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여받은 가장 큰 역할은 사실 2022년 야권의 대선 후보를 키워내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이를 알고 있다. 지난해 “당 밖에서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 “백종원 같은 사람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는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을 사퇴하면서 김 위원장이 찾던 대권 주자가 점차 '명확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3월 10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윤 전 총장을 향한 ‘온기 있는 관망’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섣불리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입당 등을 타진하기보다는 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태도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초 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정치 입문 가능성이 거론되던 윤 총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었다. “윤석열이라는 카드를 향해 거칠게 구애를 했다간 총장의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그래서 조심조심 깨질 수 있는 유리구슬처럼 가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너무 꽉 쥐지도 않고, 적절한 관리와 관망. 그렇지만 그래도 조금 온기가 있는 관망이다.”

여러 인터뷰와 주변인들의 설명을 통한 정황을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이 가진 정치적 자산과 미래 가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확실하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에 따르면 김종인 위원장은 평소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칭찬을 잘 안 한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을 가리켜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 정도면 엄청난 칭찬이란 게 이 비대위원의 설명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을 향한 발언에는 그보다 더한 애정이 묻어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이 비대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총장직을 사퇴하기 전날인 지난 3월 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현 정부에서 그 사람만큼 용감한 사람이 없다”며 “정부가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 소신을 갖고 유일하게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단순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 두 사람이 일종의 교감을 지속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로 보인다.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외치자 약 한 달 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점, 사퇴 직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30%를 넘어선 데에 대해 김 위원장이 “내가 보기엔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한 점 모두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물론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의 사퇴 뒤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날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내 스스로가 당장에 만날 이유가 하나도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차후 힘을 어떻게 합칠지는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범야권 후보가 두 곳 모두에서 패배할 경우 김 위원장은 물러날 수밖에 없고, 한 곳에서 승리하고 한 곳을 내주더라도 자리를 지키기는 어렵다. 특히 서울이 관건인데, 범야권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된다면 비대위 체제가 끝나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관측이다. 의석이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 후보에 밀려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이 본선에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비대위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서다. 국민의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오세훈 후보로 야권후보가 단일화될 경우 본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지면 50점의 성공으로 판단돼 비대위가 전당대회 때까지는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오 후보가 본선에서도 승리하면 완전한 성공으로 간주돼 비대위 체제가 더 이어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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