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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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때 당 원내대표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손발을 맞춰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4·15 총선 참패를 비롯 수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던 국민의힘을 수렁에서 구해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주호영 의원은 지난 5월 10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에 공식 도전장을 던졌다.

판사 출신으로 대구 수성구에서 갑을(甲乙)을 바꿔가며 내리 5선(選)을 한 주 의원은 당내 최다선이다. 십수 명에 달하는 당대표 후보군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의 아성(牙城)이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출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현행 당대표 선출 규정에 따르면, 당대표 선거는 당심 대(對) 민심을 7 대 3으로 반영한다. 30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국민의힘 당원 중 대구경북 당원들이 3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주 의원에게 불리하지 않은 구도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제기되는 ‘영남당’ 논란 역시 당권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주호영 의원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주호영 의원은 “전당대회가 당을 확장하고 당을 통합하는 계기가 돼야지 스스로 위축시키는 대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영남당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5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주호영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대표 출마선언 당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통령이 딴 나라에 사는 사람 같다. 국민들의 현실인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경제, 백신, 인사 문제 등에서 그렇다. 구중궁궐이란 것이 저런 것인가. 국민들과 인식이 달라서 그런가, 아니면 알면서도 자기 생각이 옳고 국민이 틀렸다고 생각하는가. 정권 말마다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니 ‘대통령의 실패’라는 말이 나온다.”

- ‘영남당’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에 기인하지 않은 프레임은 옳지 않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할수록 코끼리가 생각나지 않느냐. 혁신 경쟁이나 누가 더 잘할지가 중심이 돼야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영남당 논쟁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용어 선택이 미숙했다고 본다.”

- TK 당대표와 PK 원내대표(김기현)로 수도권 2030 표심을 잡을 수 있겠나. “대구와 울산이 얼마나 먼데.(웃음) 오는 11월 9일까지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대표 권한도 사실상 대선 후보에게 넘어간다. 원내대표 임기는 1년, 당대표 임기도 사실상 넉 달 정도에 불과하다. 수도권 2030세대의 표심을 잡는 것은 2030에게 필요한 정책을 누가 잘 만드느냐에 달렸다. 출신 지역이 어디냐는 의미가 없다.”

- 김종인 전 위원장이 ‘안철수와 작당’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오해하신 것 같다. 4·7 재보궐선거 때 의원과 당원 등 여러 명이 내게 찾아왔다.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를 비방하지 않게 해달라’ ‘왜 저렇게 단일화하려는 안철수를 비방하느냐’ ‘개인감정이 있다 해서 그렇게 하면 되느냐’고 항의했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에게 ‘안철수가 단일화 상대인데 비방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라고 전한 것뿐이다.”

- 김종인 전 위원장과 오세훈·안철수 당시 후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오세훈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경선룰을 ‘무선전화 100%’로 합의하기로 했다. 한데 김종인 위원장이 ‘유선 20%를 넣어라’고 하더라. 오세훈 후보가 난감해했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말씀 좀 드려달라 하더라. 그래서 내가 김 위원장에게 ‘당사자들끼리 합의한 것은 변경하기 쉽지 않으니 그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말씀드렸다. 나중에 보니 오세훈 후보도 김종인 위원장 가족들 식사하는 데까지 찾아가 ‘합의한 것을 바꾸긴 어렵다’고 부탁했다 하더라.”

- 김종인 전 위원장이 내심 초선 김웅 의원을 지지하는 것 같던데. “원내대표 끝마칠 때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화 드렸다. 당대표 출마선언 직후에도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김종인 위원장이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 그분이 특별히 누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보나. “지금까지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인지도 조사와 선거는 다르다. 출마하겠다는 사람에 대해 내가 평가할 수는 없다.”

- 당대표 출마선언 당일, 홍준표 의원도 복당 신청을 공식화했다. “내가 원내대표로 있을 때 권성동·김태호 의원이 복당했다. 대통합하자는 마당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다만 홍준표 의원이 우리 당에 들어오면 강성발언으로 지지율을 까먹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홍준표 본인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으니 스스로 주의하지 않겠나. 다만 내 혼자 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구조가 최고위원회에서 승인하도록 되어 있다.”

- 바로 옆 지역구(대구 수성을)인 홍준표 의원의 입에서 왜 ‘배은망덕’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관계가 틀어졌나. “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마치기 전에 ‘권성동, 김태호 둘 다 복당했으니 홍준표도 복당하는 것이 맞는다’고 두 차례나 건의했다. 그랬더니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가 중요한데, 그전에 홍준표가 복당하는 것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라. 홍준표 본인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반대하는 것을 알고 ‘김종인이 있을 때 복당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데 모 일간지 칼럼에서 마치 내가 복당에 반대하는 것처럼 썼더라. 홍준표 의원이 그걸 보고 내게 묻지도 않고 ‘배은망덕’이란 글을 올렸다. 나는 불자(佛子)다. 남을 해코지하는 일은 안 한다.”

- 원내대표 마지막 날 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비공개로 만났다. 합당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원내대표 마지막 날 안철수 대표가 만나자고 먼저 요청해 왔다. ‘하던 것을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때 안 대표에게 들었던 것에 비추어보면, 당장이라도 ‘합당 선언’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지분, 재산관계, 고용승계 등에서 지장이 없었다. 지분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했고, 재산 상태도 괜찮았다. 당 사무처 직원 승계 문제도 그랬다. 대개 합당은 노조에서 반대하는데, 우리 당 노조도 ‘당이 잘되자고 큰일하는데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데 당내에서 ‘당대표 권한대행이 왜 자꾸 합당하려고 하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내가 이런 것은 못 참는다.”

-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나. “안철수 대표가 이렇게 얘기했다. ‘외국에 공부하러 나가 있었는데 조국 문제 다루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나라 망하겠다 생각했다. 어떤 역할이라도 좋으니 이것만은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돌아왔다.’ 안 대표는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에도 뛰어들었고, 그런 자세는 앞으로도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대권 도전 문제는 어떻게 내게 얘기하겠나. 내가 알 수도 없고.”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할까. “당대표가 되면 최우선으로 만날 것이다. 직간접적인 채널은 몇 개가 있다. 우리 당이 변화하고 지지도가 올라가면 윤석열도 들어올 것이다. 우리가 ‘와주십시오’라고 하는 것보다 오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윤석열 전 총장이 신당을 만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제3지대를 만든다면 야권분열이라고 본다. 대선후보를 만들 때까지는 최종적으로 무조건 단일화돼야 한다. 대선이라는 큰 선거는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해서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면론이 나온다. “사면은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근본원리만 놓고 본다면 예외적 사안이다. 다만 사면은 그것보다 훨씬 큰 ‘국익’ ‘국민통합’과 같은 가치를 위해 만든 제도다. 물론 가치판단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사면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다. 이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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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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