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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4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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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의 정치 프리즘]21조짜리 ‘한국판 뉴딜’ 축소 자영업자 손실 보전하자

허만섭  국민대 교양대학 부교수·전 신동아 기자  2021-02-10 오전 11:00:37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방역당국·코로나19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자영업자 민생간담회를 갖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여권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쟁점으로 띄워보고 있다.
   
   이 사안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가 500만이 넘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그 가족까지 더하면 많은 국민이 자영업에 의존해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안 본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자영업자들은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정책에 따라 커피전문점, 식당, 노래방, 헬스클럽 등 많은 업소가 영업에 제한을 받았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식사하다 감염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자연히 상가 업소를 찾는 고객의 발걸음은 뜸해졌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은 그대로 나가니 사장님 계좌의 잔액은 매달 뚝뚝 떨어진다.
   
   “가게를 열면 열수록 적자”라는 한숨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많은 업소가 큰 손실을 보고 폐업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0년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는 553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5000명이 줄었다. 서울·경기에서만 5만7000명이 감소했다.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내는 자영업자도 많아졌다. 반면 줄폐업의 여파로 상가 공실률은 증가했다. 2019년 서울 명동은 국내외 관광객으로 늘 북적였다. 이젠 곳곳에 임대매물이 붙어 있고 거리가 썰렁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자영업자 3명 중 2명은 영업제한과 고객 감소로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답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30대 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 식당 매상으로는 분윳값도 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천만다행으로 주식투자로 수익이 생겨 매달 주식을 조금씩 팔아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한다. 얼마 뒤 주식이 다 소진되면 대책이 없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이 한둘이 아니다.
   
   
   ‘자신을 스스로 고용하는’ 자영업의 나라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원하는 직장을 못 구해 자의 반 타의 반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재취업할 만한 일자리’가 별로 없다. 오래 다니던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다 퇴사하면 그 경력을 살려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기업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정규직 위주의 강성노조 문화는 ‘유연하지 못한 고용제도’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격차’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재취업 고용시장이 위축됐다.
   
   이렇다 보니 직장에서 나와 치킨집 사장님이 되는 사례가 많다. 자신을 스스로 고용하는 자영업자(the self-employed)의 비중이 세계 최상위 수준이 된 것이다. 사업이 잘되면 좋지만 한두 번 실패라도 하면 노후자금이 소진된다. 자영업자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대만 카스테라’ 제과점을 열었다 실패한 문광의 남편 근세는 빚에 쫓기다 결국 남의 집 지하로 스며든다. 많은 이가 이 스토리에 공감했다.
   
   주가는 3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되레 얇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는 불안정한 고용과 취약한 자영업에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원래부터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이 위기가 버티기 힘들 정도로 커진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 매출액의 70%를, 영업제한 업종에 60%를, 일반 업종에 50%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법안을 발의해 추진하려고 한다. 대통령과 총리도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지난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보상 아니라 보상금 재원이 쟁점 되어야
   
   개인적 생각으로는 나랏빚 증가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서라도 자영업자의 영업손실을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들의 사정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 영국 같은 나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손실의 80~90%를 보상한다.
   
   이러한 지원은 생존 위기에 몰린 다수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된다. 우리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한다. 지난해 정부는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사실 이 돈도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는 자영업자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몰아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여당의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추진에 대해선 ‘선거용’이라는 의구심도 물론 나온다. ‘여권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푼 것이 여권의 총선 압승에 도움을 줬다’라는 시각이 있다. 여권이 이번에도 비슷한 방법을 쓰려 한다는 것이다. 또 100조원 가까이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보상 규모와 관련해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난다”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야당은 자영업자 지원에 반대하지 않는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강조하고 공을 들여온 손실보상제에 이제라도 민주당의 반응이 나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대출로 버티며 저녁에는 식당으로 밤에는 배달로 생계를 연명하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상황은 임계점을 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제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부상한다면, 보상 자체가 아니라 보상금의 재원(財源)이 쟁점이 되어야 한다. 세금으로 자영업자의 줄어든 매상을 보충해주는 것은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지금이 비상 상황이므로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찬반이 잘 나뉘지 않는 사안은 쟁점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건 다른 국민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코로나19의 확산과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이라는 특수 상황이 ‘보상’의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 보상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대해선 견해차가 크게 난다.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 거금을 빼 쓰면 가뜩이나 이 정부 출범 후 많이 늘어난 국가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돈을 마련하라는 여당의 장단에 국고를 관리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는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이익공유제도 들고나왔다. ‘기업이 거금을 부담하라’라는 소리로 얼핏 해석되기도 한다. “사실상 기업의 팔을 비트는 준조세”라는 반론과 저항이 만만치 않게 나오자 말을 꺼낸 쪽도 주춤거린다.
   
