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앞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앞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스타항공이 태국의 티켓총판회사 ‘이스타젯’에게 받아야 할 외상매출금 71억원을 ‘타이이스타’ 설립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사위인 서모씨가 취업했던 타이이스타가 이스타항공과 관련이 없다는 무소속 이상직 의원의 그간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다. 주간조선은 복수의 이스타항공 전·현직 관계자들을 통해 타이이스타 설립에 들어간 자본금이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나왔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의 실질적 모회사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의 회계 장부를 검토한 복수의 전문가들은 “외상매출금 71억원은 결국 비자금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타이이스타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가 근무했다는 사실이 2019년 처음 알려져 논란이 일었던 태국의 소규모 저비용항공사다. 문 대통령의 딸 다혜씨 일가가 외국으로 이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2개월 뒤 사위가 이 회사에 취업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름부터 비슷해 타이이스타가 이스타항공의 자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곧장 제기됐다. 야당(당시 자유한국당)에선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이자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무소속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이 대통령 사위를 취업시켜주는 대가로 현 정권에서 요직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 중기공단 이사장을 맡았고 지난 21대 총선에서 단수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의원은 2019년 10월 국회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장에서 “두 회사는 별개의 회사이고 타이이스타에는 자문 정도만 해줬을 뿐 투자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타이이스타와 이스타항공은 관련이 없는 회사이므로, 대통령 사위 취업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이었다. 당시 청와대도 “취업 과정에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고 했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직 의원의 이러한 해명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이스타항공은 회계 장부상 태국의 자사 티켓총판회사 ‘이스타젯’으로부터 받아야 할 외상이 71억6000만여원 있었다. 지난 4월 1일 한 회계법인이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재산 조사 후 작성한 ‘조사보고서’에는 이러한 외상 기록이 나타나 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젯으로부터 받아야 할 71억6000만여원의 ‘외상매출금’이 있다고 제시했다. 회계법인은 이러한 ‘외상매출금’에 대해 “회수기일이 지났으나 채권 회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전액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실사조정)했다.

이 외상매출금 내역에는 이스타젯 외에도 ‘헝위창샹’ ‘상하이완국여행사’ ‘차터커찌’와 같은 중국 소재 여행사들도 등장한다. 이들 여행사에도 받아야 할 46억여원의 외상이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회계법인은 이 외상 모두 현재 이스타항공이 ‘받을 수 없는 돈’으로 판단했다.

외상매출금 71억으로 ‘타이이스타’ 설립

주목할 만한 점은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으로부터 받아야 할 외상매출금이 2016년까지는 장부에서 없었다가 2017년 갑자기 등장했다는 점이다. 2017년 2월 작성된 2016년도 이스타항공의 감사보고서 재무제표에는 태국 화폐(THB·바트)로 기록된 매출채권(외상)이 나타나 있지 않다. 기업의 재무제표상 매출채권에는 외상매출금이 포함된다. 그러다 2018년 4월 작성된 2017년도 재무제표에 이스타항공의 태국 관련 매출채권이 ‘THB 256,002,115.23(약 83억8900만여원)’으로 기재돼 등장한다. 1년 사이 태국 관련 외상만 83억원 넘게 생겼다는 것이다.

이는 이스타항공의 자본력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이 시기 재무제표상 이스타항공의 매출채권 총합은 2016년 110억원에서 2017년 224억원으로 114억원이 늘어난다. 이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태국에서 발생한 83억8900만여원의 매출채권에는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서 받아야 할 돈 71억6000만여원이 포함됐고, 이 시기 타이이스타가 태국에서 설립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태국 현지 ‘Juristic Person Information’(우리나라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해당)에 따르면, 타이이스타의 자본금은 2억바트(약 71억3800만원)로, 이 회사는 2017년 2월 20일 설립됐다. 이스타항공 조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71억6000만원에 준하는 금액으로 타이이스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문서에는 타이이스타의 대표자로 ‘Chatchai Jaipitak’이라는 이름이 등재돼 있다. 그런데 ‘이스타젯’의 현지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대표자로 한국인 박모씨의 이름과 함께 태국어로 ‘นายฉัตรชัย ใจพิทักษ์’라는 인물이 올라 있다. 이를 영문으로 표기하면 ‘Chatchai Jaipitak’이 된다. 이스타젯과 타이이스타의 대표가 동일 인물인 것이다.

