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여수·순천을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동 중이던 버스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한다”는 전화를 받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 안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들은 이 대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로 미루어보아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버스 안에 있던 인사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무거운 침묵이 흐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이날 여수·순천을 방문해 여순사건위령탑에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만나는 등 ‘서진(西進)’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윤 전 총장의 이날 전격 입당 결정으로 인해 이 대표의 ‘서진 일정’ 역시 주목도가 떨어졌다.
마침 이 대표가 지방일정을 떠난 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정치권에서는 “입당을 압박해온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7월 25일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 자리에서 입당식 준비를 위해 입당 1~2일 전에는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윤 전 총장은 최소한 하루 전에는 알려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은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 됐다. 이 대표와 함께 여수·순천 일정을 수행 중이던 한 인사는 “오늘은 이 대표도 많이 공들였던 일정인데, (윤 전 총장의 전격 입당은) 정치적 상도에 어긋난 것”이라며 “결국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대놓고 각을 세우겠다는 걸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입당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저는 몰랐다”며 “입당 관련 인사는 다음 주에 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대표 일정은 하루 전 미리 공지되는 만큼 “몰랐다”는 윤 전 총장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월 2일로 시기를 못받은 입당 보도가 잇따르자 윤 전 총장이 ‘단독적으로’ 이날 입당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두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광양 포스코 제철서 간담회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보안 관계로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요하게 다룰 부분은 8월 출발하는 경선버스에, 제가 주장한 경선버스론에 대해 윤 전 총장이 화답해줬고 심지어 버스 출발 한 달 전에 먼저 앉아있겠다고 한 것이다. 의미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