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9월 23일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2차 방송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원희룡, 유승민 후보.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9월 23일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2차 방송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원희룡, 유승민 후보. ⓒphoto 뉴시스

지난 9월 23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2차 토론회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공약 표절’ 공격이 쏟아졌다. 홍준표·원희룡·유승민 후보는 각각 부동산과 소상공인 정책, 군 복무자 청약 가점 공약에 대해 윤 후보가 기존 정책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여러 정치인의 정책을 짬뽕했다”고 지적했고, 원 후보는 “(공약 표절 논란 때문에) ‘카피 닌자’라는 별명이 생기셨다”고 공격했다. 특히 유 후보는 “미국 대선에서 공약 표절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캠프의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며 “제 공약은 편히 가져다 쓰시라”고 받아쳤다.

표절 공세는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유승민 대선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공약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자 잘못을 시인하고 공약 수정안을 발표했고, 1997년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 시에는 영국 노동당 대표의 연설을 베꼈음이 드러나 결국 경선 출마를 포기했다”며 공격을 이어갔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유 후보가 언급한 두 차례의 표절 시비로 곤욕을 겪었다. 2019년 바이든 대선 캠프에서 발간한 정책 설명집에서 ‘탄소 포집 격리’ 용어를 설명한 대목이 한 환경단체의 보고서와 똑같아 문제가 됐다. 바이든 캠프는 이에 인용 출처가 누락됐다며 사과하고 설명을 수정했다. 1997년에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설에서 닐 키녹 영국 노동당 의원의 연설을 카피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정 표현과 손동작 등을 따라했는데, 결국 문제가 커져 경선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공약 베끼기’를 공격하는 측에서 구체적인 문구나 형식을 그대로 따라한 것과 정책적 유사성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박도 이어진다. 윤 후보 캠프의 자문을 맡은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바이든처럼 독특한 아이디어를 출처 없이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공약에 저작권을 등록한 게 아닌 이상 표절이라 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동성 결혼’ 처럼 흔한 쟁점에 대해 입장이 같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며 “유승민·홍준표 후보도 나토식 전술핵 재배치를 똑같이 주장하는데 아무도 표절이라고 여기지 않지 않느냐”고 답했다.

저작권을 중시하는 미국은 정치인의 표절도 엄격하게 따지지만, 연설이나 정치인이 발간한 출판물 등에 대한 검증이 대부분이다. 정치권에서 불거진 표절 논란으로 민·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도 드물다. 저작권 전문 웹사이트(Plagiarism Today)를 만들어 운영하는 상표 전문가 조나단 베일리는 2013년 자신의 웹사이트에 “표절의 기준은 해당 산업계에서 설정하는데 정치권에서의 표절 개념은 명확하지 않아서 판단하기 까다롭다”며 “정치인이 정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적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민정훈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미국에서 (공약 표절 논란과) 비슷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민주당이라도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처럼 결이 달라서 정책적 차별화가 이뤄졌다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같은 당이니만큼 ‘아프간 미군 철수’처럼 의견이 같을 수 있는데, 누가 먼저 주장했는지를 따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조윤정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