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 이런 일이 없었죠. 출판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계에서 ‘조국의 시간’을 펴낸 한길사가 주목받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열성 지지자들을 비롯한 독자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요즘 사정이 어려운 출판계에서 ‘대박’을 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길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4시부터 온라인 서점을 통해 예약판매에 들어간 ‘조국의 시간’은 5월30일까지 예약판매 부수가 5만부를 돌파했다. 8쇄 8만6000부가 다 팔릴 것으로 보여 추가 인쇄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 추세대로라면 얼마나 더 찍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출판사 측의 말이다. 분량이 376쪽인 ‘조국의 시간’은 정가 1만7000원에 팔리고 있다.

‘조국의 시간’은 작년 12월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조국 전 장관에게 책을 펴내자고 제안한 것이 출판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길사의 한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이 겪은 일이 개인의 일이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잘못했다고 비판받는 조국 전 장관 본인의 말을 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책을 쓰자고 제안했고 이를 조 전 장관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필자가 ‘회고록’으로 규정한 이 책은 조 전 장관이 재판에 대비해 준비한 메모를 바탕으로 6개월간 집필해 완성했다고 한다. ‘조국의 시간’을 펴낸 한길사는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김언호 대표가 지난 1976년 창립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문사회과학 서적 출판사다.

‘조국의 시간’이 베스트셀러 조짐을 보이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31일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경선 이후 14년 만에 국민의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당내 경선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아 활력이 만발한 반면,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 보궐선거 패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받은 조국 전 장관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또 다시 민주당 내부에 친(親)조국-반(反)조국 전선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 차기주자들이 ‘조국의 시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에서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을 언급하며 “가족이 수감되고 스스로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면서 “조 전 장관께서 뿌리신 개혁의 씨앗을 키우는 책임이 우리에게 남았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지난 28일 페이스북에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 아내를 둔 남편으로서 가슴이 아리다”고 ‘조국의 시간’을 옹호했다. 반면 차기주자 중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송영길 대표도 조만간 조국 전 장관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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