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역 인도에서 열린 ‘강남역 모여라’ 행사에 참석해 청년들과 토론 배틀을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0일 서울 강남역 인도에서 열린 ‘강남역 모여라’ 행사에 참석해 청년들과 토론 배틀을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photo 뉴시스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줄곧 더불어민주당에 뒤처졌던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발표한 6월 둘째 주(7~9일) 정당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0%로 27%인 민주당을 앞섰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4개사 공동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4개사 조사의 6월 셋째 주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로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YTN·리얼미터 조사(6월 14~18일)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이 39.7%로 3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9월 당 출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주당은 29.4%에 머물렀다. 한국갤럽 조사(6월 15~17일)에서도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했다.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 오른 30%를 기록하며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와 중도층에서 변화 폭이 컸다.(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꾼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20대의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1% 대 12%에서 21% 대 29%로 뒤집혔다. 선거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도 32% 대 19%에서 26% 대 31%로 국민의힘 우세로 바뀌었다.

20대와 중도층이 지지율 견인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의 상승 요인으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경기침체 등 현 정부의 실정(失政)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대표의 선출 직후 지지율 상승세가 뚜렷해진 것은 ‘이준석발(發) 훈풍’이란 해석이 많다. 이 대표의 높은 인기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에서 이 대표가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란 기대가 69%로 ‘잘못할 것’(19%)의 세 배 이상에 달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38%인 것과 비교해도 이 대표에 대한 기대는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주요 정치인과 비교해도 최상위권이다. 정치인 호감도를 측정한 머니투데이·케이스탯리서치 조사(6월 11~12일)에서 이 대표의 호감도(49.2%)는 선두인 이재명 경기지사(52.7%)를 비롯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49.8%), 문재인 대통령(49.4%) 등과 비슷했다. 이 대표의 호감도는 여당의 주요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45.1%), 정세균 전 국무총리(42.9%)보다도 높았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야당은 이 대표 선출에 따른 세대교체 분위기로 인해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기존의 ‘꼰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에 이 대표의 기여가 컸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에 대해 이상일 소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당을 외면하는 중도·보수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 전 장관 회고록 출간 이후 일부 여권 인사들의 ‘조국 옹호’ 분위기가 여당 지지율에는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경선 연기론과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의 늪에서 상당 기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텃밭이던 호남에서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호남에서 70% 안팎을 유지하던 민주당 지지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반면, 국민의힘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YTN·리얼미터의 6월 3주 차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호남 지지율은 14.8%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49.3%였다. 이에 대해서도 호남에서 2030세대의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지지가 야당의 호남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18 민주묘지를 찾아 사과하는 등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에 공을 들였고, 최근 이 대표도 취임 첫날 광주 철거 건물 붕괴 현장을 찾는 등 서진(西進)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승패 가르는 핵심 변수 정당지지율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의 또 다른 동력은 범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출마 움직임으로 여당에 비해 수권(受權) 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정치 행보에 나선 데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등 당 밖 후보군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최근 ‘X파일’ 논란과 대변인 중도하차 등으로 악재를 맞자 대안 카드로 꼽히는 다른 주자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6월 18일 국회법사위에서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겠다)”라며 “여러 사항을 신중하게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 직후인 6월 19일 머니투데이·PNR리서치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최 감사원장은 4.5% 지지율로 단숨에 5위로 뛰어올랐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 등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황교안 전 대표,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더하면 야권은 대선주자가 풍족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는 등 상승 가도를 달리며 ‘야권 빅텐트’의 주도권을 가져온다면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대선 승부와 관련해선 6·11 전당대회를 계기로 순항 중인 국민의힘의 지지율 강세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당지지율은 당 소속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면서 선거 승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야(與野)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2012년 대선 직전 갤럽 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39%)과 민주당(37%) 차가 2%포인트였고,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51.6%)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48.0%)를 근소한 차로 이겼다. 2017년 대선 직전에도 갤럽 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민주당(35%). 자유한국당(15%), 국민의당(14%), 바른정당(8%) 등의 순이었고 각 정당 후보의 득표율 순위도 정당지지율 순위와 같았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이준석 체제에 대해 유권자의 기대감도 크지만 위험 요인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수층 분열의 키워드인 탄핵 논란이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고, 정체성이 다양한 범야권 후보들을 한데 묶는 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이준석 효과가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범야권 대선주자들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와 변동성이 심한 2030세대의 마음을 계속 붙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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