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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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원희룡(57) 제주도지사는 “(나는) 당내 경선이 어렵지, 본선에 내놓으면 무패 후보일 것이라는 점을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라며 “현실적으로 먼지를 털고 털어도 가장 검증에 강할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제주도청 서울본부에서 만난 원 지사는 “5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진 적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런 주장은 그리 과장은 아니다. 그가 도지사 선거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한 제주도는 과거 행정구역상 호남의 일부였고, 현재도 민주당의 지지세가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지역이다. 국회의원 지역구 세 곳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고, 도의회 의원들 역시 절대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다. 원 지사는 과거 서울 양천갑 국회의원 지역구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3번 맞붙어 모두 승리했었다.

원 지사는 “그런 점에서 나는 보수당 내에서 가장 개혁적인 개혁파고, 보수의 신뢰를 얻으면서 중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가장 비토가 적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희룡이 ‘피의 보복정치’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면서 스스로에 대해 이런 평을 했다. “나는 제주지사를 하면서도 언제나 초당적 협치를 했고 언제든 협치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인재도 지역이나 정파를 뛰어넘어서 정말 일 잘하는 사람, 가장 진정성 있게 시대 문제와 씨름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터전을 가장 넓게 쓸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 재선 제주지사로 7년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원 지사는 최근 도의회에서 “차기 도지사직에 불출마하겠다”면서 내년 대선 도전 의지를 명확히 해 주목받았다. 원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 시점은 오는 7월쯤으로 관측된다. 원 지사는 “사퇴는 워낙 민감한 얘기라 조심스럽다”며 “하여튼 7월부터 우리 당의 후보 경선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거기에 매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 지사는 현재 야권 주자들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전·현직 대통령에 굴하지 않고 본분을 강단 있게 지켰다는 데서 국민적 평가가 높게 나오는 걸로 본다”라며 “새롭게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에서 법치가 이래야 한다, 정의가 이래야 한다는 가치와 모습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중요한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윤 총장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지만 무시험 통과는 있을 수 없다. 앞으로 정말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7월부터 시작될 경선 일정에 매진”

원 지사는 최근 대선 도전 계획을 밝히게 된 계기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이 너무 절박해 대선주자들에게 필요한 고뇌의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결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을 운영한 결과 집, 일자리, 교육 등 민생 문제에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 불신이 더 이상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심각해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문 정부가 이념적 편가르기와 보복정치로 가다 보니 내거는 말과 실제 하는 국정운영의 핵심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라며 “내년 대통령 선거는 이걸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대선주자로서 원 지사가 지니는 강점은 야당에서 흔치 않은 행정경험과 의정경험을 모두 갖췄다는 점이 자주 거론된다. 원 지사는 16대 국회 때부터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을 한 뒤 2014년부터 제주도지사로 현재 7년째 재임 중이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지사를 오래 역임하다 보니 중앙정치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 인지도가 상당히 낮다는 게 현실적 약점이다. 원 지사의 지지율은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아직 5%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의정활동과 행정경험을 모두 해본 입장에서 둘 사이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원 지사는 “행정은 국회와 달리 목소리를 대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민의를 수용하면서 공직자를 잘 지휘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지사나 대통령은 결과로 얘기해야지, 의도가 선했다든지 우리는 착한 사람, 저쪽은 나쁜 사람이라는 식의 접근은 가장 유치하고 무책임하고 결과적으로는 나쁜 대통령, 나쁜 행정”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행정과 국정은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대통령은 현장에 기반해 아무리 자신과 다른 의견이라도 국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받아들여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오죽하면 문 대통령도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 하다가 이번에 부동산만큼은 죄송하다며 말을 바꿨겠나. 이 정부 계승자는 이제 신뢰를 찾기는 틀렸다고 본다”고도 했다.

“행정은 결과가 중요해”

원 지사는 최근 논란이 된 문 정부 고위 공직자 인선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인사를 할 때 실제로 ‘바닥’에 묻지 않고 자기들과 연고가 있는 운동권 동아리나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근무한 사람들 등 자기들끼리 묻고 거기서 추천한 사람들로만 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서 보건이면 보건, 교육이면 교육 등 그 바닥에 물어보면 몇십 년간 겪어온 사람들에 의해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 크로스체크를 하면 전문성이나 리더십, 여러 행적에 대한 요소들을 골고루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정권은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오히려 해당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는 사람들은 주류나 기득권이라고 생각해서 배척하는 인사를 하다 보니 인재풀이 좁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되는 결과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원 지사는 특히 “(문 대통령이) 자기와 다르거나 불편하면 그냥 외면하고 자기 고집으로 밀고 가는 은둔형에 가깝다고 본다”라며 “대통령의 리더십으로는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가까이서 경험한 문 대통령의 소통 방식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2018년 시도지사 협의회 때 (문 대통령이) 눈망울을 깜빡깜빡하면서 듣고 때로는 메모도 했다. 반론도 안 하니까 다 듣는 줄 알았는데 ‘그냥’ 들었을 뿐이었다. 너무 형식적 소통, 예의로서의 의전적 소통이라고 느꼈다. 결국은 소통이 아니라 ‘쇼통’에 불과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원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블록체인 특구 지정 문제와 관련해 ‘다 연구해서 피드백을 주겠다’고 해놓고는 관료들을 몇 번 만난 뒤에는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며 빙빙 돌다 아무 결과가 없었다는 게 그의 회고다. 원 지사는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일리가 있으면 받아들여야 서로 진영을 넘어 만나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볼 때 (문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너무 소극적이면서 고집이 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2018년까지는 시도지사 협의회를 열었는데, 이후에는 청와대에서 연출해 놓은, 이미 허락받은 원고를 읽는 자리만 허용하지 털어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안 만들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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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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