복수의 이스타항공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이이스타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은 이스타젯 대표 박모씨로부터 외상을 돌려받는 대신, 타이이스타 설립 자본금으로 썼다.

하지만 타이이스타는 현재 회사 운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행방불명 상태다. 타이이스타에 들어간 71억원이 정상적으로 회사 경영에 사용된 것인지, 다른 경로로 빠져나갔는지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계법인의 이스타항공 재산 조사보고서, 타이이스타의 법인 등기부등본, 이스타항공의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의 목록 총괄표’(왼쪽부터).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타이이스타는 2017년 2월 20일 설립됐고 설립 자본금은 2억바트(약 71억3800만여원)로 신고됐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회계법인의 이스타항공 재산 조사보고서, 타이이스타의 법인 등기부등본, 이스타항공의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주주지분권자의 목록 총괄표’(왼쪽부터).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타이이스타는 2017년 2월 20일 설립됐고 설립 자본금은 2억바트(약 71억3800만여원)로 신고됐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외상대금 71억 자체가 허위 가능성”

만약 이스타항공 측이 71억원을 타이이스타 설립에 사용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경우라도 외환거래법 위반 문제가 불거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 불법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스타항공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스타항공 측은 자신들이 자본금을 대 태국에 회사를 세우는 것에 대해 국내 한 로펌에 자문까지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은 외환관리법 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지만 이스타항공은 그대로 추진했다.

현지 티켓총판회사(GSA)가 항공사에 수십억원대 외상을 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 개별 국가마다 하나의 티켓총판회사만을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티켓 총판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항공사의 규모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스타항공과 거래하는 하나의 태국 티켓총판회사의 매출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례를 떠나서도 매출이 소규모인 회사가 거액의 외상을 하기란 납득하기가 어렵다. 특히 항공사는 통상 한 달 단위로 GSA가 판매한 티켓 수량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결제해준다. GSA가 얼마만큼 티켓을 팔면, 그 수수료를 항공사 본사에서 지불하는 식이다. GSA가 항공사에 수십억원대 외상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스타젯의 외상 71억여원은 1년 사이에 갑자기 생겼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스타항공처럼 자본력이 약한 회사가 태국의 티켓총판회사에 1년 만에 71억원씩 외상을 해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내용을 접한 회계사들은 “외상대금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회계사 출신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흔히 회사 오너가 회삿돈을 빼돌릴 때 쓰는 수법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회사 오너가 회사에서 돈을 빼낸 뒤 재무제표에 이를 ‘오너가 빌려 갔다’고 쓰기는 어렵다. 은행에서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쓰는 방법이 다른 회사에서 받아야 할 돈(회사가 빌려준 돈)처럼 채권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그 회사와 입을 맞추면 그만이다. 이 경우에는 외상대금이 외국 회사에 있어 확인도 힘드니 오너 입장에선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티켓 판매 대행은 대금이 대부분 현찰로 거래될 텐데, 어떤 회사가 미쳤다고 외상으로 71억원을 깔아주겠나. 특히 이스타항공처럼 돈이 많지 않은 회사가 그랬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오너가 해외에서 바로 쓰기 편하게끔 마련한 ‘비자금 저수지’였을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회계사 역시 “그런 용도(비자금)로 쓰였다고 보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되는 정황들이 많다”면서 “이스타항공 자본력으로 볼 때 1년 만에 한 회사에 71억원이 넘는 외상을 해준 건 납득이 안 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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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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