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청와대 상춘재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청와대 상춘재 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정국을 달구고 있지만 정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진영 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본선에서는 이것보다는 부동산, 공정 이슈 등이 더 휘발성이 강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장동 의혹을 물고늘어지는 것도 이 후보와의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한 당내 경선용이지 본선에 가면 중요한 이슈는 여전히 부동산, 경제 등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캠프 사람들은 기자들을 만나도 “부동산 문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는 것이 일상이다. 질문보다는 한탄에 가깝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후보로 본격 행보를 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0월 27일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누가 뭐래도 부동산”이라며 “실망하고 분노한 부동산 민심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4기 민주정부 창출도, 과감한 개혁의 길도 요원한 일”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캠프 내 분위기와 궤를 같이한다.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과 연관된 문제다. 여기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는 어렵다는 것이 캠프 인사들의 공통적 분위기다.

강성 친문들 여전히 절반만 신뢰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권교체론’을 설파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고민하는 당 지도부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여론을 압도하는 현 상황에서는, 같은 당 후보라 해도 정권교체론을 들고나오지 않고서는 재집권이 어렵다는 것을 당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차별화를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전후로 낮게 나오는 여론조사에 이런 고민이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따라서 섣부른 차별화는 오히려 집토끼를 잃는 결과만 낳게 된다.

이런 모든 딜레마는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데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고, 물러난 대통령을 지킬 것이란 믿음만 있다면 정책 차별화는 문제되지 않겠지만, 강성 친문계 사이에서는 이런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분위기다.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지만 이 후보는 절반의 신뢰만 받고 있다.

이런 절반의 신뢰는 그간 이 후보가 여당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서 비롯됐다. 두 번의 성남시장 선거를 치를 때만 해도 이 후보는 조금 더 지명도 있는 자치단체장에 불과했다. 이 후보가 중앙정치에서 치른 선거는 총 세 번.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그리고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등이다. 세 선거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와 강성 친문들 간 공방이 거셌다는 점이다. 특히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는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대결이었다. 이른바 ‘혜경궁김씨’ 논란도 그때 불거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을 아시겠죠”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0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한 상인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주위의 세 그룹, ‘놈’ ‘사람’ ‘분’

이 후보를 잘 아는 인사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후보는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가 되는 과정은 물론이고 정치를 시작해 여당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까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그 지난했던 과정을 알아야만 왜 이 후보가 강성친문들과 악착같이 싸웠는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 10월 26일 저녁에 만났던 20대 국회 전직 의원에게 들었던 이 후보에 대한 얘기는 그런 점에서 신선했다. 이야기는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됐는데 의외로 답이 간단했다. “잘 몰라요. 잘 아는 사람도 없어.”

그가 뒤에 붙인 부연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재명 후보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도왔던 사람들은 크게 세 그룹이다. 하나는 성남시장이 될 때 도왔던 사람들이고, 두 번째 그룹은 경기지사 선거 때 도왔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이번 대선 경선에서 도왔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세 그룹을 일컬어 다음과 같이 부른다고 한다. 성남시장 때 도왔던 사람들은 ‘놈’, 경기지사 선거 때 도왔던 인사들은 ‘사람’, 대선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도왔던 사람들은 ‘분’.

이런 우스갯소리는 정치인 이재명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남시장 때는 통합진보당과의 후보 단일화 및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알고 지냈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경기지사 때는 여론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번 대선 경선이 되어서야 비로소 현직 의원들 및 여의도의 도움을 받았단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의 전직 의원은 “최근 이 후보와 관련해 조폭 연루설이 나오는 것도 그가 성남시장이 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계속해서 성남시 언저리에 있기 때문에 현 시장인 은수미 시장도 조폭 연루설이 나오면서 시장실 압수수색까지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 후보는 중앙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놓고 경기도지사가 되기 전까지도 주류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 후보를 일컬어 ‘여의도 비주류’로 부르지만 경기도지사에 당선될 때도 이 후보를 돕는 현역 의원은 정성호 의원 정도였다. 정성호 의원은 이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이 후보가 정치에 입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한 의원은 “어렵게 자란 이재명 후보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변호사가 됐는데, 연수원에서 정성호 의원을 만나 인권, 노동 문제 등에 대해 눈을 떴다”며 “이런 인연 때문에 이재명 후보 스스로가 ‘정성호가 이재명계가 아니라 이재명이 정성호계’란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대장동 특검 수용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대장동 특검 수용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과 차별화 못 하면 이기기 어렵다”

