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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0호]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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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전임 시장 흔적 지우려… 이재명 ‘사이다 정치’의 두 얼굴

이성진  기자 reveal@chosun.com 2021-10-22 오후 3:56:33

▲ 2017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재량권을 남용하면서까지 전임 시장의 사업을 뒤엎다가 법원과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제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관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이러한 정책 결정을 명백한 행정과오로 봤고, 이로 인해 일부 사업에서는 성남시 측이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 안팎에선 이를 두고 “이재명식 사이다 행정의 두 얼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2010~2018년 성남시장 시절 받은 대표적 시정조치 사례는 2015년 11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의료기관개설변경허가 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청구’와 관련해 내린 재결(심판청구사건에 대한 최종 법적 판단)이다. 이 재결 내용은 중앙정치권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성남시 안팎에선 이 후보의 정치·행정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관련 심판은 2015년 7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연세요양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성남시에 의료기관개설변경허가를 신청했다가 시가 이를 불허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요양병원 측은 해당 부지에서의 병원 운영을 위해 2014년 12월 건물 용도를 ‘의료시설’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허가를 받은 후 준공·사용승인 등의 필요 절차를 밟았다. 이후 병원 측은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에 의료기관개설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시는 7개월 만에 돌연 “병원부지의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현행법상 병원 개설은 시·도지사의 허가가 필요하다. 병원 측은 시의 조치가 적법하지 않다고 봤고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의료기관개설변경허가 신청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했다.
   
   당시 행정심판위원회가 내린 재결 내용에 따르면, 시는 불허가처분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개설신청지의 차량 진출입부 등 도로구조상 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매우 높아 이를 개선 시까지는 시민의 안전성이 우선해야 한다는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로 보아 불허가처분함.’ 시가 내세운 근거엔 주민 민원 내용, 유관 부서 협의 내용,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내용 등이 있었다.
   
   병원 측은 여타 교통 데이터 및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교통사고 위험성은 실제 높지 않으며 관련 대책 수립의 책임은 시에 있다고 봤다. 교통 문제와 관련한 논쟁이 존재한다 해도 공익상 병원 설립을 불허할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 병원 측 입장이었다.
   
   결국 행정심판위원회는 그해 11월 병원 측 손을 들어줬는데, 눈여겨볼 점은 위원회의 심판 내용이다. 위원회는 이 심판에서 “이 사건 건물이 의료시설로 용도변경하고 준공 및 사용승인까지 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아니하다가 (중략) 의료기관개설변경허가를 신청한 시점에서야 비로소 교통사고의 위험을 이유로 불허가처분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라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이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청구인(요양병원)의 주장은 이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시의 조치는 본연의 권한을 넘어 위법했으며 근거 부족에 자의적이었다는 것이 위원회가 내린 심판의 주된 내용이다.
   
   이에 병원은 2015년 말 개원했지만 시의 불허가처분으로 한동안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만 했다. 병원은 장기간 건물을 사용하지 못한 채 매월 6000만원 상당의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지출했다. 성남시 한 관계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행정과오로 벌어진 피해”라고 평했다.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분당연세요양병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재명과 이대엽 전 시장의 악연
   
   성남시 안팎에서 이 행정심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당시 이 후보의 잘못된 행정 판단 때문만은 아니다. 성남시의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이 병원의 실소유자는 전임 성남시장인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이다. 이 전 시장의 조카 이모씨는 부인 윤모씨 명의로 2004년 병원부지를 매입했고 지금의 요양병원 사업자에게 건물을 임대해주는 식으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이씨와 윤씨가 운영하는 건설사 사무실과 자택은 병원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성남시 안팎에선 당시 시가 병원 개설 불허가처분을 내린 것은 결국 전임시장과 연관된 사업이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앞서의 성남시 관계자는 “결국 전임 시장이 관계된 사업이란 이유로 이재명 당시 시장은 병원 운영을 막았다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런 식으로 취소, 중단된 공사가 성남시에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한 관계자는 “당시 병원이 시설 면에서 부족했던 측면도 있긴 했다”면서도 “이 같은 정치적 히스토리는 병원 개원 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성남시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이대엽 전 시장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는 정치 초년생 시절부터 이대엽 전 시장과 맞붙었는데,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대엽 전 시장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소송전을 이어가다 낙선한 적도 있다. 이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 당선 후 ‘이대엽 그림자’ 지우기에 주력했다. 여기엔 이 전 시장이 저지른 각종 비리와 방만한 시 재정운영 외에 개인적 인연도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공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모라토리움’(공권력으로 채무의 이행을 연기 또는 유예하는 일) 선언도 사실상 여기서 비롯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성남시의회에서도 시의 분당연세요양병원 개설 불허가처분이 문제로 거론됐다. 지난 2015년 12월 제215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엔 이와 관련한 분당구청 관계자와 시 의원 간 대화 내용이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다.
   
