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 7일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9월 7일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후보 1차 경선 후보자 3대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월 3~4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원 후보의 지지율은 3.1%에 불과했다. 당내 인사 중 윤석열(28.2%), 홍준표(26.3%), 유승민(10.1%), 최재형(5.1%)에 이어 5위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원 후보는 지난 8월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에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한 발언의 진의를 놓고 이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시절 ‘소장파’로 불리며 3선 의원을 지냈고 재선의 제주도지사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당내 ‘정치 신인’(윤석열·최재형)들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와 애가 탈 법하지만 지난 9월 8일 서울 여의도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원 후보는 여유 있고 밝은 표정이었다.

- 앞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전략은 무엇인가. ‘4강’에 들 수 있다고 보나. “지지율이 뒤처져 있는 상황에서 시작하긴 했다. 지금 민주당에선 이재명 후보가 거의 확실시된다고 보이는데, 이재명과 본선에서 맞설 경쟁력 있는 후보로서 4강에서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다. 경선 과정에서 토론과 검증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많은 지지율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4강은 저와 최재형 후보가 경합할 것이다. 지지율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다. 윤석열·홍준표·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앞으로 다소 떨어질 순 있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지층이 있다.”

- 지지율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진단하나. “정권교체를 바라는 관심들이 ‘격앙’되어 있다. 국정운영 능력은 둘째 문제가 됐고, 본선에서 이길 수 있어 보이는 후보에게 몰아주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정확한 검증과 평가가 건너뛰어진 면이 강하다.”

- 그런 면에서 원 후보만이 갖는 강점은 뭔가. “국정에서 다뤄야 하는 모든 문제들이 경험과 오랜 고민들을 통해 체화되어 있다. 국정현안에 대한 기본적 시각과 접근 방법을 갖추고 있어 곧바로 안정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 오랜 국회의원 생활을 통해 조율이 필요한 통합적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다.”

- 윤석열 후보보다 훨씬 오랜 정치 경력을 갖고 있는데 왜 지지율 차이가 난다고 보나. 윤 후보가 현 정권을 가장 잘 혼내줄 만한 사람이라서? “현재는 본선 승리 가능성과 이를 위한 지지도·인지도의 영향이 있다.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었고, 윤 후보라면 문재인 정권을 청소, 청산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는 것 같다.”

- ‘청산에 대한 기대감’은 원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해낼 수 있다고 자부하나. “그렇다. 공공분야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낙하산 인사들, 그들이 숨겨놓은 여러 먹이사슬식 사건들을 정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국민의힘의 다른 후보들이 가진 능력이나 경력 중 부러운 게 있나. “다 저마다의 장점들을 갖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용기와 결기가 대단한 사람이라 본다. 홍준표 후보의 경우 특유의 명쾌함이 있다. 유승민 후보는 체계적인 경제 이론이 있다. 다만 나름대로 치명적 결함들이 있어서….”

- 그들과 비교되는 원 후보의 장점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 가능한 사람이다.”

- 대통령이 되면 극심한 여대야소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거기에 맞는 장점이 있다는 건가. 윤 후보나 홍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려울 수 있다고 보나.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보여주는 것처럼 앞에 거슬리면 다 짓밟고 깨면서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 어린아이들도 그렇게 다루면 안 되는데 한 국가를 그렇게 다룰 수 있겠나.”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 정권교체가 되어도 22대 총선까지 2년간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다만 꼭 해야 하는 국정 중점과제의 초점을 줄여서 ‘패키지 딜’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과거 DJP연합처럼 총리, 장관을 연립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대통령 권한만으로 국회 180석을 밀어붙이면서 충돌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코로나 극복과 격차 해소를 위해 야당(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다른 건 2순위로 둬야 한다. 모든 걸 하려 들었다가 극단적 대치상태로 가고, 정권의 실책이 하나라도 나오면 과거 박근혜 정부처럼 되는 것이다.”

-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본선 후보로 유력해 보인다. 이 지사를 이길 전략은 뭔가. “이 지사가 과연 민주적 지도자인지, 다방면에서 갖고 있는 ‘독재적’ 모습을 미리 경험하도록 드러내야 한다. 기본소득 등 여러 정책들이 국민적 동의와 합리적 뒷받침이 되지 않아도 강행한다거나, 자신의 목표에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든다는 면에서 비현실적이다. 대한민국 발전의 씨앗을 빼앗아 선동적 포퓰리즘에 쓰고, 결국 우리 삶의 자원들을 정치라는 이름으로 뺏어갈 것이다. 이런 위험성에 대해 낱낱이 밝힐 것이다.”

- 국민의힘 관련 뉴스가 온통 윤석열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으로 뒤덮였다. “야권 전체와 정권교체를 위한 길에 큰 불안요소가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 타격은 타격대로 받으면서 이슈는 다 잡아먹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권교체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 될 텐데, 그게 더 걱정이다. 경선 이기면 뭐하나. 정권교체 실패하면 다 역사의 죄인이 될 텐데.”

원 후보는 지난 9월 7일 1차 예비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주최한 공약 발표회에서 윤석열 후보와 일대일로 질의응답을 가졌다. 특히 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한 윤 후보에게 “현재에도 정부에서 직원 훈련을 지원하는데 문제점이 어떻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고치겠다는 것인지, 현재의 기업 육성 정책의 핵심 문제점이 무엇이냐”면서 “현장에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는 것이 이슈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맹점이 있다”며 “기업 중에서도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 필요로 하는 부분, 그야말로 숙련된 특정 기술이 필요한 부분을 나눠서 거기에 맞추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대학 교육과 실업 교육을 재편하겠다”고 답했다.

- 윤석열 후보의 최근 지지율 추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후보 검증과 관련해 불안감이 계속 커지는 것이 하나의 요인이다. 윤석열 후보 본인을 위해서도 (최근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방으로 가면서 지지율이 지금보다 꺼지면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

- 얼마 전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사형제를 두고 논박이 있었다. 원 후보는 사형제에 어떤 입장인가.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1990년부터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 국가가 됐는데, 갑자기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로 가자? 국제적 감각으로 볼 때 난데없다는 느낌이다. 사형 공포감 조성을 통한 범죄 예방 효과도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정설이다.”

- 한나라당 시절부터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해왔는데, 대중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 같다. “워낙 진영대결이 강화되다 보니, 자신들의 이념을 더 강하게 지키려는 목소리와 결집이 크다. 합리적 보수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건강한 경쟁이 발전 동력임을 인정하면서, 약자를 돌보고 기득권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런 합리적 보수에 대한 요구와 흐름은 늘 있어 왔는데, 저희가 좀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운때’가 맞을 때가 왔나 싶은데…. 글쎄, 우리는 어차피 그 시대 정치에 쓰이는 도구일 뿐이다.”

키워드

#3·9 대선
곽승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