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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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월 13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재정 상황이 좋은 성남시장을 맡은 덕에 ‘무상’ 시리즈를 할 수 있었다”면서 “그가 경기도에서 세수가 가장 취약한 동두천시장이나 양주시장이었으면 그런 일들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내년 대선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선거 막판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한쪽으로 크게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경에 주문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가 괴롭힘을 당한 윤석열·한동훈의 전례를 보면서 검경이 긴가민가하고 있을 것”이라며 “검경이 강력한 수사를 하지 못할 것이므로 특검에 대한 국민 여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만난 이 대표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결막염에 걸렸다는 이 대표는 “요즘 내 일정은 어떤 당대표들보다 ‘고밀도’”라고 했다.

- 국민의힘 대선후보 4명이 결정됐다. 결과를 어떻게 보나. “될 만한 사람들이 됐다. 민주당이 마지막에 6인 경선을 한 것과 달리 8인→4인의 (컷오프) 구도는 내가 설계한 것이다. 원래는 박진감을 위해 8인→3인도 생각했었다. 다만 4인으로 정한 이유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안 대표가 결국 들어오지 않아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경선이 흥행할 수 있는 최고의 인물들이 모였다고 본다.”

- 11월 5일(최종후보 선출일)로 갈수록 후보 간 공방이 격화될 것 같은데. “서로 치명상을 입힐 정도의 내용들만 던지지 않으면 문제는 없다.”

- 치명상을 입힐 내용이라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두 분이 경선과정에서 서로 최태민, BBK, 다스를 이야기하다 결국 대통령 퇴임한 뒤 그 일들 때문에 감옥에 갔다. 그런 내용들만 안 나오면 된다.”

- 최근 유승민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 ‘무속인’ 공세를 벌였는데, 이런 것도 해당되나. “무속인이 실제로 윤석열 후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많이 줬다면 굉장히 큰 문제다. 그런 게 아니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 얼마 전 발표된 2차 컷오프 경선 결과에서 당심과 민심 사이 괴리가 컸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는 당원 표에서 친소관계로 연결된 ‘덩어리 표’들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자유총연맹 회원들 표를 싹 긁어 오면 보수성향 몇십만 표를 모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덩어리 표들 때문에 민심과 당심에 괴리가 있었다. 반면 지금은 온라인 당원가입의 비중이 높다. 이들은 자발적이고 덩어리 표가 아니다. 한 사안에 대해서도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그래서 예전같이 덩어리 표심으로 민심과 괴리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없다.”

- 최근 윤석열 후보 지지율을 보면 ‘맷집’이 확인되는 추세다. 여러 의혹과 말실수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윤 후보는 검찰공무원 출신으로 정책적인 면과 정치 전반에 대한 이해가 검증되지 않았었다. 거기에 불안감을 갖고 있던 분들이 토론을 거치면서 안심하고 있다. 반대로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고. 이런 것들이 표심으로 구체화되는 과정 중 하나다.”

-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이 여론이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다수의 유권자는 마지막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다. 선거를 한두 달 앞두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가속화하고 각 진영이 준비된 선거운동에 나섰을 때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진영도 안심할 수 없다.”

- 대선은 결국 3~5%의 싸움이지 않겠나. “대선 결과가 그렇게 박빙으로 나올 걸로 보지 않는다.”

- 국민의힘이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보나. “아니다. 우리가 어려운 선거이기 때문에 끝까지 조심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 선거를 생각해보면 막상 박빙의 선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선거는 박빙이지 않았나. “그때는 박빙 선거였다. 다만 그 이후에 있었던 선거나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던 선거도 박빙은 아니었다. 요즘 이슈가 워낙 확확 바뀌기 때문에 마지막에 어떤 바람이 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지사가 후보로 결정됐다. 이 지사를 이길 전략은 마련돼 있나. “이재명 지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덕성이지만, 국민들이 그에게 갖는 기대감은 도덕성이 아니고 업무추진 능력이다. 그런데 이번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일을 상당히 어설프게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졌다. 그 점을 계속 파고들 것이다. 가령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무상’ 시리즈는 분당·판교 등지에서 재산세와 법인세가 많이 걷혀 재정 상황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이 후보의 업적이 아니다. 경부고속도로를 그쪽으로 깐 건 박정희 대통령이고, 판교에다가 IT단지를 만든 건 김문수 전 경기지사 시절이다. 본인이 한 게 아님에도 재정 환경이 좋은 곳에서 기초단체장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 당시 성남시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지 않았나. “모라토리움을 선언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액션을 취했다는 것이 그 뒤로 확인되고 있다. 과거 성남은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빚을 낸 거였다. 만약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이 아니라 경기도에서 가장 세수가 취약한 동두천이나 양주에서 시장을 했으면 그런 정책을 할 수 있었을까. 이재명 후보가 진짜 능력을 검증받으려면 동두천시장을 한번 해야 한다고 본다. 동두천시장 하면서도 무상 산후조리원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세상에 돈 벌 줄 아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돈 잘 쓰는 사람 찾아보면 여기저기서 다 손들 거다. 100억원을 주고 어떻게 쓰겠냐고 하면 다들 뭐 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 100억원을 벌어오는 게 차원이 다른 문제지.”

