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지난 7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우) 지난 2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좌) 지난 7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우) 지난 2월 1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8·15 특사론의 대상으로 언급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 기류가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와 2위를 달리는 대선후보들이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적극적으로 사면을 주장한 반면, 같은 TK를 연고로 하는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어 눈길을 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7월 20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서 “많은 국민들께서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현 대통령께서 그 점을 잘 판단하실 것으로 보고 저 역시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을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심정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공개석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콕 집어서는 아직 사면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두 전직 대통령 중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해 사면을 주장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8월 6일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고령인 박 전 대통령께서 아직도 이 무더위 속에 수형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이라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촉구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해 천하람 최재형 캠프 공보특보는 “저희 캠프에 한해서는 두 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차이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방문 장소가 박 전 대통령의 연고지였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를 내신 걸로 안다”고 했다.

윤석열·최재형 외의 다른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두 전직 대통령을 구분 짓지 말고 둘 다 석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8월 8일 페이스북에 “지난주 정부 인사와 만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형 집행정지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요청했다”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복권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 사면을 하는 게 좋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지난 8월 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즉각 사면을 요구한다”고 했다.

“변론 포기 박근혜, 정치 보복 주장 이명박”

이런 미묘한 기류 차의 원인은 일단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혐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 많다. 먼저 사법처리된 박 전 대통령은 총 16가지 혐의를 받았는데 직권남용 및 강요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정농단 및 뇌물수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도합 22년형이 확정됐다. 반면 나중에 사법처리된 이 전 대통령은 총 14가지 혐의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뇌물수수 혐의다. 국가정보원 특활비,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불법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도합 17년형이 확정됐다. 뇌물수수와 같은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혐의가 많은 이 전 대통령과 달리 ‘경제적 공동체’라는 논리로 묶여 22년형을 받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강하게 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전 정부 탄핵이 이번 정부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믿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며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관심의 중심에서는 좀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범죄를 저질렀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데, 이 전 대통령은 혐의가 상대적으로 확실해 관심이 덜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다스나 누군가의 뒷배를 봐줬다는 게 혐의인 반면 박 전 대통령은 ‘경제적 공동체’라는 논리가 법리적으로 허황됐다는 말이 많고 논란이 특히 많았기 때문에 계속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죄목 자체가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사면론 역시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권 쪽에서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류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돈 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쪽 사람들 사이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온도차는 상당히 다르다”며 “민주당 권리당원이나 이런 쪽을 보면 ‘박근혜까지는 뭐…’ 이런 분위기가 있는 반면 ‘이명박은 절대 사면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형량과 관계없이 변론 자체를 포기해버린 박 전 대통령과는 달리 ‘정치적 보복’이라며 ‘나는 죄가 없다’고 말하는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사면을 거부하는 걸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사면론 자체가 파급력이 워낙 큰 주제이기 때문이다. 올 연초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섣불리 사면론을 꺼내들었다가 텃밭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고난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당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아예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야권 대선주자들의 경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은 당내 경선에서 집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는 유효한데, 중도층으로부터는 반대 여론이 높은 사안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야당 대선주자들로서도 방향 설정이 쉽지 않은 이슈로 꼽힌다.

“朴과 MB 사면 여당이 더 온도차”

야권 대선주자들 모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언급 강도의 차이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과거의 친이 인사들이 윤석열 캠프에 많고, 친박 인사들이 최재형 캠프에 많은 만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온도차가 별 의미는 없다는 설명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와 이명박에 대한 여론의 차이는 야당보다는 여당에서 더 심하다”며 “여권은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특사는 안 된다는 의견이 훨씬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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