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여의도 인근에서 당원이 직접 검증하는 '후보자 온라인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를 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여의도 인근에서 당원이 직접 검증하는 '후보자 온라인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를 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18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중요하다”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고 그걸 거부할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퀴어문화축제는 도시의 중심이 아니라 남부 쪽에서 열린다.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퀴어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신다”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이 발언으로 ‘혐오 조장’ 비판에 직면하자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다. 이를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사실상 그가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보수적 입장을 확고히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는 정치입문 때부터 각종 정책, 사회 문제 등에서 진보·보수의 입장이 갈릴 때 ‘우클릭’을 시도하곤 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런 행보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입장 선회가 대표적이다. 안 후보는 당초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했지만, 대선이 임박하자 돌연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못박았다. 대선 토론회에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두고 “공과 과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의원 등 호남 출신 의원들은 안 후보의 이 같은 태도를 규탄했고,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론이 불거지자 안 후보에게 ‘우경화’ ‘보수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 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동길 전 연세대 명예교수, 반기문 전 유엔총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보수 인사를 연달아 만났는데 이 같은 행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했던 한 인사는 주간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의 실력이라는 건 긴 안목을 가졌느냐에서 오는데, 과거나 지금이나 안 후보는 변한 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도 보수 지지층을 포섭하려는 시도겠지만, 중도를 표방하면서 보수를 지향하는 이 같은 태도가 정치관을 불분명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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