   내가 보기에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투입되는 돈은 기존 정부 예산에서 급하지 않은 부분을 줄여서 최대한 짜내는 것이 옳다. 이와 관련해 21조원이 투입되는 이 정부의 ‘한국판 (그린) 뉴딜’ 사업이 삭감 대상이 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개념 자체가 와닿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딜’은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대공황으로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이다. 뉴딜의 핵심은 ‘실업난 해소’, 즉 ‘다량의 일자리 창출’이다.
   
   이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뜯어보면 태양광 지원, ICT와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상수도 관리, 스마트 전력망 구축, 그린 수소 생산, 에너지 절감 빅데이터 구축, 그린 모빌리티 조성, 전기차 보급, 녹색 금융 지원 등으로 되어 있다.
   
   
   일자리 창출과 상관없는 한국판 뉴딜
   
   화려한 언사로 ‘디지털’과 ‘친환경’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과는 별로 연결점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디지털·친환경은 일자리를 죽인다. 이공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빅데이터’를 상용화하는 포털이나 클라우드 업체는 직원이 많지 않다.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바뀌면, 수많은 자동차 부품회사와 정비업체가 사라진다. 여기에 딸린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도 없어진다.
   
   나아가 빅데이터, 전기차, 수소경제 같은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네이버, 카카오, 현대차 같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이미 국내 관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애플, 테슬라 같은 빅테크(big tech·대형 정보기술) 기업이 포진돼 있는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지원한다’라는 말은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잘나가는 디지털·친환경·전기차 업계는 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업계는 태생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지도 못하며 기존의 아날로그형 일자리를 잠식한다.
   
   그런데 왜 이 정부는 이런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쏟는가? 이 예산은 낭비가 아닌가? 디지털과 친환경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런 돈을 쓸 필요가 없다. 단지, 정부·여당은 기업경영을 옥죈다는 공정경제 3법 같은 걸 만들지 않고 탈원전 정책을 펴지 않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기업이 스스로 잘하게 된다. 뉴딜은 세금을 쓰는 게 아니라 규제를 완화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다.
   
   이 정부는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한국판 뉴딜은 그날로 폐기될 것이다. 설령 정권이 연장된다고 해도 차기 대통령은 이 ‘뉴딜의 본질에서 벗어난 뉴딜’을 계승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새로운 정책을 펴려고 할 것 같다.
   
   이제 정부와 기업은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은 디지털·친환경·고부가가치 경제를 만드는 일을 잘한다. 반면 예전처럼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진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못 하는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쏟아야 한다.
   
   2000년대 골드뱅크 신화로 잘 알려진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은 “이제 많은 일자리는 디지털·친환경 업계가 아닌 서비스 업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요즘엔 목공 일을 잘하는 사람은 굳이 가게를 낼 필요 없이 집 수선이 필요한 사람과 온라인으로 연결된다. 합의된 가격으로 일을 해주고 수입을 올린다. 이런 식의 서비스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얼마든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고 많은 창업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김 전 사장은 “청년 실업과 노후 생활고가 심각하다. 정부 예산은 ‘무조건’ 일자리 늘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이번 보궐선거의 쟁점 중 하나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중대한 문제다. 개념도 내용도 모호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잡아먹는 한국판 뉴딜을 대폭 축소해 그 예산을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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