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photo 뉴시스
지난 2월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photo 뉴시스

오는 4월 7일 서울과 같은 날 보궐선거를 치르는 부산은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 예비후보들의 공약이 대부분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새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 당 후보 적합도 5% 이상 지지를 받은 예비후보들은 한결같이 ‘가덕도신공항’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권 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예비후보(전 국회 사무총장)는 자신의 호(號)를 ‘가덕(加德)’으로 붙였고, 같은 당 변성완 예비후보(전 부산시 행정부시장)는 트위터 계정을‘@BusanGadeok(부산가덕)’으로 정했다.

국민의힘 이언주 예비후보(전 의원)는 지난 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며 배수진까지 쳤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형준 예비후보(전 국회 사무총장)와 최근 선거전에 합류한 박성훈 예비후보(전 부산시 경제부시장)도 가덕도신공항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범보수 진영에서 가덕도신공항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은 정규재 예비후보(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가 유일하다.

가덕도신공항 외에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예비후보들의 현란한 교통 공약이다. 박형준 예비후보는 ‘어반루프(Urbanloop)’를 내걸었다. ‘어반루프’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미국 뉴욕~워싱턴D.C. 간에 부설을 추진 중인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루프(Hyperloop)’의 한국판이다. 박형준 예비후보는 ‘어반루프’를 부산에 도입해 부산 해운대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를 15분 만에 연결하겠다는 야심 찬 공약을 발표했다.

김영춘 예비후보는 ‘어반루프’를 ‘공약(空約)’으로 평가절하하며 자신은 동해선, 부전~마산선(건설 중), 신항선 등을 연결해 부산 시내에서 가덕도까지 30분, 울산·경남에서 가덕도까지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준(準)고속철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남해권 철도건설사업을 정비해 전남 순천에서 가덕도까지도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야 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는 김영춘 예비후보와 박형준 예비후보의 공약이 ‘가덕도’에서 모아지는 셈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불발 시 후보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이언주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킹메이커’를 자처한 김무성 전 의원이 이끄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서 기존의 가덕도 ‘트라이포트(육로·해로·항로)’ 구상에 더해 가덕도에서 일본을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을 뚫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내놨다. 이언주 예비후보의 이 같은 구상은 지난 2월 1일 가덕도를 찾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한·일 해저터널’ 발언으로 힘을 얻게 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언급한 ‘70년대생, 40대 경제통’ 조건에 부합해 ‘다크호스’로 떠오른 박성훈 예비후보는 남해고속도로~부산항~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심 관통 지하물류 터널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항 남항에서 가덕도신공항을 연결하는 ‘벨트라인 해상대교’를 건설해 부산 도심에서 30분 내에 가덕도까지 연결시킨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가장 뒤늦게 선거전에 합류한 민주당 변성완 예비후보 역시 자신의 1번 기호에 ‘활주로와 비행기’를 집어넣었다. 여야 모두 ‘기승전 가덕도’인 셈이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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