이번 대선 경선에 출마하고 나서야 여러 초선 및 중진 의원들이 이 후보를 도왔지만, 경기지사 선거 때만 해도 기껏해야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성남시 내 지역구인 분당을의 김병욱 의원, 인근 지역의 김영진 의원 정도가 그를 도왔다. 대부분의 현역들은 전해철 후보(현 행정안전부 장관)를 도왔다. 그랬던 이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현역들의 지지를 받게 된 것도 이해찬 전 대표의 합류 없이는 불가능했다. 70%의 강성 지지자들의 지원을 받는 주류가 100% 권한을 행사하는 현 여당 상황 내에서 비주류 이 후보의 싸움은 그만큼 격렬했고, 그만큼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최근 이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 ‘원팀’을 외쳤지만 실제 밑바닥 층에서는 좀처럼 지지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대부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본선에 가서 일부 강성친문 지지자들이나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이 야당을 찍을 수 있을까. 물론 당내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 여당 후보가 되고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한 이상 지지자들의 선택이 기호 1번이 아닌 다른 번호로 향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향후 이재명 후보가 얼마만큼 어떤 식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차별화하느냐에 따라 지지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도층의 정치지형 역시 이 후보의 줄타기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윤석열 캠프에 속해 있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과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층은 진보를 지향하는 중도가 많았는데, 현재의 중도는 국민의힘도 싫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더 싫기 때문에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는 층이 두껍다”면서 “결국 대선 끝에서는 중도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보면 이 후보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 비해서 차별화되어 있지 못하다면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단 일찌감치 대선후보를 확정한 여당 측에서는 뚜렷한 차별화보다는 중도층에 유연하게 접근하는 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이 실행하고 있는 중도층 포용 전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도층이 특히 민감해하는 이슈들이 있다. 부동산이 그중 하나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민주당이 현재 중도를 공략하는 전략은 중도층이라는 폭넓은 계층을 두루뭉술하게 겨냥하기보다는 타깃별로 세분화해서 차별화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영업자·소상공인, 청년, 여성·주부 보육에 관심 많은 계층 이런 식으로 타깃을 나누고, 삶에 직결되는 이슈로 차별화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도층은 이념에 묶인 층이 아니니까 이념에 특별히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이라는 개인에 흡족해하지 않더라도, 탐탁지 않은 점이 많더라도 이런 사례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능력과 자질이라는 요소에서 ‘윤석열이나 홍준표보단 이재명이 그래도 낫네’ 이렇게 유권자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도층 사로잡을 이재명의 ‘살라미’ 전략

하지만 이런 전략들로 성난 부동산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본선에 가면 부동산 문제에 더해 다른 문재인 정부의 실정들이 도마에 오르게 된다. 중도성향의 한 전직 의원은 “이 정권이 북에 대해서는 이인영 장관이 나와서 우리도 백신 없을 때 백신을 북한에 준다고 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무조건 적대적이고 부동산 초과이익은 강제로 환수한다는 식으로 여러 이데올로기성 발언과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것”이라며 “이 후보의 본선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현재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11월 2일 공식 출범하는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선대위원장 자리다. 현재 상임선대위원장은 당헌당규상 당연직인 송영길 대표가 맡고 있는데, 이 자리에 송 대표 외에 중도층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추가로 데려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자리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선대위에 새로 가세하는 인물이 중도층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 공약들을 내는 작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2 대선 당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후보 측에 가세해 경제민주화 등 공약을 냈던 사례나, 2017년 대선 때 김광두 국가자문회의 부의장이 문재인 후보 측에 가세해 개혁보수 공약을 냈던 것이 비슷한 사례다. 당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평양 방문 등 잇따라 중도·범진보층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공약 설계를 주도했다.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했다.

비슷한 상황으로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한 5월 선거도 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교체가 거의 확실시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같은 해 5월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부의장은 개혁적 보수성향의 경제 전문가로, 진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일부 흡수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 자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런 까닭이다. 과거 김종인 위원장, 김광두 부의장처럼 중도개혁 성향의 정책전문가가 이 자리에 앉을 경우 그가 내놓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 공약들이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임선대위원장에 누굴 앉힐까

아직까지 이 자리에 누가 앉을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하마평이 들려오지 않는다. 민주당 외 중도 혹은 중도보수 성향 인물로 이 자리에 앉을 만한 인물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후보 측에서 여성·경제전문가·청년 등 여러 분야에서 참신한 인물을 내세울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을 접촉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대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중량감이 있어야 하고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쟁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시일 내에는 적임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도층을 달랠 만한 인사를 찾는다 해도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집토끼를 잡기 위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전직 의원은 “이재명은 내부 지지기반이 취약해서 박근혜처럼 전격적인 정책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201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평양에 간다’ ‘경제민주화한다’ ‘재벌개혁한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아도 기존 지지기반이 철옹성이었는데,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그런 식으로 지지층이 반대하는 공약을 내놓았다가는 내부 지지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박근혜나 이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지지기반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의 경제민주화나 DJ의 집권 후 은행원 정리해고 등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2017년 문재인도 김광두를 세워서 그렇게 했지만 그건 사기극이었지 않나. 사람들이 또 속을까.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올 12월 15일이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들에게는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게 되는데, 이 고지서는 이 후보에게 선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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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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