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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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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이준석 “꼰대들 셀프 격리가 청년 공간 열어줬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의 전폭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준석(36)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뉴미디어본부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이 본부장은 각종 방송 출연뿐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남성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거 활동 기간 화제를 모았던 ‘2030 시민참여 유세단’ 연설 역시 이 본부장의 아이디어였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8·19세와 20대 남성 중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2~3년 전부터 ‘이남자’ ‘이대남’으로 불리던 20대 남성 주도의 차별화된 흐름이 투표 결과로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국민의힘은 20대 남성의 전폭적 지지가 개표 결과 현실로 나타나자 화들짝 놀라 들뜬 분위기지만, 지난 4월 8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만난 이 본부장은 정작 담담한 분위기였다. 당내 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냉정할 정도로 침착함이 묻어났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민주당 패배는 LH 탓? 천만에!”
   
   우선 이 본부장은 이번 선거에서 20대의 민주당 이탈 현상이 젠더 이슈에 대한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LH사태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로서는 고맙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한 건 그들이 만든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출구조사 차트를 보면 20대 여성에서는 빨간색(국민의힘), 파란색(더불어민주당) 외에 회색(기타 후보)이 짙게 나온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는 20대 여성 15%가 신지예, 신지혜 등 페미니즘 후보를 뽑았다는 것이다. 원래는 민주당을 뽑던 표들이다. 그런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해놓고 비서를 성추행하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은 성갈등을 부각시켜 2030 남녀 간 갈라치기 구도를 만들어놨다. 그만큼 거기에 반대하는 반(反)페미니즘 진영도 키운 셈이다. 거기다 자신들이 성추문까지 일으키니 모아둔 표에서도 상당 부분 이탈한 것이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20대 여성에게 얻은 표는 40.9%였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25% 안팎(출구조사 결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으로선 ‘선방’한 셈이다. 이 본부장은 이를 20대 남성과의 ‘동조효과’라고 설명했다.
   
   “20대 남성 중 72.5%나 국민의힘을 찍은 건 피해의식과 결부된 것이다. ‘불평등하다’는 의식이다. 20대 남자들은 민주당 정권의 남녀갈등 구도 속에 피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계층이다. 그들의 인식은 견고하고, 그래서 (민주당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남성들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여성들도 서서히 동화될 수 있다. 남성들도 나서서 여성들을 설득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평등’은 여성이 무조건 피해자라는 수준이었다. 이는 현재 5060세대가 설정한 어젠다이다. 이제는 20대가 이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그가 말한 ‘20대 남성의 피해의식’이 ‘보수화’와는 다른 의미인지 물었다.
   
   “나는 최근에 ‘애국보수’와 ‘애국진보’란 말을 쓴다. 전체주의·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전통주의 보수가 애국보수이고, 민주당이 집권한 후 진보 진영의 모습이 애국진보다. 애국진보는 반일을 강조하는 애국주의와 문재인을 지켜야 한다는 전체주의가 합쳐진 개념이다. 반대 개념으로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인 개인 행복 추구를 우선순위에 두는 보수가 태동한 것이다.”
   
   결국 20대 남성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보수, 젊은 보수가 태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애국진보’의 모순된 현상을 설명하던 이 본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는 어려운 선거를 계속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볼링에서 스플릿 상황, 즉 왼쪽 오른쪽에 핀이 하나씩만 있으면 스페어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는 애국보수와 젊은 보수가 애국진보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했지만, 두 집단은 사실 많이 다르다. 지역구 당원 모임에서 대학생과 6070세대가 만나서 얘기하면 서로를 외계인처럼 생각한다. 가령 60대 당원들이 하는 과거 이야기들은 거의 범죄 수준이다. ‘내가 민정당 시절에는 음주운전해도 경찰이 봐줬다. 경찰들한테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켰다’ 같은 말을 한다. ‘과거의 영광’을 누리던 세대와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세대 간에는 호환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걸 풀어나가는 게 앞으로 정당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가 지난 4월 3일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 청년 지지자들과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자리다툼 꼰대 대신 20대로 채워야”
   
   2030세대 중 아무에게나 지원을 받아 연설할 기회를 준 ‘2030 시민참여 유세단’은 국민의힘이 모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은 선거 캠페인이었다. 이 본부장이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원을 받았다. 자기소개서나 사전 연설문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설명하는 이 본부장의 표정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린 이들이 많다’는 뉘앙스가 발언 군데군데 느껴졌다.
   
