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청와대 근무 시절 사진. ⓒphoto 뉴시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청와대 근무 시절 사진. ⓒphoto 뉴시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55) 전 실장이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해 활발히 의견을 내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586운동권 세대인 임 전 실장이 오는 4월 보궐선거가 끝난 뒤 대권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궐선거 이후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이른바 친문 제3후보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임 전 실장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기본소득 관련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8일에는 이 지사를 겨냥해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기본소득제는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해 이 지사가 “사대적 열패의식”이라고 반박하자 이 지사 공격 대열에 가세한 것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월 1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교황이 제안한 것은 보편적 임금, 또는 보편적 기본임금”이라는 취지로 다시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 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교황께서도 ‘기본소득’을 제안했다”는 전날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한 재반박이었다.

임 전 실장이 유독 기본소득과 관련한 메시지를 연발하는 것도 결국 대권 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기본소득은 현재 대권을 노리는 여권 잠룡들이 부딪치는 대표적인 지점이다.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주택 등을 내세우면서 ‘기본’ 시리즈를 자신의 대표 정책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이재명 지사를 포함해 이낙연 대표, 정세균 총리 등이 모두 기본소득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야권의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기본소득 논쟁에 가세했다.

이재명과 기본소득 논쟁도 대권 전략?

임 전 실장이 대권을 꿈꾼다는 것은 지난 총선 당시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에 출마하려고 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2019년 중반기 기존에 살던 서울 은평구를 떠나 종로구 평창동으로 거처를 옮기려 했었다. 통상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불과 1년 앞두고 정치인이 거주지를 옮긴다는 것은 새로 옮긴 거주지가 속한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시도로 본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대표가 이 지역에 출마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는 무산됐다. 당시 종로 지역구 의원은 국회의장을 맡고 있던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임 전 실장의 이른바 ‘용꿈’은 586(50대, 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세대의 대권 도전론과도 맞물려 있다. 여권에서는 3월 이낙연 대표의 임기가 끝나고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 결과가 나오면 586세대들의 대권 도전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원조 친노’로 알려진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보궐선거가 끝나면 (대권 무대에) 여러 명이 동반 입장할 텐데 그중에 지지율이 높은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안다”며 “한 명이 아니라 3~4명쯤이 동시에 들어가는 거고 거기에 종석이(임 전 실장)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의 설명에 따르면, 여권의 잠재 대선후보로 꼽혀온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1958년생), 김두관 의원(1959년생)도 보궐선거 이후 대권 도전을 본격화할 움직임이지만 이들은 586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강조하는 여권의 새 후보군에는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민주당 당헌상 본 선거 180일 전까지 뽑게 되어 있는 대선후보를 120일 전까지로 미루자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는 것 역시 ‘친문 제3후보’의 등판 가능성에 힘을 싣는 변수다. 친문 의원 중 한 명인 전재수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전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예정돼 있던 정치 일정도 당내 경선 흥행이라든지 또는 더 좋은 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표 조정 이런 것들을 충분히 논의해서 바꿔볼 필요도 있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표적인 이재명계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지지율 1위 후보를 견제하고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의 유불리를 따져 경선 일정을 연기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볼지 벌써 걱정”이라며 “경선 연기론은 아무런 명분이 없는 황당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맞서기도 했다.

“보궐선거 뒤 임종석 포함 3~4명 등장”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꼽혀온 박영선 전 장관이 좀처럼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던 배경에도 임 전 실장의 정치 재개 움직임이 있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박 전 장관이 출마 선언에 신중함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확산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제게도 시장 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제 마음 실어서 우상호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실제 임 전 실장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우상호 의원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영선 캠프보다 우상호 캠프에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들이 훨씬 많이 파견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임 전 실장과 우 의원은 대표적인 586 운동권 세대로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다. 서울 용문고 선후배로 우 의원이 4년 선배다. 임 전 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으로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고, 우 의원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20대 국회 때는 우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다.

이처럼 보궐선거 이후 부상할 친문 제3후보로 임 전 실장의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그가 실제 대권후보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대협 3기 의장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젊을 때부터 유명세를 치른 임 전 실장의 전력을 감안하면 폭넓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한 전직 의원은 “내가 알기로는 임 전 실장은 미국 비자가 안 나오는 걸로 안다”며 “과거 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갈 때도 못 따라가지 않았나. 미국은 자국 이익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나라다. 대권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직 의원은 임 전 실장의 최근 활발한 메시지 발신에 대해 “이재명이 껄끄러워서 그러는 것 같은데 (임 전 실장의 대권 도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정세균 같은 사람이 지지율이 오르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재 586 운동권 출신 의원 중에는 미국 입국이 어려운 인물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청래 의원의 경우 2013년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 국정감사를 위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주 국감에 참여하려다 미국의 비자발급 거부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외통위는 단수가 아닌 복수 비자를 신청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비자발급 불가 사유로 설명했지만 과거 정 의원이 1989년 ‘전대협 결사대’의 일원으로 미국대사관저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것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국무부는 개인 신상 문제라는 이유로 특정 개인의 미국 비자발급이 가능한지 여부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영등포가 지역구인 김민석 의원도 원래 미국에 못 들어가지만 MB 정부 때 주한 미국대사(캐서린 스티븐스 전 대사)가 이례적으로 비자를 발급해 줬던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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