   ‘박광순 위원(이하 박): 본 위원이 알고 있기로는 연세요양병원이 들어오는 데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데 시청에서 제동을 걸어가지고 교통 진출입상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용도변경을 안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중략) 그래서 그 민원인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소를 했어요. 얼마 전에 결과가 나왔는데 민원인이 승소를 했습니다.
   
   분당구건축물관리팀장 김○○: 그것은 저희 용도변경하고는 상관이 없는 사항이고요, 도로하고 병원 허가는 보건소 소관이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한 사항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 보건소장한테 내가 물어봤더니 보건소장은 거기에 연세요양병원 들어오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자기 입으로 나한테 얘기했으니까, 다른 사람도 듣고. 그런데 용도변경 과정에서 시에서 개입을 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청장 권한인데. (중략) 시에서 침범해서 민원인을 그렇게 불편하게 하고, 법상 아무런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 경기 성남시 제1공단 부지의 2019년 모습. photo 성남시청

   법원 “이재명의 성남시, 정당·객관성 결여”
   
   이런 식의 행정과오가 드러나는 또 다른 사례가 바로 최근 특혜·로비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이다. 당초 대장동 개발사업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성남 제1공단(수정구 신흥동) 부지 전면 공원화’ 이행을 위해 기존 대장동 부지와 제1공단 부지를 결합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이 제1공단 부지가 본래는 2009년 이대엽 성남시장 시절 당시 ‘성남 신흥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돼 주거·상업·공원·도로 등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시는 이와 관련한 사업계획도 수립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이를 모두 뒤엎었고, 전체 사업부지 중 7만4146㎡(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면적 약 92%)를 매입해 개발 참여를 준비하던 사업시행사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의 사업자 지정 신청도 반려했다.
   
   해당 시행사와 투자자들은 2012년 성남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9년 성남시가 총 325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눈여겨볼 점은 판결문 내용이다. 여기엔 앞서의 지적과 비슷한 내용이 적시됐다.
   
   ‘행정주체가 행정계획 입안·결정함에 있어 그와 관련되는 자들의 이익형량을 누락하거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채 이익형량을 한 경우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중략) 피고 성남시가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을 함에 있어 공익과 사익 사이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
   
   소송이 제기되기 전인 2010년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는 직접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거론하며 다음과 같은 행정심판을 내리기도 했다. “원고는 (중략)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이재명) 시장이 (중략) 사업과 실체적 관련 있는 사유가 아니고, 단지 이 사건 사업부지에 관한 종전 소유자인 I나 그 채권자인 Q은행 등의 사해 행위 주장이나 형사고소를 들어서 이 사건 거부처분을 하였음은 그 재량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요약하면 이 시장이 자신의 정책 공약 이행을 위해 사업시행자 지정신청을 반려했는데 그 근거는 합당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시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오는 11월 18일 2심 판결이 열린다.
   
   앞선 사례들로부터 나타나는 이 지사의 재량권 남용에 대해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재량권이 과도하게 사용되면 직권남용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이 후보가 그간 보여온 정치와 행정엔 이런 비슷한 양상이 적지 않게 엿보인다”라고 평했다. 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러 현안이 적체돼 있는 지금의 사회에선 심도 있는 토론과 협치가 더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사이다’ 정치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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