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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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8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 가장 필요한 건 통합의 리더십”이라면서 “보수 유권자들이 복수심에 불타고 있지만, 나라가 복수의 악순환으로 가선 안 된다는 걸 그분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선의에서 시작한 일일 수 있다고 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 때부터 흑심이 있었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를 향해 “반성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취임 6개월이 되던 날 서울시청 6층 시장실에서 만난 오 시장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갔다. 시정과 정치 현안에 대해 답하는 목소리는 인터뷰 내내 상기돼 있었다. 그는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로 인해 현재 자신의 처지가 “반쪽짜리 시장”이라고 표현하면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4선 서울시장에 도전할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 검찰이 지난 10월 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처음부터 큰 걱정은 하지 않았나. “걱정했다. 검찰을 못 믿으니까. 그 생태탕 모자와 경작인들이 나를 봤다고 진술했다. 벌써 복수의 증인이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이 ‘다툴 거 있으면 법원 가서 해라’ 하면서 기소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정치권에선 향후 대권주자 오세훈의 싹을 자르려는 차원에서 검찰이 기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국민의힘보다 오히려 민주당 쪽에서 나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더라. 그런 것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우려되긴 했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4선에 도전하는 건가. “그렇다.”

- 2027년 대선에는 나설 건가. “어휴(웃음). 아직 5~6년이나 남은 이야기다.”

- 오늘(10월 8일)이 취임 딱 6개월이 된 날인데 돌이켜보면 어떤가. “지난 10년간 서울시정이 많이 허물어져 왔다. 지금과 같은 여건 속에서 빠른 시일 내에 바로잡는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일단 시동은 걸었다. 이른바 서울시 바로세우기 작업이다. 이제 시작했는데 시의회와 민주당의 저항이 크다. 그리고 시민단체…. 사실 시민단체 아닌 곳들이 많은데, 언론에서 자꾸 시민단체라고 써주는 것도 불만이다. 그들은 시민단체가 아니다. 물론 진짜 시민단체들도 있지만.”

오 시장은 지난 9월 13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여년간 민간보조금 또는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지원한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서울시가 시민단체 전용 ATM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시민단체다운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는 기준이 뭔가. “생계형이냐 아니냐라고 생각한다. 생계형 단체들을 두고 자꾸 시민단체라고 하니까 정말 좋은 시민단체들이 함께 도매금으로 비판을 받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중간지원 조직’이라는 표현을 쓴다. 구청, 주민센터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시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서울시 예산이 중간지원조직들의 파이프라인으로 들어간다. 그 조직들에서 인건비로 한 40~50% 지출이 되는 ‘누수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게 서울시 바로세우기 작업인데, 그 중간지원조직들을 마치 시민단체인 것처럼 본다. 그게 무슨 시민단체인가. 급조된 생계형 일자리일 뿐이다.”

- 내년 지방선거까지 임기가 8개월여 남았는데, 어떤 부분에 가장 주력할 건가. “공산당 체제에서는 우리로 치면 시장과 도시사 격인 ‘성장(省長)’ 옆에 항상 당서기가 붙어 있다. 그들이 서열상 더 높다. 일은 성장이 하는데 당서기가 전반적인 컨트롤을 한다. 서울시의 조직이 그렇게 운영돼왔다. 시장실에 들어와서 보고를 하려면 항상 시민단체 출신의 ‘그분’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됐다. 지난 10년 동안 조직 운영을 그렇게 했는데 서울시 공무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할 일을 발굴해서 했겠나. 그들이 잃어버린 자존감과 자부심부터 찾아주려 하고 있다. 요즘 최대한 직원들을 존중해주고 있다. 전에 시장을 맡았을 때와 달리 요즘은 비판을 해도 조심스럽게 한다. 회의 끝나면 직원들에게 항상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하면서 마무리짓는다.”

- 전에는 안 그랬나. “예전에 시장을 할 때는 정말 혹독했었다. 좀 마음에 안 들면 인정사정 보지 않는 시장이었다.(웃음) 지금은 서울시 조직의 자존감을 다시 일으켜 세워줘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내년에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다. 이 시점에 유권자들이 가장 바라는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나. “통합의 리더십이 가장 목마를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분열의 리더십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보수우파 유권자들은 지금 속된 표현으로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분들은 아신다. 나라가 그렇게 가서는 안 된다, 복수의 악순환으로 가면 안 된다고.”

