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메트릭스리서치가 서울 유권자 8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야권이 분열된 여야(與野) 3자 구도로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등 세 명이 나설 경우 지지율이 박영선 후보 38.3%, 안철수 후보 29.5%, 오세훈 후보 25.0% 등의 순이었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를 가상한 3자 대결도 박영선 후보 39.9%, 안철수 후보 30.3%, 나경원 후보 22.6% 등으로 민주당·국민의당·국민의힘 순위가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7~29일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서울 유권자 800명)에서도 서울시장 선거가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여당이 우세했다. 당시 조사 결과는 박영선 후보 31.3%, 안철수 후보 29.4%, 나경원 후보 19.2% 등이었다. 여야 ‘3자 대결’에선 야권이 필패(必敗)한다는 것이 이번 조사에서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여야 맞대결에선 야권이 유리했다. 이번 주간조선 조사에서 박영선 후보에 맞서 안철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안 후보(47.6%)가 박 후보(44.0%)를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다소 앞섰다. 지난 연말 동아일보 조사도 안철수 후보가 박영선 후보와 맞대결에서 44.6% 대 38.4%로 우세했다. 야권 단일화가 승부를 가를 열쇠란 것이다.

유권자 연령별로 박영선·안철수·오세훈 후보의 가상 3자 대결 지지율은 30~50대 등 지금까지 각종 선거에서 여권 성향이 강했던 세대에서 박 후보 지지율이 선두였다. 박 후보 지지율은 30대 36.4%, 40대 49.0%, 50대 52.7% 등이었다. 하지만 20대에선 안 후보(39.6%)가 박 후보(26.6%)와 오 후보(18.2%)를 비교적 여유 있게 앞섰다. 60대 이상에선 오 후보(39.5%)가 박 후보(30.7%)와 안 후보(25.6%)에 앞선 선두였다. 성별로는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남성(35.8%)보다 여성(40.5%)에서 더 높았다. 안 후보와 오 후보는 남녀간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직업별로는 대학생의 경우 안 후보 지지가 가장 높았지만, 나머지 직업군에선 박 후보 지지가 가장 높았다. 박영선·안철수·나경원 후보의 가상 3자 대결도 판세가 비슷했다. 30~50대는 박 후보가 선두였고, 20대는 안 후보, 60대 이상은 나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직업별로 대학생은 안 후보가 강세였고, 나머지 직업군에선 박 후보가 선두였다.

야권 후보가 분열된 3자 대결에서 여당이 유리한 것은 보수층과 야당 지지층이 한곳으로 뭉치지 못하고 갈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른바 ‘반문(反文)’ 유권자가 절반에 다소 못 미치는 49.6%였다. 반문 유권자가 야권으로 똘똘 뭉쳐도 야권의 승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영선·안철수·오세훈 후보의 가상 3자 대결에서 반문 유권자는 안 후보(44.6%)와 오 후보(41.6%)로 지지가 반반씩 갈렸다. 반면 문 대통령 국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친문(親文) 유권자는 대다수(74.1%)가 박 후보 쪽으로 쏠렸다.

정치 성향별로도 보수층은 오 후보 48.5%, 안 후보 35.9%, 박 후보 11.2% 등으로 흩어졌다. 중도층도 안 후보 38.4%, 박 후보 30.5%, 오 후보 21.6% 등으로 지지가 갈렸다. 이에 비해 진보층은 73.8%가 박 후보로 쏠렸다. 3자 구도가 펼쳐질 경우 보수층과 중도층은 흩어지는 반면 진보층은 박 후보로 결집하면서 승부가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조사 결과였다.

안철수 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도 3자 대결에선 안 후보 59.6%, 오 후보 36.0%로 지지가 분산됐다. 야권 단일 후보로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의 3명 중 1명 이상이 3자 대결에선 오 후보 쪽으로 지지를 바꾼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선 4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민심이 다수였다. 조선일보·칸타코리아(12월 27~29일) 조사에서 서울 유권자의 56.1%가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승리를 원한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길 원한다’가 53.0%로 과반수였다. SBS·입소스코리아 조사(12월 31일~1월 1일)에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야가 일대일로 대결한다면 ‘야권 후보에 투표하겠다’(43.7%)가 ‘여권 후보에 투표하겠다’(32.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야권 단일화 없이 3자 대결을 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에 대해 “나도 거기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면서도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당시 3자 대결에서 야당 소속이던 조순 후보의 서울시장 승리 사례를 들어 ‘3자 필승론’을 주장했다.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여당에 대한 여론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제1야당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일화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단일화를 못 하겠다고 그러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래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야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의 3자 필승론은 1987년 DJ의 4자 필승론을 연상시키는 시대에 동떨어진 아전인수격 주장”이라고 했다. 김무성 전 의원도 김 위원장을 향해 “우리 당이 벌써 오만에 빠졌다”며 “착각에 빠져서 우리 당 대표 자격이 있는 사람이 3자 구도 필승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서울은 친문과 반문 유권자 수가 비슷하고, 진보와 보수 유권자 수도 비슷하다”며 “유권자 지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아서 여야 일대일 대결도 박빙일 가능성이 높다. 3자 대결은 야권의 필패 구도”라고 했다. 조일상 메트릭스리서치 대표는 “이번 조사에선 보수층뿐만 아니라 중도층도 야권 단일화에 대한 찬성이 64.1%로 높은 편”이라며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 야권에 실망한 중도층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여권 쪽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반문(反文) 유권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야권이 분열된다면 승산이 크게 낮아진다”며 “선거 구도는 승부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야권으로선 단일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조사 어떻게 했나

주간조선은 메트릭스리서치에 의뢰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서울 유권자의 민심을 살펴봤다.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1월 31일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100% 사용해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은 2020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로 비례 할당 후 가중치를 부여해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응답률은 16.7%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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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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