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영업자협의회 등 자영업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자영업자 코로나19 손실보상 집행을 앞두고 임대료 분담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건물주 앞에 쓰러진 자영업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자영업자협의회 등 자영업자 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자영업자 코로나19 손실보상 집행을 앞두고 임대료 분담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건물주 앞에 쓰러진 자영업자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여야(與野) 정당들이 내년 3·9 대선의 후보를 모두 확정했다. 본격적으로 20대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역대 대선을 관통했던 ‘승리 법칙’이 이번에도 작동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대선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표심(票心)을 잡아야 할 직업군이 있다. 자영업자와 주부다.

한국갤럽이 역대 대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이후 7차례 대선에서 자영업자가 가장 선호했던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주부층에서 지지율 1위 후보도 1997년 대선을 제외하고 모두 이겼다. 광역단체 중에서 7차례 대선 연속 당선자를 맞힌 지역은 인천·경기·충북·제주 등이다. 여야 정당 지지율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여당 지지율이 높으면 ‘정권재창출’, 야당 지지율이 높으면 ‘정권교체’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① 자영업자·주부 표심이 대선 풍향계

역대 선거에선 자영업자의 지지율 1위 후보와 대선 승자가 모두 일치했다.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경제와 관련한 과거 정부의 평가와 미래 정부의 기대감인데, 경제 체감도가 가장 큰 계층이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1987년 대선에서 자영업자는 노태우 후보(33.3%) 지지율이 김대중 후보(30.5%)와 김영삼 후보(29.3%)보다 높았다. IMF 시기인 1997년 대선에서 자영업자의 선택은 김대중(41.5%), 이회창(36.4%), 이인제(20.7%) 등으로 최종 순위와 같았다. 2012년 대선도 자영업자는 박근혜 후보(53.0%)에 대한 지지가 문재인 후보(42.9%)보다 높았다.

최근 자영업자는 정권교체론이 높고 후보 지지율도 야당이 높다. 10월 26~28일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전체 유권자는 내년 대선에 대한 기대가 ‘정권교체’ 55.5%, ‘정권연장’ 35.5%였다. 자영업자에선 ‘정권교체’가 59.9%로 블루칼라(57.2%)와 화이트칼라(48.6%)보다 높았다. 이재명 대(對) 윤석열 일대일 대결도 자영업자는 37.1% 대 44.7%로 윤 후보가 우세했다. 이재명 대 홍준표 대결도 38.6% 대 47.7%로 홍 후보가 높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선에선 주부들의 선택도 중요한 변수였다. 주부층에서 지지율 선두 후보가 당선된 것은 7차례 대선에서 1997년을 제외한 6차례로 승률이 87%에 달했다. 1987년 대선에서 주부층의 후보 지지율은 노태우(39.6%), 김대중(26.4%), 김영삼(24.8%) 순이었다. 김영삼 후보가 여성 유권자에게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란 평가가 있었다. 1997년 대선은 주부층에서 이회창 후보(46.1%) 지지율이 김대중 후보(38.3%)보다 높았지만 최종 승자는 김 후보였다. 하지만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41.1%), 이회창(37.7%), 2012년 대선도 박근혜(56.1%), 문재인(32.5%) 등 주부들의 선택과 대선 결과가 같았다.

미국 선거에서도 주부 파워가 강하다. 1996년 대선에선 중산층 백인 여성의 대명사인 사커맘, 2004년 대선에선 안보를 걱정하는 시큐리티맘이 승패에 미친 영향이 컸다. 2020년 대선에선 미투운동과 총기규제, 인종차별 등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레이지맘(분노한 엄마들)’의 표심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각 후보 캠프에서 전통적인 남성들의 정치 이슈와는 다른 엄마들의 이슈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주부층은 ‘정권교체’(56.0%)가 ‘정권연장’(31.5%)보다 훨씬 높았다. 여야 후보 대결도 야당 쪽이 유리한 조사 결과가 많다.

