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뉴시스

'확장성'은 선거를 앞둔 후보들이 내세우는 마성(魔性)의 단어다. 요즘 등장하는 후보들은 모두 자신이 '확장성이 제일 큰 후보'로 인정받길 원한다. '51대49'의 싸움으로 통하는 우리 대통령 선거는 전통적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간에 위치한 무당층의 지지를 견인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후보의 덕목이 ‘확장성’이다.

확장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항목 중 하나가 비호감도다. 비호감도는 '나는 저 후보는 찍지 않겠다'로 해석된다.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후보가 비호감도가 높다면 그 지지율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 선거에서 비호감도는 승리를 전망하는데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항목이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대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54%라는 클린턴을 형한 비호감도였다. 당시 트럼프 캠프의 참모였던 캘리앤 콘웨이는 "내가 샤이 트럼프(shy Trump)들이 있다고 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실제로 이들이 있었던 게 증명됐다. 이 스윙보터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비호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4년 뒤 클린턴만큼 높은 비호감도를 기록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선거에서 패했다.

비호감도는 늘고 무당층은 이탈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사표를 던졌고 7월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출마 선언을 했다. 여야 선두주자들은 이제 대선판에 공식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럼 이들의 비호감도는 어떨까. JTBC-리얼미터의 정례 조사에 그 힌트가 있다. 이 조사에는 ‘비선호’를 묻는 항목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 전 총장이 4~6월 얻은 비선호는 각각 23.9%, 27.5%, 30.9%였다. 여론조사 대상 여야 후보군을 모두 합쳐 비선호가 가장 높았다. 비선호가 정치인으로의 변신 시점이 다가올수록 점점 상승하는 건 적신호다. 보통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비선호마저 높다면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4월 조사만 해도 지지율에서 비선호를 뺀 마진이 +14.5%였지만 6월 조사에서는 +1.1%에 불과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도 같은 시기 변화가 있었는데, 눈에 띄는 건 무당층의 이탈이다. 4월 조사에서 무당층의 51.7%가 윤 전 총장을 가장 선호하는 대권 후보로 뽑았다. 그런데 6월에는 31.2%만이 같은 선택을 했다. 우호적인 형국이 점점 비우호적인 형국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대선에서 말하는 확장성은 무당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다. 비호감도의 증가와 무당층의 이탈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걸 여론조사가 보여주고 있다.

6월 조사를 보면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지사를 선호하는 사람들 중 67.7%가 윤 전 총장을 비선호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대체로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토가 강하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 중 49.2%, 추미애 전 장관 지지자 중 58.4%, 정세균 전 총리 지지자 중 46.9%가 “윤 전 총장를 비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미 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라는 이미지를 가진 탓에 국민의힘 소속 후보 지지자들의 비토는 크지 않다.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윤 전 총장 지지자 중 이 지사를 비선호한다는 비율은 20.3%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토로 똘똘 뭉쳤지만 이 지사에 대한 보수 유권자의 비토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 지사의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윤석열 대 이재명' 양자 가상 대결에서 키를 쥐고 있는 부동층의 경우 윤 전 총장에 대한 비선호(27.0%)가 이 지사에 대한 비선호(14.1%)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열성적인 팬덤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쳤던 이 지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지난 대선 보다 확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도 한 가지 고민은 있다. 6월 조사에서 이 지사의 비선호는 12.4%였는데 당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보인 비선호(13.7%)가 전체 숫자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당밖도 중요하지만 당내 끌어안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선은 그런 한 표까지 끌어모아야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김회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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