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첫 회의를 주재한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의원(오른쪽). ⓒphoto 뉴시스
지난 5월 12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첫 회의를 주재한 송영길 대표와 김진표 의원(오른쪽).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체제 출범과 함께 부총리급 부동산특위가 출범했다. 신임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대표는 지난 5월 10일 여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노무현 정부 때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던 김진표 의원(5선)을 임명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발족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당초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으로 있는 진선미 의원(3선)이 맡아왔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진선미 의원은 부동산 정책 전문성은 차치하고, 자신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와 같은 실언으로 ‘마리 진투아네트’란 비아냥을 들어왔다.

여당의 부동산특위가 부총리를 지낸 5선급으로 격상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무게추 역시 국토교통부에서 부동산특위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변창흠 전 장관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4·7 재보궐선거 직후 경질됐고,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후임 장관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행시 30회로 김진표 의원(행시 13회)에 비해 한참 후배뻘이다. 노형욱 후보자는 김진표 의원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있을 때, 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에 통합) 과장급에 불과했다.

자연히 김진표 의원이 주도하게 될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김진표 의원이 수도권 국유 골프장 아파트 건립 최초 제안자라는 점에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아파트 건립이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진표 의원은 수도권 주택난 해소를 위해 ‘국유 골프장 징발론’을 일찍부터 주장해왔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골프장 페어웨이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는 아이디어는 제가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아 100대 과제를 만들 때 주택공급의 소요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을 찾다가 처음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진표 의원이 거론했던 수도권 국유 골프장은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비롯, 경기도 하남의 성남골프장, 광주의 뉴서울골프장, 용인의 88골프장 등이다. 이 중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은 지난해 8·4 부동산대책에 실제로 포함돼 아파트 1만가구 건립이 추진 중이고, 주한미군이 소유한 성남골프장은 태릉골프장의 대체골프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뉴서울골프장과 88골프장은 각각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보훈처가 문예진흥기금과 보훈기금 조성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성남골프장은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로 지정된 위례신도시 한복판에 있고, 광주의 뉴서울골프장과 용인의 88골프장도 서울 집값 폭등의 진앙(震央)과도 같은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와 비교적 가까워 강북권에 자리한 태릉골프장보다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많이 들어왔다. 김진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정부가 이렇게 많은 골프장을 소유, 영업하는 곳은 없다”며 “신도시 정책은 아무리 빨라도 5년에서 7년이 걸리는데 지금 부동산 시장은 몇 년이나 태평하게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속도전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진표 의원이 지난해 7월 주최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토론회’에서는 국유 골프장 개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용인의 88골프장(36홀)에는 5만1251가구, 광주의 뉴서울골프장(36홀)에는 4만7593가구, 하남의 성남골프장(18홀)에는 2만530가구, 노원구 태릉골프장(18홀)에는 1만3037가구가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수도권 4개 국유골프장을 합치면 13만2411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최대 규모인 분당신도시(9만7600가구)를 능가하는 규모다.

서울시, 문화재청, 국방부 넘어야

하지만 지난해 ‘8·4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국토부가 김진표 의원이 거명한 수도권 4개 국유 골프장 중 공급량은 가장 적은 반면 “예비역 장성들이 사용해 군 당국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예견한 태릉골프장서부터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속도전은커녕 스텝이 꼬여버린 상태다. 태릉골프장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인 태릉(泰陵)과 강릉(康陵)의 경관훼손 문제까지 불거지며 문화재청이라는 관문까지 넘어서야 하는 상태다.

가뜩이나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의 유일한 허파와 다름없는 태릉골프장에 또다시 아파트를 건립하는 데 따른 노원구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소속 오승록 노원구청장마저 “태릉골프장 아파트 공급 규모를 당초 1만가구에서 5000가구로 줄여야 한다”고 국토부에 공식건의한 상태다.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신임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오세훈 시장 역시 ‘태릉골프장 개발계획 전면중지 및 재검토’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보궐선거 전인 지난 2월 노원구를 찾아 “태릉골프장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태릉과 강릉도 위치한다”며 “역사적인 문제뿐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도 있다”면서 태릉골프장 아파트 건립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태릉골프장 아파트 건립에 필수적인 대체골프장 확보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대체골프장으로 유력했던 성남골프장의 환경정화비용 등을 놓고 주한미군 측과의 협의가 지연되면서다. 국방부 역시 태릉골프장 아파트 건립에 내심 소극적인 입장이다. 국방부는 남조선국방경비대 창설지로 국군의 발상지나 다름없는 육군사관학교 바로 옆 태릉골프장을 평시에는 체력단련장, 전시에는 증원물자 전개지로 확보해왔다. 1만가구 고층 아파트 건립 시 육사는 물론 바로 옆 국가정보원 감청시설인 전파연구소 보안문제도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다.

이에 따라 태릉골프장은 국토부가 지난해 발표한 5·6 부동산대책과 8·4 부동산대책을 통틀어 공급 규모가 가장 큰 1만가구에 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사전청약 일정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김진표 의원은 지난해 7월 수도권 국유 골프장 징발을 주장하면서 “페어웨이에만 건물을 올리면 그린벨트를 훼손할 필요도 없다”며 “18홀 기준으로 2만가구까지 지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해왔다.

자연히 국유 골프장 아파트 건립 최초 제안자로 여당의 부동산 사령탑이 된 김진표 의원은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할 입장이다. 앞서 지난 3월 국토부는 “태릉골프장은 지구지정 제안 이후 지자체 등과 공원, 녹지 확보, 주택 등 개발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지구지정을 위한 관계부처 및 지자체 공식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원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1만가구를 5000가구로 줄여야 한다는 건의를 해왔다”며 “공공주택지구 지정이며 광역교통대책, 사전청약 일정까지 아직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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