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가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다. 각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맞서는 3자 대결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 후보 또는 안 후보로 야권이 단일화된다면 야권이 우세하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 야권 단일화 여부로 승패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2000년 이후 광역 보궐선거 투표율 30~40%

선거 전문가들은 그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변수로 투표율을 꼽는다. 투표율이 역대 다른 선거 못지않게 승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투표율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란 점에서 투표일이 임시 공휴일인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50% 미만일 경우엔 여론조사에서 파악된 지지율 판세보다는 어느 쪽 지지층이 더 많이 투표를 하는가에 따라 승자가 바뀔 수 있다.

지난 2010년, 2014년, 2018년에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의 투표율은 각각 53.9%, 58.6%, 59.9% 등으로 모두 유권자의 과반수가 투표를 했다. 하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실시된 2011년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48.6%에 머물렀다. 당시를 포함해 2000년 이후 전국에서 치러진 총 6곳의 광역자치단체장 보궐선거는 모두 투표율이 30~40%대였다. 특히 투표율이 33%에 그쳤던 2004년 부산시장 보선 결과는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달랐다. 선거 열흘 전 한국갤럽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오거돈 후보(39.5%)가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34.3%)를 앞섰고 모름·무응답이 26.2%였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허 후보(62.3%)가 오 후보(37.7%)를 압도했다. 막판 표심(票心) 변화도 있었겠지만 허 후보 지지층이 투표장을 훨씬 많이 찾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투표율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2030세대 때문이다. 윗세대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던 2030세대가 투표장에 많이 나올 경우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2030세대는 4050세대와 함께 여당을 전폭적으로 밀어줬고 60대 이상에서만 야당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는 이전과 다르게 반여(反與) 성향이 높아졌다. 총선 이후 1년 동안 4050세대의 친여(親與) 성향과 60대 이상의 반여 성향은 그대로지만, 2030세대의 성향은 친여에서 반여로 달라졌다. 부동산 폭등과 취업난 등으로 청년세대의 미래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20대에서 7%로 가장 낮았고 30대도 13%에 그쳤다.

‘청년층 울렁증’ 진보로 옮겨갈까

2030세대는 반문(反文) 정서도 강해졌다. 중앙일보·입소스 조사(3월 5~6일·서울 유권자 1004명)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20대는 40.9% 대 50.5%, 30대도 39.2% 대 58.5%였다. 이에 비해 40대는 56.3% 대 40.5%로 과반수가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2월 4~6일·서울 유권자 800명)에선 서울시장 보선과 관련해 ‘정권 심판을 위한 야당 승리’와 ‘국정 안정을 위한 여당 승리’에 대한 공감 비율이 18~34세는 47.1% 대 40.2%로 정권 심판론에 기울어져 있었다. 반면 35~49세는 42.3% 대 48.6%로 국정 안정론이 우세했다. 과거 386세대였던 50~64세(43.2% 대 49.0%)도 여당 승리를 원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65세 이상(67.8% 대 28.6%)은 야당 승리를 원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시장 후보 지지에서도 드러난다. 입소스 조사에서 박영선 후보가 안철수 후보 또는 오세훈 후보와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2030세대에서 모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박 후보와 오 후보의 양자 대결은 41.6% 대 45.3%였는데, 20대(36.6% 대 38.9%)와 30대(42.7% 대 44.9%)에서 오 후보가 우세한 것의 영향이 컸다. 다만 친여 성향이 강한 40대(59.9% 대 29.2%)는 박 후보가 크게 앞섰다.

박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도 비슷했다. 전체 유권자에서 39.8% 대 47.3%로 안 후보가 앞섰고, 20대(35.7% 대 42.9%)와 30대(39.2% 대 44.3%)도 안 후보의 강세였다. 하지만 40대(57.8% 대 30.9%)는 박 후보에게 쏠려 있었다. 따라서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진다면 야당이 유리하지만 반대의 경우엔 여당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투표 의향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자가 72.8%였고 입소스 조사도 74.5%였다. 지난 총선 일주일 전 입소스 조사에서 76.8%였던 것과 비교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투표 의향은 결코 낮지 않다. 총선의 경우 최종 투표율이 66.2%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의 투표율도 60%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연령별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은 18~34세(56.7%)가 가장 낮았다. 상대적으로 35~49세(73.9%), 50~64세(78.6%), 65세 이상(88.4%) 등의 적극 투표 의향은 높았다.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지 않다면, 노년층이 투표를 많이 해도 유권자 수가 많은 4050세대의 지지가 높은 여당이 유리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평일에 치러지는 선거란 점에서 사전투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거나 학생 등 상당수 유권자는 평일인 본 투표일에는 시간을 따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3년에 처음 시작한 사전투표는 갈수록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선 사전투표율이 26.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많은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활용한다면 평일 선거에도 불구하고 최종 투표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전체 투표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원래 투표율이 높은 장·노년층과 함께 2030세대도 투표를 많이 한다는 의미”라며 “그럴 경우 역대 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고질병이던 ‘청년층 울렁증’이 진보 정당 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했다. 과거엔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와 줄을 서며 북적거리면 보수 정당 관계자들이 개표도 하기 전에 “질 것 같다”며 울상을 짓곤 했는데 이번엔 반대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호원 칸타코리아 부장은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는 2030세대가 투표장을 많이 찾는다면 야당에 유리한 표심이 확인될 확률이 높다”며 “야당이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킬 수 있을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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