- 복수심에 불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마음속에 많은 응어리가 있고 되갚아주고 싶을 것이다. 수백 명을 감옥에 보내고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이 자살을 했다. 이게 불과 2~3년 전의 일인데 우파 유권자들의 가슴속에 왜 복수심이 없겠나. 나 역시 똑같이 분개했고, 똑같이 광화문광장에 나가 목청껏 목이 터져라 외쳤던 사람 중 하나다. 그 심정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리더십이 이끌어가야 하느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과) 똑같이 복수의 리더십, 분열의 리더십이냐. 복수는 분열을 낳는다. 그래서 통합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하다.

또 품격 있고 고상한 리더십이어야 한다. 힐러리도 ‘상대방이 저급할 때 우리는 품격 있게 하겠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칫 대한민국이 또 저급한 리더십에 빠질 수 있다. 저들이 저열했더라도 우리는 품격 있고 고상하게 그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도록 만들어야지 복수가 능사가 아니다. 그래서 품격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 지금 국민의힘 경선을 보면 일부 주자들 간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데 걱정은 없나. “왜 걱정이 안 되겠나. 이재명 지사의 대장동 관련 의혹만 가지고도 국민들은 지금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일 거다. 무슨 대통령 선거가 이런 선거가 있나. 비전과 미래를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경선의 장이 눈만 뜨면 대장동 이야기로 날이 지고 새는데 뜻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좌절이 크겠나. 기가 막혀서 투표장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할 것으로 짐작이 간다.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게 참 고통스럽다.”

- 얼마 전 이재명 지사가 오 시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민간재개발 정책을 공공재개발로 전환시켜야 한다”며 걸고넘어지던데. “그분은 까먹을 때 되면 한 번씩 그런다. 그분은 정말 반성을 모른다. 나는 이 지사가 처음부터 자신의 측근들에게 돈을 몰아주려고 그렇게 했다고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분이 지금 대선 지지율 1위 자리에 있다면 너무 슬픈 현실이다. 차라리 내 마음 편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믿고 싶지가 않았다. 처음에 설계할 때는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서 많은 혜택을 서민들께 드리겠다는 선의를 갖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근데 들여다보니까 내가 너무 착하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만들 때부터 뭔가 흑심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 이 지사 측의 기본 논리는 부동산값이 올랐기 때문에 민간업자들이 많이 가져갔을 뿐이라는 것인데. “부동산 가격은 늘 올라왔다. 부동산 가격이 안 올랐다 해도 수익이 나게 되어 있던 구조다. 그걸 핑계라고 대면 되나. 거기다가 용적률 높여주고, 임대주택 비율 낮춰주고.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그 민간업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됐다. 현실적으로 그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래놓고 (이 지사가) 나보고 대장동 사업을 배우라길래 뭘 배워야 하나 들여다보니 이건 절대로 다른 데서 배우면 안 되는 사업이었다.”

- 지난 6개월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을 꼽는다면. “‘비전2030’이라는, 지난 10년간 없었던 로드맵과 비전을 설정했다. 놀라운 건 박원순 전임시장 10년간 한 번도 서울시장에 의해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나 비전이 발표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10년의 서울시 경영이 지금 각종 지수의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 지수의 추락이라면. “도시경쟁력, 금융센터지수, 삶의 질 순위 등 많다. 지난 10년간의 그래프를 그려 보면 다 떨어지고 있다. 10년 전에 대부분 그런 수치들은 순위권까지 다 올라갔었다. 물론 그 수치들이 모든 걸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국제사회가 서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겠나.”

- 비전 2030에는 ‘공정도시’라는 개념이 있던데. “선거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했다. ‘첫날부터 능숙하게, 서울부터 공정·상생’. 이게 그냥 구호에 지나는 것이 아니다.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이다. 지금 코로나19 국면에서 역사 이래 이런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청년층들의 좌절이 크다. 그들은 ‘당장 나한테 일자리를 달라’ 이게 아니다. 적어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를 비롯 공기업들에서도 MZ세대의 새로운 노조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숫자는 작지만 굉장히 의미 있게 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신생 노조인 ‘올(ALL)바른노조’는 조합원 500여명 중 20~30대 비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9월 공사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점심시간 1인 시위’ 등을 쟁의 수단으로 택해 기존의 노조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 MZ세대 노조를 왜 의미 있게 바라보나. “참 젊은이들답지 않나. 지금까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뭘 달라’는 식이었다. MZ세대의 노조는 ‘달라’ 이전에 우선적인 가치가 ‘공정’이다. ‘페어(fair)하게 해달라’는 거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서울시가 ‘공정서울’을 만들어서 보답하겠다. 서울시 바로세우기 역시 그런 정책 중 하나다.”

