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1월 오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photo뉴시스
자녀 입시·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해 11월 오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photo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올린 배경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짊어지고 있는 ‘조국 리스크’를 조 전 장관 스스로 덜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불거진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 논란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직접 사과함으로써 마침표를 찍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5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겨레신문> 칼럼을 공유하며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 회초리를 더 맞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8월 장관후보자였을 당시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며 “위와 같은 취지로 사과한다”고 했다. 여기엔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 “아무리 당시에 적법이었고 합법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에 비하면 저나 저희 아이는 혜택을 누렸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합법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인용한 해당 칼럼에는 “이번 보궐선거까지 여당이 이겼다면 이른바 ‘조국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은 불거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랬다면 내년 대선 때 분명히 이 문제가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 전 장관의 사과에 대해 “다 불법이었는데 어디서 약을 파나”라며 “이걸 사과라고 하느냐. 민주당 사람들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해마다 종전일(광복절) 즈음에 내놓는 일본의 진정성 없는 앵무새 사과와 판박이”라며 “‘식민 지배는 합법이었지만 한국인에게 상처를 줬다면 유감’이라는 일본스러운 사과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4·7 보궐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두고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4월 9일 민주당 2030세대 초선의원 5명(전용기·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은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민주당 의원들이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던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내놨다. 이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그 과정상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했다.

이 초선 의원들은 곧장 친문 강성 당원들로부터 ‘문자폭탄’을 받아야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초선 5인의 기자회견을 두고 “초선 의원의 난(亂)”이라며 “패배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당내 반발 탓에 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두고 청년·중도층 여론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6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전경회관에서 개최한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선 ‘조국 사태’에 갈팡질팡하는 민주당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청년들은 “2030 초선 의원들 5명이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 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엎드려 절 받는 것이 사과인가” “허위 인턴증명서로 대학 간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라.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현재진행형” 등의 비판을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