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3선)은 지난 4월 23일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조경태 등 5선 의원과 김웅 등 초선 후보군이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출마선언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와중에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을 지역구로 둔 조해진 의원은 박찬종 전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등 거물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의 전략기획팀장을 맡았었다. 이에 조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내 유일 계파로 꼽히는 ‘유승민계’로도 분류된다. 조해진 의원은 “한때는 창(이회창)계, MB(이명박)직계, 심지어 MJ(정몽준)계로도 불렸다”라며 “당대표가 된다면 누가 대선 경선에 나오든지 섭섭하게 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지난 5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조해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4월 23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가장 먼저 공식화했다. “당대표 출마 결심은 지난해 총선 때 했다. 당시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3선 중진이 되면 원내지도부든 당지도부든 꼭 들어가겠다. 중심적 역할을 해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중심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 3선 당대표가 된다면 새로 선출된 4선 원내대표(김기현)와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정치활동을 하면서 선(選)수에 구애받은 일은 없다. 선배들에게는 초선이라고 할지라도 형님으로 대하고 깍듯이 모셨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 3년 선배다. 19대 국회 때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기독인회에서 김기현 원내대표가 회장, 내가 총무를 맡았었다. 가족끼리도 잘 알고 지역구도 바로 붙어 있다. 화학적 결합을 자신한다.”

- 울산 출신 원내대표(김기현)에 밀양의령함안창녕 출신 당대표(조해진)면 도로 ‘영남당’으로 회귀 아닌가. “영남당은 이번에만 나온 얘기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나왔다가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사라지는 이슈다. 선거가 끝나면 당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잘 이끌어 가느냐에 주목하지, 지역구에 주목하지 않는다. 역대 지도부만 봐도 영남 출신을 뽑았다고 당이 못된 적도 없고, 비(非)영남 출신을 뽑았다고 해서 당이 반드시 잘된 것도 없다. 최근 4~5년간 예를 보면 우리 당이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은 비영남 출신이었다.”

- 더불어민주당은 5선 송영길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카운터파트로서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나. “우리 속담에 크고 작은 것은 대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국가적 현안에 부딪혔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묵직하게 대처하는가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5선, 6선, 7선까지 한 의원 중에도 존재감 없이 그만둔 분도 있고, 초선인데도 당대표에 대통령 후보까지 한 분들도 있다.”

- ‘친(親)유승민계’라는 평가가 있는데, 대선 경선을 공정관리할 자신이 있나. “박찬종 전 의원 비서를 6년 반 했고, 이회창 전 총재 보좌를 4년 반 했다. 그때는 ‘창(昌)계’라고 불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대표 할 때 상근 부대변인을 2년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할 때 비서관으로 들어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 모셨다. 단순 ‘친이계’가 아니고, ‘MB직계’다. 유승민 전 대표가 원내대표 할 때는 원내수석 부대표를 했다. 정몽준 전 대표 때는 대변인을 했던 경력 때문에 ‘MJ계’로 분류됐다. 누가 대선 경선에 나오든지 내가 섭섭하게 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도왔던 유승민 전 대표가 들으면 좀 섭섭하겠다. “통속적 의미의 계파는 이미 다 없어졌다. 유지되기도 어렵고 부활할 수도 없다. 지금은 정치적 이상이 맞느냐, 서로 협력하고 공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유승민 전 대표와 공감대가 있다. 유승민 전 대표 본인도 계파정치, 계보정치를 부인하는 분이다.”

-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에 대해 연일 독설을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개인적인 동기가 있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 그 말의 취지, 본질에 주목하고 겸허히 듣고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궁극적으로 우리 당과 김종인 전 위원장은 내년 대선 범(汎)야권 대통합을 앞두고 우군이고 동지다. 정권교체 대오에 같이 몸담을 관계다. 균열이 생기는 언행은 서로 자제해야 한다.”

- 홍준표 전 대표 복당에 관한 입장은. “복당시켜야 한다. 밖에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도 같은 식구로 뭉치자는 판이다. 윤석열 전 총장도 모셔오자고 한다. 홍준표 전 대표는 우리 당에 약 25년간 몸담은 터줏대감이다. 원내대표, 당대표, 대선후보까지 한 분을 밖에 두면서, 다른 식구를 데리고 와 같이하자고 하는 것은 대의명분에 맞지 않는다. 홍준표 전 대표가 밖에 있으면 단일대오가 안 되고, 통합을 해도 이빨 빠진 통합밖에 안 된다.”

-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관한 입장은. “지난주 화요일 저녁에 안철수 대표와 만나서 얘기했다. 비(非)정치권 인사 한 분과 같이 세 명이 만났다. 당시 안철수 대표에게 ‘국민에 대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통합의 시너지가 떨어진다. 그 과정에서 쌍방이 서로 상처를 많이 입는다. 통합하더라도 상처 입은 통합이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당대표 출마설이 나오는데.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그날 나경원 전 의원과 안부전화를 했다. 나 전 의원과는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나, 원희룡, 나경원, 조국 다 82학번 동기다. 서울시장 경선 치르고 힘이 들 텐데 그래도 당신처럼 정치적 자산이 큰 정치인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표든 대선후보든,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이든, 본인이 가진 정치적 자산을 다 쏟아부어 기여를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 황교안 전 대표도 최근 정치를 재개할 태세다. “황교안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내년 3월 9일 대선 때 나라 걱정 하는 분이라면 한 사람도 열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큰 숟가락, 작은 숟가락 다 보태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분들일수록 자신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일 복안이 있나. “윤석열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오려면 두 가지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분들 중 국민의힘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에 들어올 때 그분들의 이탈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분들이 우리 당에 대해 마땅치 않게 여기는 점을 빨리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은 아무래도 경선에서 불리한 구도다. 불리한 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경쟁의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의원들과 원외위원장, 당원들과 접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 역차별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당내 후보들 간 룰미팅을 통해 서로 협의해서 하겠다.”

- 김용판 의원이 얼마 전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 전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윤 전 총장이 반드시 입장표명을 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입장표명은 탄핵과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에 대해 잘했다는 여론과 잘못했다는 여론 사이에 ‘중용(中庸)의 도’를 찾는 것이 될 것이다. 무조건 잘했다는 것도 곤란하고, 비겁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도 곤란하다. (탄핵) 찬성이든 반대든 정권교체가 우선이다. 윤 전 총장이 상대편을 자극하거나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양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돼 있다고 본다.”

-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관한 입장은. “대통령도 귀가 아프도록 들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더 이상 이것을 거론하거나 대통령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키워드

#인터뷰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