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이준석 대표.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이준석 대표. ⓒphoto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 측과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힘의 청년 지지층 중 상당수가 윤 후보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지난 8월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분란과 다소간의 오해가 발생했던 지점에 대해 겸허하게 국민과 당원께 진심을 담아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윤석열 후보 측과의 갈등을 매듭지으려 했지만 이 대표 지지층의 주축인 2030당원들이 여전히 윤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과의 갈등으로 윤석열만 손해를 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표가 사과의 뜻을 밝힌 지난 8월 23일, 오후 4시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부동산 불법 거래 조사 결과를 밝히기로 한 시간이었다. 권익위 발표에 대해 뭔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당내 혼란을 미리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이 대표의 사과는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 측에선 “이 대표가 (우리한테) 잘못을 인정했다”고 받아들이는 기류가 있었다. 오히려 윤석열 캠프에 속해 있던 국민의힘 의원 5명이 권익위 발표 명단에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실제 윤석열 후보는 젊은 세대 지지율에서 홍준표 후보에 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8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홍 후보는 21.7%를 기록해 25.9%의 윤 후보를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홍 후보의 상승세는 최근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젊은 세대의 지지율이 꼽힌다. 범보수권 대선후보 중 윤 후보는 만 18~29세에서 16.5%, 30대에서 17.1%를 얻은 반면 홍 후보는 각각 23.7%, 24.5%를 얻었다. 40대 지지율에서도 홍 후보는 23.2%로 윤 후보(18.0%)를 앞섰다. 윤 후보가 홍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은 세대는 50대 이상부터였다.

젊은층에서 홍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이 ‘윤·이 갈등’의 반사이익 덕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8월 3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 국면이 있었을 때 홍 의원이 용감하게 이준석 대표 편을 확 들어버렸다. 20·30대가 그 모습을 보고 지지세가 간 것 같다”며 “2030들은 자기 자신을 이준석 대표한테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홍 후보는 앞서 이 대표를 둘러싼 당내 내홍이 지속되자 “나이는 어려도 당대표가 되면 당의 최고 어른”이라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살신성인 하는 것 같다. 이 대표가 적절한 타이밍 때, 윤석열 후보가 지지율이 한참 떨어졌을 때, 비판적으로 나오면서 그(윤석열) 지지율이 유지가 됐다”며 “이 대표가 전혀 언급을 하지 않자 윤 후보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고 말했다.

2030세대 윤보다 홍!

최근 젊은층에서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자 홍 후보는 “우리 당이 가장 취약한 계층인 20·30·40대에서 지지층이 급상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확장성이 커진다는 것”이라며 “집토끼(고정 지지층)부터 잡고 산토끼를 잡는 고전적 선거전략과 정반대 전략을 우리는 취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홍 후보가 민주당, 호남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는 것을 두고 “역선택의 결과”라는 평가도 있지만, 2030세대 눈에는 생각을 명료하게 밝히는 홍 후보의 모습이 윤 후보와 비교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석열은 지금까지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지 못한 면이 있다”면서 “그때그때 사안마다 바로 치고 나오는 홍준표의 동물적 감각을 윤석열이 쫓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20대 남성들이 홍 후보의 시원시원한 정치적 메시지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면에서 최근 그의 지지율 약진은 분명 유의미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당대표에 당선된 이후 상당수 청년층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신규 가입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전당대회 이후 두 달여 만에 약 11만명의 당원이 늘어났고, 이 중 30%가량이 2030세대였다. 다만 신규 유입된 젊은 당원들의 성향은 ‘국민의힘 지지’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이나 보수 이념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준석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20대 당직자의 말이다. “이준석 대표 출범 이후 난생처음 당원에 가입했다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 그들은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젊은 정치, 새로운 정치를 원해서 지지를 보내는 거다. 그런데 최근 윤 후보 캠프 측에서 이 대표를 흔들기 위해 한 행동들은 구태정치에 가까웠다. 노회한 캠프 구성원들의 면면, 그리고 윤석열 자체도 MZ세대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얼마 전 윤 후보 캠프 측에서 2030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공개한 ‘민지(MZ)야 부탁해’ 영상이 이런 비판 기류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영상에서 윤 후보는 어설픈 연기로 “야, 민지가 해달라는데 한번 좀 해보자”며 참모들에게 반말을 쓴다. 유튜브 댓글에는 “MZ가 싫어하는 구시대적인 리더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어떻게 MZ가 좋아하겠나”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李 “캠프 잘못은 구분해야”

정치인 경험이 없는 윤 후보가 대중적인 친화력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데에는 캠프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대표 역시 이를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또 윤석열 캠프 구성원 중 이 대표에 강한 비호감도를 가진 인사들이 의도적으로 이 대표와 윤 후보를 갈라놓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국민의힘 내에선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9일 공개된 지역 민방 9개사 특별대담 인터뷰에서 윤 후보를 두고 “대중 정치인의 면모가 있다”면서도 “후보의 행보나 캠프 구성은 이와 다른 모양새로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솔직히 아쉽고 미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29일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윤 후보와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제 발언 중 윤 전 총장을 비판한 발언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후보에 대한 지적과 후보 캠프의 잘못에 대한 지적은 철저히 구분한다”고도 했다. 윤 후보 개인과는 분리해 선거 캠프 측에 분명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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