② 인천·경기·충북·제주는 필승 지역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17개 광역단체 중 1987년 이후 7차례 대선에서 모두 당선자를 맞힌 곳은 인천·경기·충북·제주 등이다. 서울의 경우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51.4%)가 박근혜 후보(48.2%)보다 득표율이 높았지만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인천과 경기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최다 득표자와 당선자가 일치했다. 여야 간 경쟁이 치열했던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51.5%)와 문재인 후보(48.0%)의 인천 득표율은 전국적인 최종 득표율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같았다. 당시 경기도에서도 박 후보(50.4%)가 문 후보(49.2%)에게 앞서면서 서울의 열세를 만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후보가 인천·경기에서 야당 후보들에 비해 우세한 결과가 많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은 41.5% 대 32.9%, 이재명 대 홍준표 대결은 39.3% 대 38.0%였다.

전국 표심의 바로미터 지역인 충청권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충청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는 선거 법칙으로 통한다. 하지만 충남의 경우엔 1987년 대선에서 최다 득표자와 당선자가 달랐다. 당시 충남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태우 후보(26.2%)보다 충남 출신의 김종필 후보(45.0%)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이후 6차례 대선에선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 표심이 힘을 실어준 후보가 모두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1997년 대선에서 충청권의 영향력이 컸다.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득표 차이가 전국적으로는 39만표에 그쳤지만 충청권에서 김 후보가 40만표 차이로 이긴 게 승패를 갈랐다. 2002년 대선도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전국적으로 57만표가 부족했는데 충청권에서 36만표 열세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대전은 49.9% 대 49.7%로 박빙이었지만, 충북(56.2% 대 43.%)과 충남(56.7% 대 42.8%)에선 박 후보가 강세였다. 최근 충청권은 야당 쪽이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충청권은 정권교체론(59.2%)이 영남권 다음으로 높았다. 이재명 대 윤석열 대결은 35.1% 대 41.7%, 이재명 대 홍준표 대결도 35.1% 대 42.6%로 야당 후보가 앞섰다.

제주도 역시 지난 7차례 대선에서 ‘제주에서 이기면 당선’이란 공식이 통했다. 전국 유권자의 1% 남짓한 제주도 유권자의 선택이 당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제주도는 대선 풍향계 지역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한국판 뉴햄프셔’라고도 불린다. 1992년, 1997년, 2012년 대선에선 대통령 당선자의 제주도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과 1~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③ 정당 지지율을 주목하라

여야 정당 지지율도 대선 승부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대선은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더 잘할까를 선택하는 선거이긴 하지만, 지난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 지지율이 높으면 정권심판 바람이 강하게 불고, 반대의 경우엔 정권심판 바람이 잠잠하다는 의미다.

역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가 승리한 2002년 대선을 제외하면 정당 지지율이 높은 쪽의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한국갤럽 자료에서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33.7%)이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27.1%)보다 지지율이 높았지만 이 후보가 패했다. 당시 김대중 정권에 불만이 있었지만, 노 후보가 ‘인물 교체’와 ‘시대 교체’ 바람을 타고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여야가 접전 승부를 펼쳤던 1997년 대선에선 승자였던 김대중 후보의 국민회의(30.4%)가 이회창 후보의 한나라당(26.1%)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2012년 대선도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41.9%)이 문재인 후보의 민주통합당(38.7%)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최근 한국갤럽의 10월 넷째 주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33%였다. 이 추세가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면 야당 후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선 투표일을 4개월 앞둔 시점의 지지율 1위가 최종 승자가 되지 못한 경우는 2002년 대선이 유일했다. 당시엔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노무현 후보에 비해 10%포인트 앞섰지만 3개월 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직후 판세가 역전됐다.

그 외 대선에선 지금쯤이면 승패의 윤곽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엔 여론조사마다 후보 지지율이 들쭉날쭉하고 1·2위 차이도 박빙이다. 더구나 안철수, 심상정 후보 등 제3지대 변수도 남아 있어서 아직 승부 예측이 쉽지 않다. 선거 전문가들은 “역대 대선의 승리 법칙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야당이 다소 유리하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대선 판세가 여러 번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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