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photo 공동취재사진

현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내재적 리스크, 즉 당대표 당선 전부터 ‘이준석의 문제점’이라며 제기됐던 비판들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홍을 두고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당대표 선거 때부터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 주로 했던 이야기다. “경험은 없는데 말이 많은 정치인이 당대표가 되면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것과 “특정 대선후보(유승민)의 계파 정치인이 되면 대선 관리가 공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당시 이 대표와 본선에서 맞붙었던 중진급 후보들도 이 대목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근래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주연인 이준석·윤석열, 특별출연 격인 원희룡의 막장극을 두고 이 대표 잘못이 더 크다고 보는 쪽은 이러한 내재적 리스크를 강조한다. ‘유승민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이 대표가 ‘가벼운 입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두고 “저거는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한 진의가 무엇인지 여부보다, 이 대표가 통화 녹취록을 직접 공개한 방식 자체가 섣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윤석열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거 중이던 지난 5월 라디오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며 “앞에 타면 육우, 뒤에 타면 수입산 소고기가 된다”고 말했다. 야권의 대선 1위 후보를 ‘육우’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월 이 대표가 유튜브에서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뒤늦게 논란이 됐다. 그가 과거 여러 방송 등에 나와 “유승민을 대통령 만들 것”이라고 말한 내용도 그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쪽에서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 당시 이 대표는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내가 당대표가 되면 오히려 유승민이 가장 불리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승민·이준석의 관계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유 전 의원에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겠냐는 반박이었다.

하지만 ‘가볍다’고 비판받는 이 대표의 말들은 역설적으로 그가 당대표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이 대표가 소셜미디어(SNS)와 방송 토론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계속해서 설파해온 덕에 2030 남성층의 국민의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21대 총선 이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 맞선 것도 그에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안긴 정치적 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대표를 가까이서 봐온 정치권 인사는 “이준석이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강점 중 하나는, 어느 정치인보다 ‘미디어 프렌들리’라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명확하게 밝혀온 것이 이준석 인기의 이유였는데, 당대표가 되니 ‘의견을 숨길 줄 알아야 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월 1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선언한 것도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8월 1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향후 대선에 출마한 안 대표가 단일화 조건으로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를 자극하고 공격한 것은 상당한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합당 결렬의 책임이 이 대표에게 있다는 취지였다.

안 대표는 지난 8월 5일 합당 여부를 ‘예스 or 노’로 물었던 이 대표를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에 빗대며 비판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략했을 때 그곳을 점령하던 영국군과 담판을 벌이면서 ‘예스까 노까(예스인가 노인가)’라고 했다”면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앞으로 대화할 때 ‘기냐 아니냐’ 하면 전범취급 당하겠다”고 맞섰다.

사실 이 대표의 ‘예스 or 노’ 협상 방식 역시 그가 당대표 당선 이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선거 당시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를 두고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 합당에 거부감은 없다면서도, 협상의 조건을 열거하고 ‘예스냐 노냐’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이러한 협상 방식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안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 안 대표와의 합당 결렬로 야권이 분열될 우려에 대해 “내가 비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서 그렇게 된다면 내가 욕먹을 거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는데도 거부한다면 안 대표가 욕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이준석이 흔들리는 배경에는 ‘외재적 리스크’도 있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실제 흔드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가 되기 전 중진들과의 화합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중진 의원들과 두루 친하고, 당대표가 되면 정치 선후배와는 다른 관계가 설정된다”면서 “예전처럼 형님 동생 하는 게 오히려 위험하고, 공적인 영역에선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 중진들에게) 공격당할 빌미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리더십 흔드는 ‘외재적 리스크’

하지만 대표 취임 두 달여 만에 ‘이준석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다. ‘이준석 패싱’은 지난 7월 30일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사전 협의 없이 국민의힘 입당을 전격 결정한 순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당시 호남 지역 출장 중이었는데, 일정을 모두 마친 오후에야 윤 전 총장과 통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입당 결정 소식은 다른 인사들을 통해 전해들은 것이다.

이러한 당내 패싱의 원인으로는 이 대표 스스로 유승민계라는 눈총을 의식해 당내 주요 보직에 ‘자기 사람’을 앉히지 못한 탓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유승민계라고 꼽힐 만한 전·현직 의원들은 대체로 유승민 대선 캠프에 합류한 상황이다. 지난 8월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SNS와 인터뷰를 줄이고 그 힘을 아껴서 대여 투쟁에 나서달라”고 했고, 한기호 사무총장은 “최고위원들끼리 해결하라”며 회의 중간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가 선임했던 당 지도부 인사들조차 이 대표 편에 서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에는 이 대표의 ‘우군’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의 한 대선 캠프 관계자는 “당 중진들 사이에 이 대표를 진짜 ‘대표님’ 대우하는 분위기가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 “(당대표) 선거 때 이준석 인기에 다들 놀랐으면서도, 막상 당대표가 되니 ‘마음 놓고 맡길 수가 없다’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내 중진 의원들 중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더 강하게 내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젊은 세대의 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불필요한 설화로 당내 갈등을 촉발시킨 책임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당 중진들이 계속해서 이 대표를 흔들기만 하면 젊은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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