오 시장은 ‘공정 서울’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며 특히 서울시 인사 문제를 거론했다.

“요즘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인사다. 그동안 서울시의 인사가 굉장히 불공정했다. 임기제 공무원, 흔히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고 부르는 이들의 보수는 일반 공무원 보수체계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까운 1.8배 정도 된다. 그들이 경쟁을 통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의 극단적인 사례를 말할 수밖에 없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서울시의 위탁사업을 맡아 하던 시민단체의 장이, 그 업무를 하는 서울시 부서의 장으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본인이 몸담았던 단체에 예산을 배분한다. 언뜻 들어도 언페어(unfair)하지 않나? 그러다가 그만두면 나가서 또 그 일(시민단체)을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울시의 젊은 공무원들이 어떤 생각을 했겠나. 이런 시스템이 10년 동안 점점 더 강화돼 왔다.”

- 그들을 인위적으로 내보낼 방법은 없지 않나. “없다. 2~3년, 또는 5년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못 내보낸다. 일단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 내보내야 할 정도로 전문성이 없는 건 아니지 않나.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하나하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들여다봐야 한다.”

- 지난 6개월간 가장 아쉬움이 드는 대목은. “이런 걸 바로잡는 작업을 마음껏 못 한다는 것이다. 시의회 10분의9가 민주당이고, 자치구 협조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도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이다. 앞서 말한 임기제 공무원들도 서울시에 여전히 수백 명이 있다. 사표 쓰고 나간 이들도 있지만 90% 이상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한번 생각해보라. 이런 상태에서 개혁 작업을 한다는 게 용이할지. 그래서 스스로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아직 시장이 아니다, 나는 아직 반쪽 시장이다’라는 말을 되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병이 안 난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할 수가 없다는 게 얼마나 좌절스럽겠나.”

- 주어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소통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처음 시청에 들어와서는 협조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거의 한 달간 매일 시의원들과 조찬 모임을 했다. 박원순 시장 지우기를 하는 게 아니다. 자꾸 언론에서 박원순 시장 지우기라고 하는데 아주 펄쩍 뛰겠다. 그분은 오세훈 지우기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뼈아픈 사연, 이해할 수 없는 사연이 많다. 그런 일을 당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지난 10년 동안 시의회가 지적했던 것을 지금 바로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하고 있는 조직 혁신, 인사 혁신, 또 예산 배분의 재구조화 이런 작업은 지난 3년 시의회에서 민주당 시의원들 본인들이 지적했던 것들이다. 속기록에도 다 있다. 그걸 내가 하니까 전임 시장 죽이기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허물어진 서울시정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 2030년까지 서울에 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서울은 3기 신도시같이 그린벨트 해제해서 쓸 수 있는 대규모 택지가 더 이상 없다. 그래서 재개발·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다. 10년간 50만가구라고 해봐야 1년에 5만가구다. 1년에 5만가구는 서울시의 행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때 신규 주택으로 공급되던 수치다. 공격적인 목표를 잡은 게 아니다. 박원순 시장 이전에 매년 5만가구씩 공급이 돼 왔다. 그 수치를 이야기한 것뿐이다.”

-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주면 부동산이 폭등할 것이라며 항상 제동이 걸리곤 했는데. “그 명분으로 지난 10년간 재개발·재건축을 안 해준 건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전임 시장의 업적 지우기였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을 전임 시장의 작품으로 보고, ‘원주민들 쫓겨난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그 명분을 제공한 게 변창흠(전 국토부 장관), 김수현(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런 정치교수들이다. 나는 이 둘을 ‘2적(敵)’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지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적대적이었고, 그래서 재개발지구 393개 지정해놨던 것을 다 해제해 버렸다. 이 두 사람 작품을 민주당에서 채택하고 실행해 지금의 부동산 사태를 촉발한 것이다.”

- 지금 부동산 사태의 시작이 ‘오세훈 지우기’에서 촉발됐다는 건가. “그런 측면도 있다. ‘이명박·오세훈의 뉴타운 재개발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여기서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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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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