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대표. ⓒphoto 뉴시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대표.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에서 ‘깜짝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후보로부터 “유승민계라 대선주자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없다”는 공격을 받았다. 나 후보의 이런 발언으로 오히려 이 전 최고위원과 유승민 전 새로운보수당 대표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유 전 대표와 이 전 위원의 인연을 잘 아는 사람들은 “둘이 상당히 친밀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엄밀한 의미의 ‘계파’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유 전 대표가 당 대표를 지낸 새로운보수당 출신 한 관계자는 “유승민계 핵심 인사들은 이준석과 하태경은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지 유승민계가 아니라고 본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하태경 의원은 3선으로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낼 만큼 자기 세력을 갖췄기 때문에 ‘누구계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체급이 성장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전 위원 역시 ‘유승민계’로 꼽히는 김웅 의원이 먼저 출마했음에도 독자 출마한 것을 보면 두 사람이 같은 계파라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계파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한 선거에는 계파를 대표한 한 명만 출마하는 게 과거 관례였다.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이 전 위원을 ‘유승민계’라고 보는 이들은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근거로 든다. 유 전 대표와 이 전 위원 사이를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위원의 아버지와 유 전 대표는 대구 경북고 동문으로 친밀한 사이라고 한다. 이 전 위원이 ‘박근혜 키즈’로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유 전 대표와 같은 정당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는데, 이 전 위원은 미국 하버드대 재학 중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을 한 경력도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 주류로 발돋움하고 있는 유승민계에 대한 당 내부의 반발도 상당히 강한 상황이다. 진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의동 의원이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꼴찌에 머문 것도 이의 반증으로 풀이된다. 유의동 의원은 유 전 대표의 ‘복심’으로 불릴 만한 측근이지만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선 큰 표차로 4위에 머무른 바 있다.

이번에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과 각을 세운 유경준·김웅 의원도 모두 유승민계 의원들로 꼽힌다. 김웅 의원은 정계 입문 자체를 유승민 전 대표를 통해 했고, 유경준 의원은 20대까지 부산 지역 의원을 지낸 유기준 의원의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친박’인 형과 성향이 다르다.

이준석 전 위원이 유승민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의원 등 당내외 다른 대권주자와 비교하면 유승민 전 대표와 상당히 친밀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하태경 의원이 외곽에서 ‘스피커’역할을 하면서 이 전 위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하태경·김웅·이준석 3인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 의원은 당초 이번 당권 레이스에 나서지 않았고, 김웅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현재 당권 레이스에는 이 전 위원 한 명만이 남은 상황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도 지난 원내대표 선거 당시 ‘깜짝 2위’로 결선에 올라 김기현 원내대표와 맞대결한 김태흠 의원의 경우처럼 ‘유승민계’에 반발하는 친박의 역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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