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photo.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7월 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photo.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7월 30일 여수·순천을 방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동 중이던 버스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당한다”는 전화를 받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 안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들은 이 대표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로 미루어보아 윤 전 총장의 입당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버스 안에 있던 인사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무거운 침묵이 흐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이날 여수·순천을 방문해 여순사건위령탑에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만나는 등 ‘서진(西進)’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윤 전 총장의 이날 전격 입당 결정으로 인해 이 대표의 ‘서진 일정’ 역시 주목도가 떨어졌다.

마침 이 대표가 지방일정을 떠난 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정치권에서는 “입당을 압박해온 이 대표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7월 25일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 자리에서 입당식 준비를 위해 입당 1~2일 전에는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윤 전 총장은 최소한 하루 전에는 알려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윤 전 총장은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셈이 됐다. 이 대표와 함께 여수·순천 일정을 수행 중이던 한 인사는 “오늘은 이 대표도 많이 공들였던 일정인데, (윤 전 총장의 전격 입당은) 정치적 상도에 어긋난 것”이라며 “결국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대놓고 각을 세우겠다는 걸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입당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을 저는 몰랐다”며 “입당 관련 인사는 다음 주에 하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당대표 일정은 하루 전 미리 공지되는 만큼 “몰랐다”는 윤 전 총장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월 2일로 시기를 못받은 입당 보도가 잇따르자 윤 전 총장이 ‘단독적으로’ 이날 입당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두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광양 포스코 제철서 간담회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보안 관계로 전격 입당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요하게 다룰 부분은 8월 출발하는 경선버스에, 제가 주장한 경선버스론에 대해 윤 전 총장이 화답해줬고 심지어 버스 출발 한 달 전에 먼저 앉아있겠다고 한 것이다. 의미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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