을 할 때 설령 빚을 내더라도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면, 돈 빌리는 것을 두려할 필요가 없다. 빚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다. 대전환의 시대에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 돈을 국민에게 나눠주기보다 기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옳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수출 주도 시대의 이야기다. 부가 기업으로만 흘러갔고 개인은 돈이 없으니 저축을 해야 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수출 주도가 아닌 내수를 키워야 한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 공무원 임금을 삭감해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했는데 박봉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고통분담이다. 공공부문에서 고통분담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부문까지 고통분담이 확산되기를 제안한 것이다. 기본소득 재원이 어디서 나오냐고 해서 국채로 가도 되지만 우리 사회가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이야기한 것이다. 물론 고통분담이 드라마가 되려면 자발적이어야 한다.”

- 그렇다면 국회의원부터 고통을 분담하면 어떤가. “동의한다. 나는 9월부터 일정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 기본소득을 준다면 국민 1인당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나. “증세를 하지 않을 때는 30만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 기본소득으로 생계형 사회보험을 대체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대로 두고 기본소득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고소득자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소득 및 세액 공제를 없애면 상당 부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하는 기본소득과 어떤 차이가 있나. “기본소득을 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재원마련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 지사의 경우 토지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었다. 나는 보편적 증세와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적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본소득이 ‘사회주의’라고 생각하지는 않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기본소득을 주라고 하지만 사회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승자독식을 하게 되면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는 이야기는 산업화에서는 유효한 말이었다. 지금은 일과 휴식의 구분이 모호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 부족으로 일하지 못한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산업화의 경제구조가 이제는 유지될 수 없다.”

- 남미는 재정고갈 상태다. 그 이유가 과도한 복지와 퍼주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남미의 경우 증가하는 세수를 생산적인 실물경제에 제대로 투자하지 못했다. 거시경제 관리에 실패해서 재정이 고갈되었다. 부정부패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경제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실패 원인이다. 내수가 살아나면 남미와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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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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