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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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한국갤럽의 대구·경북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제1야당 국민의힘에 충격적이었다. 지지율 30%를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34%)한테도 밀린 것이다. 전통적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소위 ‘집토끼’가 이탈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울릴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지난 11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실에서 만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중도 확장보다 전통적 지지층 결집이 우선”이라며 “대구는 국민의힘을 야당 취급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제대로 조사하면 문재인 정권이 무너진다”며 “죽을 각오를 보여주는 결기가 부족해 특검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 갈등 속에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한 홍 의원은 “당시 황교안 전 대표가 당권 강화에 방해되는 사람은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했다”며 “편가르기 공천이 지난 총선의 패배 이유”라고 주장했다.

- 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대한민국의 이념 분포는 보수 40%, 진보 40%, 무당층 20%이다. 여론조사를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적극적으로 응답을 하지만 보수우파는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가 여당에 유리하게 나오는 이유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편지를 보내는 등 지난 총선에서 보수가 단일대오로 뭉쳤다. 그래도 참패했는데. “막천(막가는 공천) 파동으로 보수우파가 크게 실망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전부 힘을 합쳐도 어려운 선거판에 당권 옹호를 위해 막가는 공천을 했다.”

- 그래도 보수층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를 찍지 않았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 총선은 이기기 위해 공천을 한 것이 아니고 편가르기 공천을 했다. 중심에 황교안 대표가 있었다. 그것을 받쳐준 사람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무원칙한 공천이었다. 반면에 진보 좌파는 똘똘 뭉쳤다.”

- 보수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 ‘보수 대연합’이 옳다고 보나. “보수 연합이라고 하면,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오지 못한다. 진보좌파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빅텐트’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다. 태극기 세력도 부르고 안철수, 김문수도 모두 불러들여야 한다. 그래야 보궐선거뿐 아니라 대선도 이긴다. 흔히 중도성향 유권자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라고 불러야 한다. 이들은 힘센 쪽으로 달려간다.”

-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가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국민의힘에 들어온 사람 중에 좌파도 많다. 천안함 폭침 사건 때 북한 편 들어주고, 박근혜 탄핵 때 앞장섰던 사람도 있다. 아마 이들의 생각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생각이 같다. 마오쩌둥이 ‘적의 적은 동지다’라고 했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창한 5자 원탁회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생각이다. 당 지도부가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하니, 원탁회의를 통해 선명 야당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총선 참패를 했는데, 제일 먼저 한 것이 상임위원장을 다 포기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이번 국정감사에서 어떻게 되었나. 증인 하나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다. 맹탕 국감을 한 것이다. 국정감사는 야당의 시간이다. 국감이 끝나고도 야당의 지지율이 더 폭락했다.”

- 의원 수가 부족해 힘이 없는 것 아닐까. “숫자가 많으면 지도부도 필요 없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할 때 79석이었다. 그래도 국회를 좌지우지했다. 숫자가 적으니 더 투쟁해야 한다.”

- 왜 국민의힘이 투쟁을 못 한다고 생각하나. “경제, 외교가 파탄나고 북핵의 노예가 되어가고 김정은 시키는 대로만 하는 나라가 돼버렸다. 국민이 이렇게 되기를 바랐을까? 국민이 싸움을 싫어한다며 투쟁을 안 하는데, 그러면 야당을 왜 하나? 싸우라고 야당 후보 당선시켜 준 것 아닌가? 그런데도 나서기를 꺼리는 이유는 투쟁해 본들 반대 당의 공격을 받으면 당이 보호해주지 않고 투쟁한 사람을 버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 T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나. “대구는 국민의힘을 야당 취급 안 한다. 부산은 더하다. 왜 그럴까. 야당이 야당 같지 않아서 그렇다. 경제3법도 김종인 위원장이 먼저 나서서 찬성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자유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법이다. 최근에는 공공의대도 찬성한다고 했는데, 그럴 바에는 야당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정권 말에는 항상 게이트가 있었다. 라임·옵티머스는 결국 특검으로 가게 될까. “라임·옵티머스를 제대로 조사하면 문재인 정권이 무너진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절대 특검을 못 받아낼 것이다. 야당으로서 죽을 각오의 결기를 보여줘야 특검이 가능한데, 그런 것이 없다.”

-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를 어떻게 보나. “보궐선거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우선 투표율이 낮다. 휴일도 아니어서 40%도 안 될 것이다. 승리하려면 적극 지지층이 투표하러 와야 한다. 지금 민주당 지지층은 똘똘 뭉쳐 있다. 조직도 중요하다. 지자체장의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의 경우 구청장들이 사활을 걸고 뛸 것이다. 서울은 총선에서 낙선해 조직이 다 무너졌다. 어려울 수 있다.”

- 새로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국민의힘이 이 모양이니, 오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당이 후보를 위해 죽기 살기로 뛰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기가 원맨쇼해서 당선되어야 하는데 오고 싶을 리가 없다.”