   “연설할 청년들을 모으는 건 쉬웠다. 어려웠던 건 아저씨(당내 인사)들이 ‘내(연설) 자리도 내놓으라’ 해서 싸워야 했던 부분이다. 어제 개표상황실에서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이 자기 자리가 없다고 당직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 이날도 원래 기획은 개표상황실에 오세훈 후보, 김종인 위원장만 앉히고 좌우에는 연설을 했던 2030세대로 채우자는 거였다. 그런데 (당으로부터) 단칼에 거절당했다. 정당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자리싸움이 이해가 안 간다. 선거운동 기간 오세훈·안철수 후보가 연설한 영상은 조회수가 1만~2만뷰 안팎이다. 그런데 2030 유세단의 영상 조회수는 70만뷰까지 갔다. 사람들도 정치인들보다 그런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길 바라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언대로 선거가 끝난 직후인 4월 8일 당을 떠났다. 국민의힘은 5월경 전당대회를 치러 새 지도부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전당대회 전망을 물을 때도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선 전에 당이 한 번 나락을 찍을 것이다. 어제 개표상황실에 젊은이들을 못 앉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1등 공신에 이순신과 함께 원균을 넣었다. 자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진주성 지키다 죽었던 김시민은 2등 공신이었다. 얼마나 불공정한가. 자기를 지켰다는 이유로, 도망갈 때 따라간 이들을 ‘호성공신’이라며 추켜세웠고 그들이 더 잘나갔다. ‘논공행상’은 백성이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하는 과정이 올바르지 못하면 조직은 무너진다. 이번 선거에서 2030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록을 해야 한다. 어제 개표상황실에 얼굴 나온 사람들이 1인당 10표는 얻어왔겠나. 2030 시민참여 유세단의 연설 영상을 보고 천 명, 만 명은 (투표장에) 몰렸을 것이다. 그걸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개표상황실 앞줄에 앉게 하는 것이었다. 근데 그 기회를 날렸으니….”
   
   지난해 총선 전후로 국민의힘 전신이었던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은 ‘꼰대’ 이미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시절에는 20대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선 뭐가 달라진 걸까. 이 본부장은 몇몇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분들(꼰대들)이 셀프 격리한 덕”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과정이 있었다. 선거 초기 나경원 후보에게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당협위원장들까지 줄섰다. 오세훈 후보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들까지도 나경원 캠프에 줄을 댔다. 그래서 오세훈 캠프는 상대적으로 ‘젊은 애들’의 공간이 크게 열릴 수 있었다. 줄을 잘못 서신 분들이 셀프로 격리해주신 덕이 크다.
   
   또 하나의 과정은 보통 당의 후보가 결정되면 그 밑으로 모이는데, 단일화를 명목으로 안철수 후보에게 줄을 선 것이다. 김무성, 김문수, 윤상현, 홍준표, 이재오 이런 분들이 안철수 쪽에 섰다. 안철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복당 문제와 김종인 위원장과의 갈등 등이 이유였다. 그분들이 캠프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겐 무한한 공간이 열렸다. 맛있는 걸 먹으려면 장을 비워야 하는데, 제대로 비웠다.”
   
   이 본부장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한동안 ‘사전투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 대립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여전히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악플이 달린다.
   
   “정치는 정직해야 한다. 대중을 속여가며 ‘우가우가’ 식의 지지를 받는 건 오래 못 간다. 지난해 총선 이후 민경욱 전 의원이 대의원실에서 부정선거 토론회를 열었다. 총선이 부정선거인 이유에 대해 PPT를 만들어왔는데, ‘선관위 노트북에는 와이파이가 내장돼 있다’ ‘윈도10을 쓴다’는 게 부정선거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듣는 할아버지들은 ‘와~’ 하며 박수치고. 저런 걸로 장사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부정선거를 반박하면 ‘그래도 당신의 잠재적 지지층인데 그렇게 싸가지 없게 말할 필요까지 있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잠재적 지지층이라는) 그 사람들은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가 제일 잘못한 부분이 이상한 음모론을 초기에 단절하지 못한 거다.”
   
   
   “대선주자는 세대별 이슈 캐치해야”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 승리를 두고 ‘야당이 잘한 게 아니라 여당이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꿔 말하면 국민의힘이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믿지 못하는 여론이 많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젠더갈등 같은 세대별 이슈를 잘 캐치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이 트렌디하게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20대에서는 젠더갈등이 지역감정이나 계급갈등처럼 큰 문제가 됐다. 거기 맞는 대안을 내야 한다. 5060세대가 자기들의 시선으로 성평등 이슈를 해결하려 하면 2030과의 괴리는 더 커질 것이다. 2030 젠더 이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국민의힘도 이번 선거에서 크게 깨달았다.”
   
   범야권 차기 대선 지지도 1위를 얻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 본부장이 말한 ‘세대 이슈’를 캐치할 능력이 있을까. 이 본부장은 “윤 전 총장이 우선 본인 상식에 맞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윤 전 총장이 아버지 모시고 사전투표하러 간다는 사실을 알린 측근 변호사의 문자 공지를 보면, ‘~함을 자제하심이 상당하다고 판단되었다’ 같은 문장으로 되어 있었다. 경악스러웠다. 이런 사람이 주변에 포진해 있으면 정치하기가 어렵다. 윤 전 총장은 조국과 대립각을 형성하며 ‘공정과 정의’의 상징성을 얻을 수 있었다. 어제 개표 결과를 보면서 젠더 이슈가 얼마나 막강한지 정치인들이 깨달았을 것이다. 안철수나 윤석열 등 차기 대권주자 중 누군가가 그 이슈를 잡기 위해 나올 거다. 젠더 이슈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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