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용산 링킹파크’ 정책을 설명하는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용산 링킹파크’ 정책을 설명하는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 ⓒphoto 뉴시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면서 용산공원(현 용산미군기지)의 쓰임새가 바뀔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18%포인트 차로 꺾고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신임 시장은 대표공약으로 ‘용산 링킹파크(Linking Park)’를 제시한 바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새긴 의자를 놓고 싶다”고 했던 용산공원 아래에 대규모 교통거점이 될 지하 로터리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서울 시내 6개 간선축(軸)을 한데 모아 각 지역으로 분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시장은 선거과정에서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용산 링킹파크’를 소개하면서, “강북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원인은 교통문제”라며 “용산공원 하부에 사통팔달의 대규모 교통거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시정 경험에서 우러나온 오세훈 시장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용산 링킹파크의 모델로 프랑스 라데팡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라데팡스는 역사 유적이 많아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파리 외곽 센강 변에 조성된 신도시다. 도로와 철도가 모두 지하에 배치돼 있고, 상부에 신(新)개선문(그랑드 아르슈) 등 주요 업무시설이 들어선 형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월 3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용산을 대한민국의 라데팡스로 만들겠다”며 “강북 전체를 변화시킬 100만평(330만5000㎡)의 선물”이라고 했다.

용산 탓에 기형화된 동작대교

용산 링킹파크 6개 간선축 중 가장 현실성 있고 실현가능한 노선은 과천~동작대교~용산공원을 연결하는 구간이 꼽힌다. 강북의 노후주택가 하부를 뚫고 들어와야 해 토지보상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다른 간선축과 달리 과천과 용산공원을 연결하는 간선축은 동작대교를 따라 이미 용산공원 턱 밑까지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 도심과 과천을 연결하는 동작대교의 허리가 펴질지도 주목된다. 동작대교는 서울 도심과 최초의 행정수도로 태어난 과천을 최단거리로 연결할 목적으로 놓인 다리다. 한강종합개발을 추진한 염보현 전 시장 재임 중인 1984년 개통한 다리로, 왕복 6차선 도로와 복선 철도(지하철 4호선)가 함께 통과하는 복합교량이다.

하지만 동작대교 북단은 직선으로 쭉 뻗은 다른 한강다리와 달리, 용산미군기지 아래 서빙고로 동서 양방향으로 90도로 꺾인 기형적 형태로 진출입 램프가 놓여 있다. 한강교량 중 진출입이 가장 불편한 다리다. 이로 인해 동작대교는 서울 중심부에 있음에도 지난해 일일 통행량이 5만8192대로 서강대교(4만6012대), 원효대교(5만4621대) 다음으로 적다.

동작대교 위를 지나는 4호선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도 안산, 과천 등지에서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4호선은 용산미군기지 서측으로 크게 우회해 도심으로 들어간다. 4호선이 최초 계획될 당시에는 동작대교를 건너 용산미군기지 아래를 관통한 뒤 서울 도심으로 곧장 향하는 노선으로 추진됐으나, 용산미군기지 지하통과가 불발되면서 지금과 같이 용산미군기지 서쪽으로 휘어진 형태가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4호선은 서울역에서 신(新)용산역까지 구간이 1호선과 거의 겹치는 등 노선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4호선이 용산미군기지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한강로에 신용산역이 생겼지만, 신용산역은 불과 200m 떨어진 용산역과 환승도 되지 않는 등 쓰임새가 떨어진다. 용산미군기지의 존재 탓에 한반도 X자형 철도의 중심인 용산의 도시구조가 기형적으로 왜곡된 셈이다.

반면 박원순 전 시장은 용산공원을 ‘생태공원’으로 못 박고 어떤 형태의 개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용산공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박근혜 정부 시절 용산공원 일대에 각종 박물관을 조성하는 계획을 밝혔을 때도,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이뤄진 반쪽짜리 공원사업”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결국 박 전 시장의 반대와 난개발을 우려하는 여론악화로 당초 국토부가 계획했던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과 맞붙었던 박영선 후보 측도 “온전한 국가 용산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용산공원 상부의 생태공원화와는 별개로, 공원 조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수준의 하부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舊)한말부터 외국군의 용산 주둔으로 인한 한반도 중심부의 기형적 교통왜곡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목이 잘린 형태의 동작대교는 그중 대표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박원순, 동작대교 구조개선 백지화

사실 동작대교 구조개선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오세훈 시장 재직 기간에 거론됐던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당시는 용산공원 아래 서빙고로 접속램프 구조개선까지는 논의되지 못했고, 그보다 남쪽의 강변북로 쪽 구조개선이 논의된 바 있다. 강변북로와 동작대교를 연결하는 접속램프는 구리 방향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가장 안쪽 고속차선에 접속램프가 연결돼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추돌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 이에 동작대교 접속램프를 강변북로 바깥쪽 저속차선과 연결해 1~2개 차선을 추가 확보하는 식으로, 이 일대 교통흐름을 개선하고 사고위험을 낮추자는 구상이었다. 동작대교 구조개선안은 오세훈 시장 재임 때인 2011년 디자인안까지 확정된 상태였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동작대교 접속램프 구조개선 사업은 2013년 착공에 들어가 2017년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1년 8월 오세훈 시장의 중도사퇴와 함께 양화대교 구조개선 등 전임자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박원순 전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동작대교 구조개선 사업 역시 전면 백지화된 바 있다. 이에 ‘한강 르네상스 시즌2’를 예고한 오세훈 시장의 복귀와 함께 어떤 형태로든지 동작대교 구조개선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상태다.

이미 동작대교 남단에서 과천에 이르는 동작대로 구간은 현재 ‘이수~과천 간 복합터널’이란 이름의 민자(民資)사업으로 지하도로화가 추진 중이다. 오는 4월 16일 개통예정인 제물포터널(여의도 국회대로~신월IC)처럼 기존 도로 아래 지하를 관통하는 왕복 4차선 도로다. 롯데건설이 제안한 사업으로, 동작대교 아래 이수교차로에서 과천대로의 남태령IC(신설)까지 총연장 5.4㎞의 지하도로와 함께 빗물저류용 배수터널을 뚫자는 계획이다. 롯데건설이 서울시에 제안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수~과천 간 복합터널은 오는 2022년 착공해 2026년경 완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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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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