- 부산의 경우는 그래도 야당에 유리하지 않을까.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 구체적인 플랜을 발표할 수 있다고 본다. 마음먹으면 정권 말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지난 총선에서 왜 공천을 못 받았다고 보나. “나는 주로 서울에서 정치를 했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마지막은 고향에서 하고 싶었다. 당에서 고향은 안 된다고 해서, 그럼 김두관이 나오는 험지인 양산에 간다고 했다. 나는 양산에 연고가 없다. 처음 양산에 내려가 내가 김 후보에 밀릴 때는 아무런 말도 없다가, 내가 이기는 여론조사가 나오니 당의 태도가 바뀌었다. 공천 발표 5분 전에 김형오 위원장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이번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경선을 통해 양산 후보를 정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대구로 내려갔다. 내가 만약 안 되더라도 민주당에 자리를 빼앗기는 곳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김종인 위원장의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당을 민주당 2중대 정당으로 만들었다.”

- 김 위원장이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18에 관해 사과한 것은 나쁘게 보지 않는다. 다만 전직 대통령에 관한 사과는 말이 안 된다.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나는 두 전직 대통령 재판을 정치재판이라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출연받은 것을 제3자 뇌물수수라고 하는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벌의 협조를 받지 않은 대통령이 어디 있나? 문재인 대통령도 퇴임 후 이걸로 엮으면 안 걸릴 수 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문제가 된 다스는 가족회사다. 가족회사의 소유권이 왜 문제가 되나?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지분이 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전형적인 정치 보복이다. 시일이 지나면 대법원이 창피하고 부끄러워할 것이다. 국민들은 모든 것을 종합해서 지지할 정당을 정한다. 과거와 단절한다고 단절되는 것이 아니다. 그럴 바에야 이 당을 해체하고 다시 헤쳐 모여야 한다.”

- 복당은 언제쯤 가능할까. “복당에 장애 요인이 있다. 그것이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보나. “‘깜’이 되어야 한다. 역대 서울시장을 보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정도 된다는 것을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 또 지난 총선 때 낙선한 사람은 안 된다. 이미 그 지역에서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안 된다.”

- 안철수 대표와 지난 대선에서 싸웠는데, 안 대표가 보수진영의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보나. “안철수는 이념적으로 보수, 진보라고 이분법으로 나누기가 어렵다. 몰가치다.”

- 지난 대선 때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패배할 것이 뻔했는데 안철수 후보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었나. “우리는 안철수 당과 비교할 수 없는 집권당이었다. 단일화는 정당한 합의로 정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양보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우리 진영의 대표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주자로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나쁘게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그가 야권 후보군에 올라오는 것이 맞는다고 보나. “윤 총장은 보수우파 괴멸에 가장 앞장선 사람이다. 무죄율이 가장 높은 적폐 수사를 지휘했다. 전형적인 정치검사로 컸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조명을 받는 것은 반(反)문재인 정서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착시현상이다. 꼭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내년 7월 임기를 마치고 야권에 오면 우리가 모시고 판을 잘 만들어 보겠다.”

- 윤 총장의 국감 발언이 정치적이라고 보나. “아니다. 검찰총장이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았다. 나를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 야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고만고만한데 대책이 무엇이라고 보나. “지금의 여론조사는 인지도 조사에 불과하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2.3%로 시작했다. 그것이 6개월 만에 68%까지 올라갔다. 국민 참여 경선 쇼를 한 것이다. 주말드라마를 만든 것인데, 이렇듯 야권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집권 모델은 1997년 DJP로 집권한 김대중 정부와 2002년 노무현 정부 모델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온다.”

-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공정이다. 정의와 형평이 합쳐진 것이 공정이다. 이는 평등과 다른 개념이다. 자유, 공정, 서민 등이 대선의 화두가 될 것이다.”

- 홍준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확장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극단적인 비토층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열광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 DJ가 그랬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처음부터 반대쪽에 기웃거리는 선거 전략은 잘못된 것이다.”

- 주변에서 발언 강도를 낮추라는 조언을 받은 적은 없나. “그런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자기 주관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살아야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으로 살고 싶지 않다. 직설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나보고 거짓말하라는 소리인가?”

- 정치권에 ‘홍준표계’가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왜 그렇다고 보나. “나는 1996년 15대 국회에 들어온 이후, 계파에 들어가지도 만들지도 않았다. 정치부 기자들이 ‘독고다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생각부터 잘못되었다고 본다. 헌법상 각각의 국회의원은 독립기관이다. 계파의 졸개가 아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패거리 짓을 나는 초선 때부터 싫어했다.”

- 따르는 후배는 없나. “많다. 하지만 정치인생 전부를 책임져 줄 수는 없으니, 나를 따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시대가 바뀌었다. 같은 뜻을 가진 동지가 필요하지, 상하 관계로 맺어진 계파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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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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