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사퇴를 선언한 뒤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세균 전 총리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사퇴를 선언한 뒤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photo 뉴시스

‘사람 좋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또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며 “함께 뛰던 동료들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도 덧붙였다.

정 후보의 이 같은 중도 사퇴 가능성은 당내 경선 투표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적지 않게 거론됐다. 당초 캠프에선 정 전 총리가 적어도 추미애 후보보다는 지지율이 높게 나올 거라 봤지만, 다수 여론조사에서 유의미한 지지율 변화를 이끌진 못했다. 지난 12일 1차 슈퍼위크에서 정 전 총리는 한 자릿수 득표에 그치며 4위를 기록했는데, 이것이 사퇴 선언의 주된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퇴 선언 직전 이뤄진 긴급회의에선 “대통령 정세균”이란 구호가 나오는 등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순회경선을 하면서 (사퇴를) 고심해 왔으며, 오늘 캠프 의원들과 장시간 토론 끝에 사퇴를 결심했다”라고 밝혔다.

정 후보의 최대 강점은 화려한 경력, 온화한 리더십 등이었다. 경력만 보면 당대표, 국회의장, 국무총리 등을 두루 거쳤다. 한마디로 ‘정치 스펙왕’이었다. 당내 주자들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졌을 당시엔 ‘사람 좋다’는 정 전 총리의 성품이 부각되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반등은 없었다. 정치권에선 그의 ‘색깔 부재’가 지지율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크다. 온화한 성품은 열성 지지층을 만들지 못했고 반대 표심이 적으니 화제가 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가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를 이끄는 모습과 대비되는 점이다. 공약 측면에서도 크게 눈에 띄는 내용이 부족했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정 전 총리의 중도 사퇴를 두고 이낙연 후보를 배려한 조치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정 전 총리는 아직까지 별다른 지지 선언을 내지 않고 있다. 13일 이낙연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세균 선배는 민주당의 어른이시며, 합리적이고 유능한 개혁주의자”라며 “정세균의 길이 곧 민주당의 길”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정세균 대표님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우회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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