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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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 이른바 ‘문빠’들에 대한 진보지식인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묻지마식 무조건 지지’를 요구하는 이들의 배타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 정부의 검찰개혁 방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거친 욕설을 듣는 것이 지금 여권의 현실이다. 전도유망한 초선의원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다가 한 번 각을 세웠단 이유로 쫓기듯 당을 나왔던 인사도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문 대통령 열성지지자들로 인한 여권 내 불통이 결국은 대통령이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월 8일 주간조선과 만나 “이 정도로 정치가 편가르기로 나뉘고 적대감이 높아지면 대통령이 나서서 말해줘야 한다”며 “대통령이 취임할 때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도 이끌어가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결국은 그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탈당 후 고민 끝에 최근 서울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했다. 거대 정당 사이에서 사실상 홀로 싸우고 있다. 최근 금 전 의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그의 유일한 우군이라면 우군이다.

- 사실상 ‘문빠’들 때문에 당을 나오게 됐다. “정치에 몰입하다 보면 상대방이 밉고 욕하고 싶다. 이건 본성에 가까운 건데, 그럴 때 리더가 앞에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를 지지하는 건 고맙지만 지금 상대방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경쟁자이지 적이 아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 지도자들이 ‘양념’이다 ‘에너지원’이다 하면서 부추기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른바 ‘문빠’가 아니라 그걸 부추겨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인들이다.”

- 대통령이 말을 안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조금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문 대통령에게 실망한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앞서 말한 대로 국민들 사이의 편가르기가 극심해졌는데 거기에 대해 한 말씀도 안 하고, 오히려 용인하고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 또 하나는 소통이다. 기자회견도 안 할 뿐더러 민주당 의원들과도 (소통이 안 된다)…. 지난해 일 년 내내 법무부 장관하고 검찰총장이 싸웠는데, 이 문제를 놓고 당 지도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봤는지 모르겠다. 지도부가 대통령에게 ‘아니다’ 또는 ‘이래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다를 거라고 가장 크게 기대한 점이 우리가 지금 무엇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지 함께 논의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충돌에 대해서도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 ‘법무부에서 정해지면 집행한다’, 그 말만 했다. 도대체 정치라는 게 어디 있는 건가. 소통이 어디 있는 건가.”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때 여당과 날을 세우며 금 전 의원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했다. 왜 조 전 장관을 비판했나. “조국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가까웠고,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분이다. 하지만 정치를 하려면 공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관련해서도 민주당 의원이 피해자의 움직임을 미리 알려줘 문제가 되고 있다. 공과 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뭘 위해 정치를 하는가. 그럴 거면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가지고 의리를 안 지켰다, 배신한다 이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

- 당에 있을 때부터 여러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냈는데 노선 차이였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 때도 민주당 소속 중에 나처럼 이야기한 사람이 없었다. 엄연히 우리가 잘못한 거고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 사건이었다. 다들 침묵할 때 신문에 전면 칼럼을 썼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사건 관련해서도 그렇다. 김 지사와 개인적으로는 가깝다. 하지만 그가 1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자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이 쏟아졌다. 그때도 나는 ‘이렇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어준씨 관련 발언이 화제가 됐지만(그는 지난해 12월 3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을 비판하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의 뜻을 묻겠다고 했다) 2018년 ‘미투’를 두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음모론을 냈을 때 공개적으로 논쟁했다. 내가 그렇게 한 건 민주당과 노선이 달라서가 아니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보호하고 상대방에 대해선 침소봉대하는 ‘내로남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날 금 전 의원은 대학원 지도교수이기도 했던 조 전 장관에게 “후보자가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photo 뉴시스
2019년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금태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이날 금 전 의원은 대학원 지도교수이기도 했던 조 전 장관에게 “후보자가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photo 뉴시스

- 조금만 결이 다른 발언을 하면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다른 정당도 마찬가지 아닌가. “결국 자기편만 챙기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다. 지금도 낮은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이다. 그러면 갈등이 토론을 통해서 정치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극한적인 편가르기만 남을 것이다. 나는 정치인들이 다 그 지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얼마 전 미국에서 시위대가 의회를 점령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우리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분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분들이다. 목소리를 못 내는 분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어떤 일을 했을 경우 적당히 하기보단 ‘투신’하는 편이다. 과거 검사로서 한겨레신문에 기고를 한 것도 그렇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 가장 곁에서 도운 것도 금 전 의원이었다. 당시 금 전 의원은 자기 돈을 써가며 기자들을 만나는 등 안 전 대표를 성심껏 도왔다. 하지만 금 전 의원과 안 대표는 깔끔하게 결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거대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실제로 그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얻은 지지율은 4%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그에게 다시 한번 ‘투신’하는 이유를 물었다.

- 실제로 출마선언을 하니 생각만큼 주목을 못 받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민주당에 속해 국회의원까지 지낸 사람이 민주당의 잘못을 이야기하니 관심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나는 대단히 독특한 포지션에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부족하고 조직이 없는 것이 내 약점이라고 하지만, 새로운 ‘판’을 짜는 데는 좋은 포지션에 있다. 다만 이제 선거 초반이고 특히 야권에는 10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쏟아져 나오니 관심이 분산되는 면이 있을 수는 있다.”

- 시장이 되면 무엇부터 하고 싶나. “왜 하는지 모를 비합리적인 것들을 없애겠다. 예컨대 재건축 허가를 하면서 이 시대의 생활상을 남기기 위해 한 동은 남겨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제들이 있다. 그런 건 싹 없앨 생각이다. 또 지금 가장 급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한테 직접적이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 ‘직접적이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이 구체적으로 뭔가.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전보다 10% 정도 떨어진 상태로 근근이 버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되면서 매출이 30% 넘게 떨어졌다. 지금은 그냥 적자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 거기다 대고 얼마를 주든, 다음에는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면 사람이 버틸 수가 없다. ‘지금 어렵지만 이렇게 지원받아서 버티다 보면 풀리겠지’ 안심하게 해줘야 한다. 식당 하시는 분들이 매출이 30%가 떨어졌는데 몇십, 몇백만원 주면 그 다음달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임대료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떨어진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금 잘 버티고 있는 독일이나 캐나다는 그런 기준으로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필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해야 한다고 본다.”

- 본인의 경쟁력은 뭔가. “국민들은 지금 기존 정치인에 대해 식상해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정당과 정치판에 대해서 식상해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게 있다는 생각에서 나선 것이다. 단순히 뭐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나선 건 아니다. 그런 점에 호소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10년째 계속 등장했던 사람들인데 이들로 안 되겠다고 하면 바뀌어야 한다. 주요 정당에 속해 있거나 대선주자급 분들에게 초반엔 밀리겠지만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 안철수 전 대표나 금 전 의원 등 거대정당에 속해 있지 않은 정치인들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기존 정치시스템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넘어가는 방법으로 새 인물을 수혈해서 그냥 분칠하면서 지나간 적이 많았다. 어벤저스다 뭐다 했는데 사실상 변한 건 없다. 다른 분야에 있으면서 이미지가 괜찮은 분들 데려와서 그 순간 위기만 넘기고 선거를 치른 것뿐이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그냥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윤석열 총장도 이미지가 좋은데, 정치권에 들어와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속한 정치인이 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윤 총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가 들어와도 같은 상황이다. 괜찮은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 자기 뜻을 펴고 다양한 의견을 모아 낼 수 있는 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고 본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결심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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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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