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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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41)씨가 태국의 저비용항공사 ‘타이이스타’의 고위 임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이스타는 구속된 이상직 의원(무소속)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태국의 저비용항공사다. 이 회사에서 서씨의 공식 직함은 ‘Executive Director(전무이사)’였다. 국내 증권사와 중소게임회사 등에 다니며 항공업 관련 경력은 없었던 서씨가 타이이스타의 ‘전무’ 직급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특혜’ 의혹은 재점화될 전망이다.

또한 2017년 설립된 타이이스타는 정식 운항은 물론 제대로 된 영업조차 하지 않았지만, 서씨가 취업한 이후 태국 총리실 직속기관인 BOI(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아 태국 당국으로부터 세제감면·비자발급 등에 대해 각종 혜택을 제공받았다. 타이이스타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9년 3월로,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당시 야당에선 “이 의원(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대통령 딸 일가의 태국 이주를 도운 대가로 현 정권에서 주요 보직에 등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취업 과정에 특혜나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었다.

1년짜리 일반 비자서 BOI 비즈니스 비자로

그동안 서씨는 타이이스타에서 불과 3주만 일했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주간조선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에서 2018년 8월부터 최소 4개월 이상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8월 9일 서씨는 출국과 동시에 타이이스타 전무이사 직함으로 태국의 노동비자를 발급받았다. 그가 타이이스타에 취업하지 않았다면 비자발급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2018년 8월 당시 서씨가 태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비자는 기한이 최대 1년짜리인 일반 노동비자(Non B 비자)였다. 서씨가 취업해 있는 기간 동안 타이이스타는 2018년 12월 초 태국 산업부 산하 총리 직속기관인 태국투자청의 ‘승인 기업’이 됐다. 태국투자청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세제감면과 노동자들의 비자발급 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이란 이러한 태국투자청의 혜택을 받는 기업을 뜻한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들만을 위한 ‘다이렉트’ 방식으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이 비자(BOI 비즈니스 비자)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태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중 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은 곳은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포스코, 한화케미칼 등이 있다. 당초 1년짜리 일반 노동비자였던 서씨의 비자는 타이이스타에 근무하던 2018년 12월 4일 BOI 비즈니스 비자로 전환됐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은 태국 현지에서 타국으로의 외환 송금 등에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고, 법인세를 3~10년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외국인의 지분 100% 보유가 허용되고, 법인명으로 토지소유권도 인정된다. 태국은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 토지 소유권을 허가하지 않지만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에 한해 예외를 두는 것이다. 태국투자청은 토지대와 운영경비 등을 제외하고 최소 100만바트 이상 투자를 한 기업에 이러한 혜택을 준다. 타이이스타는 태국에서 ‘외국 기업’이 아니다. 태국인 대표 2명이 지분의 99.9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대표 박모씨는 0.02%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타이이스타는 2017년 2월 자본금 2억바트(약 71억여원)로 설립됐다. 다만 태국투자청은 자국 기업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외국 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준다고 한다. 항공운송업(Air Transportation) 업종에서 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은 기업은 모두 태국계 회사들이다.

태국투자청은 유령회사에 왜 특혜 줬나

의문이 드는 대목은 타이이스타가 태국투자청으로부터 어떻게 승인을 받을 수 있었는지 여부다. 타이이스타와 같은 항공운송업 업종에서 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은 기업은 총 10곳으로, 모두 태국계 항공사들이다. 이 중에는 타이항공(THAI AIRWAYS), 방콕항공(BANGKOK AIRWAYS) 등 비교적 잘 알려진 태국계 항공사들도 있다. 소형항공사들도 있지만 이들은 타이이스타와 달리 현재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거나, 현재는 영업을 중단했지만 과거에는 정식 운항을 했던 회사들이다. 반면 타이이스타는 2017년 2월 설립된 이후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한 적이 없다. 2018~2019년 리스해온 항공기를 시험 운항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정식으로 항공편을 취항하고 운항한 적은 없다. 현재 타이이스타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행방불명 상태나 다름없다.

게다가 지난 5월 타이이스타의 자산 70억여원 중 51억여원이 2019~2020년 사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주간조선 5월 14일 자 ‘[단독] 이상직 실소유 의혹 ‘타이이스타’에서 사라진 51억 어디로’ 참조) 타이이스타의 총수입은 2018년 660만여원, 2020년 1570만여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회사 이익을 위한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다. 반면 2019~2020년 판매관리비 명목으로만 46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타이이스타의 자산은 총 70억여원 중 69억여원이 부동산·설비시설을 제외한 ‘기타 비유동성자산’이었다. 수익이 전혀 없던 회사가 비유동성자산을 현금화해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회계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정황 탓에 타이이스타는 이상직 의원이 실소유주이면서 ‘비자금 금고’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상직 의원은 줄곧 타이이스타와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이스타항공이 태국의 자사 티켓 총판회사 ‘이스타젯’으로부터 받아야 할 외상매출금 71억여원을 타이이스타 설립에 썼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주간조선 4월 23일 자 ‘[단독] ‘이스타’ 태국 괴자금 71억 정체와 ‘타이이스타’와의 관계’ 보도 참조) 이스타젯과 타이이스타의 대표 역시 동일인으로 확인됐고, 타이이스타가 항공기를 리스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지급보증을 섰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는 한 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직 의원의 횡령·배임 사건을 수사 중이던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6월 25일 검찰 인사에서 서울북부지검 형사4부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4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상직-이스타 비리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타이이스타 관련 실체를 규명해달라며 전주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즉각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5일 정권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이 전원 교체되면서 타이이스타 관련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7월 1일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사위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대통령 사위와 관련한 문제 확인은) 내 일의 범위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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