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최근 치러진 선거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중의 대규모 운집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소셜미디어(SNS) 홍보전이 위력을 발휘한 선거였다는 평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제1야당 당대표를 탄생시킨 이준석 대표의 선거운동이다. 11월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한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각 예비후보들이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소셜미디어 홍보에 더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은 본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코로나19와 30대 당대표가 바꾸어 놓은 한국 정치의 달라진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언론에 즉시 반영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확산성 또한 날로 높아져 후보가 올린 메시지와 콘텐츠는 즉각적으로 후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 중 경선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선거 홍보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온 이는 원희룡 예비후보다. 원 예비후보는 당초 경선 최종 예비후보 4강에 오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전평이 우세했다. 제주지사직을 사퇴한 뒤에도 눈에 띄는 지지율 상승 폭을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월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유튜브 콘텐츠에 자칭 ‘1타 강사’로 나서면서 인지도와 지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특히 원희룡 캠프 내부에서는 ‘크로커다일’로 유명한 유튜버 최일환씨가 원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구독자 21만7000명의 유튜버인 최씨는 지난 7월부터 원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했고 원 후보의 ‘대장동 1타 강사’ 콘텐츠 제작도 함께했다.

홍준표 예비후보의 경우도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지지율 상승의 결과를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전부터 꾸준히 ‘TV홍카콜라’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왔는데, 구독자 53만3000명이 넘는 대형 채널로 4명의 후보 중에서는 구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TV홍카콜라’는 ‘홍준표=코카콜라처럼 시원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선 시작 전만 해도 지지율이 미미했던 그가 2030세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TV홍카콜라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인 이순삼 여사도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예비후보는 특히 모든 페이스북 글을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당초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변인도 한 명(여명 서울시의원)만을 뒀다. “정치인이 자기 말을 국민께 직접 말씀드리면 되지 대신 전하는 대변인이 왜 필요하냐”는 게 후보 본인의 생각이라는 것이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홍준표 캠프 관계자는 “후보와 사모님이 MSG 없이 솔직담백한 모습 그대로 나가는 게 우리 후보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SNS 선거전은 복어 독과 같다”

유승민 예비후보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라방(라이브 방송)’ 콘텐츠로 2030세대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 ‘고공전’에 주력한 유 예비후보는 9명에 달하는 대규모 대변인단을 꾸려 당내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변인을 한 명만 둔 홍 후보와는 대조적이다. 특히 경북·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지지세가 강한 유 예비후보는 각 지역 순회 토론을 갈 때마다 직접 ‘라방’에 참여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캠프 한 관계자는 “후보가 직접 소셜미디어를 다루면서 지역일정 때 현장성을 높이고 현안마다 의견을 냄으로써 유권자에게 본인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게 캠프 내부 판단”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과도한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오히려 독이 됐던 후보도 있다. 시종일관 지지율 1위를 유지한 윤석열 예비후보다. 윤 예비후보는 경선 기간 동안 적절하지 않은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 손해를 봤다는 평이다. 경선 후반부 ‘개 사과’ 논란을 불러온 인스타그램 사진이 대표적이다. 이 사진이 논란이 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한 선거전은 복어 독과 같다”며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요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윤 예비후보의 논란에 대해 “후보 본인이 SNS를 다루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후 대처가 서툴러 오해가 깊어졌다”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허비한 시간과 비용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윤 예비후보는 유튜브 채널도 구설수에 휩싸이면서 당분간 휴식기를 갖고 있다. 구독자수 18만3000명의 ‘석열이형 TV’다. 유튜브 섬네일(thumbnail·미리보기 화면)에 홍준표 후보를 가리켜 ‘홍어준표’라는 발언을 하는 영상을 넣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운영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모든 소셜미디어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처럼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여러 논란에 부딪힌 윤석열 예비후보에게도 한 가지 위안거리가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이슈 발굴에 능수능란하다는 평을 받는 하태경 의원이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준석 대표와 함께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이슈거리를 찾아내 온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윤석열 캠프는 하 의원의 합류를 발표하면서 “정치적으로 소외된 2030세대의 목소리를 300명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진정성 있게 경청해오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4인의 예비후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선거전략을 펼쳐오면서 이들의 선거전략이 최종 대선후보의 선거전략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종 대선후보는 당의 실무에 있어 당대표보다도 우선하는 당무우선권을 부여받는 데다 당의 조직과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선에 떨어지는 후보들의 소셜미디어 전략이라고 해도 경선 기간 동안 유효했던 전략으로 판단될 경우 최종 대선후보의 전략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 당내외의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지난 6월 전당대회 때 이준석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한 ‘고공전’의 위력을 여실히 느꼈다는 평이다. 당시 이 대표는 당내 친밀한 몇몇 의원 측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선거를 준비해야 했을 정도로 자체 세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수년간의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경험으로 다져진 이 대표가 20·30대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조직력에서 앞선 주호영 의원을 압도하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국민의힘 당대표실 관계자는 “그간의 추세를 봤을 때 이번 대선 본선에서도 조직선거보다는 온라인상의 메시지 공방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력 과시보다는 ‘기민한 공중전’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 영리한 SNS 사용이 요구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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