-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에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메시지를 냈지만, 과거에 윤석열 총장을 임명할 때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고는 성역 없는 수사를 조국한테 했더니 어떻게 됐나. 대통령이 아무리 수사 열심히 하라고 해도 일선 검찰이나 경찰은 긴가민가할 거다. ‘열심히 하란 얘기가 열심히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진짜 열심히 했다가 윤석열·한동훈처럼 또 괴롭힘 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수사는 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선 특검에 대한 여론이 더 높아질 것이다.”

-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도 자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이 있나. “지금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우리 당으로도 상당한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다.”

- 후보들과 개인적인 관계는 어떤가. “오는 사람 말리지 않고 가는 사람 말리지 않는다.(웃음)”

- 사적으로 만나기도 하나. “워낙 다 친한 분들이다. 윤석열 후보는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됐지만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 그럼 지난 한 8월쯤 윤석열 후보 측과 갈등을 빚었던 당시와는 달라진 건가. “그때도 윤 후보와는 사석에서 따로 보곤 했었다. 다만 당시 지지율 1위 후보이다 보니, 옆에서 보좌하는 참모진들 중에서 이상한 생각과 나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말한 대로 그분들을 보면 최근에 정리된 것 같더라.(웃음)”

- 윤석열 후보의 입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당대표가 후보를 왜 공격하냐’는 말이 많았는데, 내가 윤석열 후보를 공격한 메시지가 하나라도 있으면 갖고 와 보라고 되묻고 싶다. ‘육우’ 발언도 우리 당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었는데, 일부 의원들은 ‘어차피 우리 당에 들어올 사람인데 왜 공격하냐’며 나를 공격했다.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적절한 압박과 회유를 병행해서 윤석열 후보가 8월 초 입당했으니 이런 상황이 온 것이지, 만약 윤 후보가 입당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고 밖에서 세를 불리고 있었으면 지금 당이 쪼개졌을 수도 있다.”

-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리스크를 하나씩 말해달라. “윤석열 후보의 거대한 캠프 운영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캠프 인사들이 시대에 안 맞는 조직 선거 하려다가 초반에 후보를 곤란에 빠뜨렸다. 그들(캠프 소속 인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선거에서 조직성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걸 내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보이지 않았나. 스마트하고 속도감 있는 조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홍준표 후보는 나이도 있다 보니 이번 대선이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 때문에 절박함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홍 후보의 장점은 어느 상황에서든 여유 있다는 것인데, 최근 (경선이) 박빙 승부가 펼쳐질 걸로 예상되면서 강해지는 모양새다. 본인이 잘 조절하겠지만 너무 과해져선 안 된다.”

- 박빙인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여전히 유효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데. “안 대표가 1당과 2당이 하는 행태가 옳지 않다고 생각해 3당을 하겠다는 시도는 의미 있는 행보다. 그런데 작년 총선부터 안 대표 행동을 보면, 보수정당에 들어가고는 싶은데 몸값이 어느 정도 확보되기 전까지는 안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무슨 새로운 정치나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라 항상 보수 쪽과 행보를 같이하긴 할 건데 바로 들어가기에는 세가 약하니까 ‘뭔가 될 때까지는 안 들어가겠다’는 식이다.”

- 그럼에도 정권교체라는 전제를 위해선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끌어안아야 하지 않나. “나는 정권교체만 될 수 있다면 어느 후보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안 대표는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기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순수성 차이가 난다.”

- 종로에 출마할 계획은 정말 없나.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한다면 종로 출마가 아니라도 나에게 주어질 정치적 역할이 많을 거다. 반면 대선에서 패배하면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하고, 종로에 나간다고 해도 질 거다.(대선 승리 외에는) 고민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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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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