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7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오른쪽 사진)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7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오른쪽 사진)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제나라에 패한 연나라의 소왕은 부국강병을 이뤄 제나라에 복수하기를 결심했지만, 당시 연나라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줄 인재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곽외라는 신하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자신을 좋은 자리에 앉혀 우대한다면 천하의 인재들이 연나라로 모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말에 반신반의하는 소왕에게 곽외는 ‘천리마 뼈다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리마 뼈다귀’의 일화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이라는 고사성어가 되어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교훈으로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데, 간단하게 소개한다.

옛날 어느 임금이 당대 최고의 명마라고 소문난 천리마를 찾아나섰지만 천리마는 좀처럼 구해지지 않았다. 이에 임금은 신하에게 천금을 주어가며 천리마를 반드시 구해오라 명령했다. 그러나 정작 신하가 천금을 주고 사온 것은 천리마가 아니라 죽은 천리마의 뼈다귀였다. 뼈다귀를 보고 몹시 화가 난 임금은 신하를 문책하였으나, 신하는 어쩐 일인지 기세등등하여 곧 천리마가 나타날 것이라 장담했다. 천리마 뼈다귀의 가치를 그 정도로 높인다면, 소문을 들은 천리마의 주인들이 더 후한 값을 기대하고 임금 앞에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며칠 뒤 천리마를 가진 자가 셋이나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곽외에게 거대한 저택을 하사하고 그를 승진시켰던 연나라에도 각국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천리마 뼈다귀’ 고사

2021년 대한민국에서도 ‘천금’을 주고 ‘천리마 뼈다귀’를 사려는 사람이 있으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얼마 전 이재명 지사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친여 성향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내정했다. 경기도 전체의 관광 업무를 총괄하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이라면 ‘천금’을 주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고 황교익씨를 ‘천리마 뼈다귀’라고 할 수는 없다. ‘천리마’가 상징하는 바가 부국강병을 일으킬 좋은 인재라면, ‘천리마 뼈다귀’의 의미는 좋은 인재들을 부르는 모범적 인사행정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관광을 진흥시킬 뚜렷한 전문성과 비전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뚜렷한 당파성을 가지고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예수’로 비유하거나, 이재명 지사의 형수 욕설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관광공사의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어떤 측면으로 봐도 좋은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 차라리 ‘노새의 뼈다귀’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천리마의 뼈가 천리마를 불러내듯, 노새의 뼈는 노새를 부른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황교익씨를 요직에 임명하는 순간, 이재명 지사는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불러모으게 될 것이다. 황교익씨에 대한 임명 건은 이미 여권 내에서도 형수 욕설 옹호에 대한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황교익씨는 사장 내정이 발표된 이후에 이를 비판하는 이낙연 후보를 향해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현재 이재명 후보의 가장 강력한 경선 경쟁자다. 황교익은 인사 발표와 동시에 이재명과 이낙연의 대결인 이른바 ‘명낙대전’의 최전선에 서서 이재명의 돌격대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셈이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얼마 전 ‘이재명 SNS 봉사팀’이라는 텔레그램 방에서 이낙연 후보에 대한 조직적인 비방이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비방의 내용이 ‘기레기’나 ‘친일인사’와 같은 도를 넘은 막말로 넘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화방을 운영한 주인공은 다름아닌 경기도 산하의 교통연수원에 근무하는 사무처장이었다.

그는 2018년 이재명 지사의 캠프에서 일했으며, 그 뒤 업무추진비를 제외하고도 1억2000만원이나 되는 고액 연봉을 받는 교통연수원의 사무처장직으로 채용됐다. 나머지 고위 간부들의 연봉 인상률이 3~5%에 머무는 것에 비해 사무처장의 연봉이 1800만원 급격히 인상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해당 사무처장은 이재명 지사가 구단주로 있던 성남 FC의 버스운전기사였고 그 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에도 SNS 팀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재명 지사는 해당 사무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경기도 교통연수원의 사무처장 직위 임명은 경기도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보다 ‘홍’을 앞세운 인사철학

이런 상황을 보면, 이재명 지사가 왜 이토록 무리한 인사에 ‘천금’을 거는지 이해가 간다. 이러한 인사행정은 이재명 지사 곁에서 소위 ‘한자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명백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황교익과 유사한 사람들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행적을 더 세게 옹호하게 하거나 본인의 정치적 경쟁자에 대해 앞장서서 무차별 저격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자리를 주겠노라 약속하는 셈이다. ‘노새의 뼈’에 후한 값을 쳐줬으니 이제 살아있는 노새를 가진 사람들이 이재명의 주위로 모여들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채용공고를 화끈하게 해버린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설령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두운 미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정치도 결국 ‘인사가 만사’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재명의 ‘노새’들로 가득 찰 것이다. 전문성은 사라지고 정파의 정치적 이익에 충실한 사람들, 민생보다 권력자를 비호하는 것을 더 중시해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마치 마오쩌둥이 문화대혁명 시기에 ‘전(專)보다 홍(紅)’을 외친 모습을 연상케 한다. 즉 이재명 지사의 인사 방식이, 중국공산당이 전문성(專)보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순수성(紅)을 강조한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노새’들이 어떤 식으로 국정을 왜곡해왔는지 이미 알고 있다. 권력자를 비판하기보다 그의 눈과 귀를 막고,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기보다는 안락한 이념에 안주하는 인사들이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를 뒤틀었다. 이념에 휩싸여 현실을 무시한 부동산 정책을 펴서 청년들의 집값 마련의 꿈을 앗아간 김현미 국토부 장관, 내로남불과 불법, 불공정을 일삼으며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겪게 하더라도 여전히 대통령에게 ‘마음의 빚’을 남기는 조국 법무부 장관 같은 사람들이 그렇다.

앞선 연나라의 일화에서, 곽외를 승진시킨 연나라에는 명장 악의가 찾아와 제·연 전쟁에서 약 5년 만에 제나라를 거의 멸망시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악의를 기용한 소왕과는 다르게, 그의 아들 혜왕은 자신에게 거슬리는 충고를 하는 악의를 내쳐버림으로써 결국 연나라도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문득 이재명 지사도, 문재인 대통령도 ‘노새 뼈다귀’의 가치를 더 높여서 남아 있는 천리마마저 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 천리인데, 이재명 지사는 노새 몇 마리 가지고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김재섭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봉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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